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한은--'독립'싸고 정면충돌

입력 1995-03-18 22:58:00

재경원과 한국은행이 17일 국회에서 중앙은행 독립문제를 둘러싸고 정면 격돌했다.재정경제위 전체회의에 출석, 한국은행법 개정안에 관한 여야의원들의 질의에 각각 답변하는 간접적인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금융통화정책의 '투 톱'인두사람의 논쟁은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날 답변에서 재경원과 한은은 △금융통화운영위 의장 임명제청권 △금통위구성방법 △금융감독원 신설여부 △재경원의 한은예산 승인권등 쟁점들에 대한 첨예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홍재형부총리는 기본적으로 선거에 의해 출범한 정부가 통화정책을 책임지고수행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 독립이 한계를 지닐수 밖에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금융통화운영위원장은 재경원장관이 제청,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경제정책과 통화신용정책이 조화롭게 추진되기 위해서라는게 그의 논리다.

홍부총리는 또 발권력을 보유한 한국은행의 과도한 예산팽창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 예산에 대한 정부의 견제장치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통화정책을 포함한 모든 정책의 최종책임은 정부가 져야 하기 때문이라는 명분을 제시했다.

금융감독원 신설과 관련, 그는 여러 금융영역이 상호연계된 '파생금융상품'이 속속 등장하는등 이른바 금융통합화 추세에 대비, 감독기능을 효율적으로수행하기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에 대한 의결권과 집행권을 가질 경우 감독권이라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중앙은행의 고유기능인 통화신용정책과 금융감독기능은 기본적으로상이한 것이므로 두 기능을 한 기관이 갖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도 설득력이없다는게 홍부총리의 주장이다.

김한은총재는 그러나 홍부총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우선 한국은행총재가 당연히 금통위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예를 보더라도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최고의사결정기구는중앙은행의 내부조직으로 되어 있으며, 따라서 금통위도 마땅히 한은의 내부기구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금통위의장의 임명제청권을 재경원장관이 행사하도록 한 것도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소지가 있다는게 김총재의 논리다.그는 재경원이 금융감독원을 신설, 증권 보험과 함께 은행감독기능도 흡수하는 것에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금융감독원을 설립하는 것은 조직및 인력감축에 따른 비용절감효과가있을지는 모르지만 감독기능면에서는 비효율이 초래됨으로써 결과적으로는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파생금융상품'의 범람등 금융의 겸업화가 진전되더라도 3대 금융권의고유업무에 대해서는 분업주의가 지속될 것이라는게 그의 전망이다.김총재는 이같은 반박논리를 제시하면서 "한은법 개정안은 각계각층의 충분한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론을이끌어 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재경위는 이에따라 정필근민자당간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법안심사소위를 구성, 한은법 개정안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를 벌이기로 했다.정부와 민주당이 각각 제출한 개정안을 비교 검토, 미비점을 보완하겠다는것이다.

금융통화정책의 두 실세인 홍부총리와 김총재의 주장중 어느 쪽의 논리가 더설득력을 얻게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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