소설-도시의 푸른나무(89)

입력 1995-04-18 00:00:00

옥상 화단에는 풀도 돋아나 있다. 명아주가 있다. 질경이가 있다. 비름 무리도 있다. 메마른 땅에 풀들이 잎을 한껏 벌리고 있다. 이런 잡초는 생명력이강하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사람이 밟아도 잘 죽지 않는다고 했다. 이 풀들은 누가 심지 않았을 것이다. -식물은 동물처럼 움직일 수 없지 않니. 그러나 식물들도 자리를 이동하지. 씨앗으로 대를 이을때, 옮겨 앉아. 바람이 씨앗을 멀리로 이동시키지. 새들이 씨앗을 먹고 다른 장소로 옮겨 앉아 똥을누면, 씨앗이 똥 속에 섞여 나와 싹을 틔우지. 그렇게 해서 다른 장소에서번식하고 생장한단다. 아버지가 말했다. 옥상의 잡초도 그렇게 해서 생겨났을 것이다. 할머니가 생각난다. 할머니가 있다면 이 옥상을 텃밭으로 가꿀터이다. 상추씨, 고추씨를 심을 것이다. 그런데 할머니가 없다. 내가 할머니가 되고싶다. 옥상 화단에 푸성귀를 키우고 싶다. 키워서 쌍침형과 함께 먹고 싶다. 막장으로 상추쌈을 싸먹을 수 있다. 고추를 막장에 찍어 먹을수 있다. 나는 매운 고추는 먹지 못한다. 너무 매워 혀가 얼얼했다. 눈물까지 났다. 화단에 물부터 줘야지, 하고 나는 생각한다. 비가 너무 오랫동안 오지않았다. 옥상화단의 흙이 푸석하다. 나는 페인트통에다 수돗물을 받는다. 화단에다 물을 준다. 녹슨 모종삽이 버려져 있다. 모종삽으로 철쭉나무 밑 흙을 뒤집어준다. -식물은 공기안에 있는 이산화탄소와 뿌리로 빨아올린 물과햇빛의 힘을 빌려 양분을 만들지. 이를 광합성이라고 해. 아버지가 말했다.나는 여러차례 페인트통으로 물을 받아 나른다. 흙이 물을 흠뻑 먹게한다.이제 철쭉나무는 힘을 얻을 것이다. 기진해 있던 마른 뿌리가 물을 보고 깜짝 놀랄 것이다. 잔뿌리로 힘차게 물을 빨아들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대충일손을 턴다.그날부터 나는 칼국시집 옥상에서 산다.

쌍침형은 혼자 걸을 수가 없다. 내가 부축해서 휠체어에 앉힌다. 부축해서잠자리에 눕힌다. 잠자다 쌍침형은 끙끙 앓는다. 어떤 땐 헐떡이며 땀을 흘린다. 내게 주사기를 찾아보라고 말한다. 가건물에는 주사기가 없다. 쌍침형도 없는줄 알고 있다. 그런데도 더러 찾는다. 나는 주사바늘을 찌를줄 모른다. 바늘로 살을 찌른다는게 너무 겁난다. 차라리 내가 찔리면 참을 수가 있다. 업소의 식구들은 더러 그런 주사를 맞았다. 서로 찔러 주었다. 중독은피해야 돼, 하고 말했다. 그러나 늘 주사를 맞는 식구도 있었다. 그들은 자기 팔에 자기가 찔렀다. 주사를 맞으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나는 어떤 주사든 한번도 맞아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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