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의욕이 꺾이면...

입력 1993-10-05 00:00:00

"창피는잠시 돈은오래" 강원대의 모 교수가 낱낱이 지적한 대학 내의 비리가얼마전 어느 일간지에 크게 보도된 일이 있다. 그 가운데 학생들이 교내의길 한복판에서 놀이를 하느라 교통방해를 예사로 하는 것이 지적되어 있다.그러나 신문에서야 무어라 하건 요사이 부쩍 더 심하다. 왜 그런가. 생각 끝에 나는 그것이 요즘의 {개혁}과 유관하다는 결론을 얻었다.새 정부가 들어선 뒤 개혁의 무대 위에는 부정부패의 주인공들이 계속 끌려나와서 망신을 당했다. 그런데 그들은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되레 큰 소리를치고 퇴장하기도 하고 직책을 바꾸거나 아니면 기껏해야 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종결이 되고 있다. 이런 광경에 익숙해지다 보면 도덕적 감각이 마비된다. 뿐만 아니라 관중들은 무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오히려 부패와 친숙해지고 또 미워하는만큼 닮아가는 경향마저 있다.한 밑천 잡은 뒤 관직에서 쫓겨난들 돈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야 겁날것이 무엇인가. 창피는 잠시고 돈은 오래 간다. 사람들은 부패로 돈을 번 사람들을보고 오히려 부러워할 수가 있을 것이다. 요즘의 개혁이라는 것이 이런 비교육적 효과도 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죄인이 더 잘 살아 5공청문회 때도 그랬다. 곧 요절이 날 것 같이 다그치는데결과는 아무 것도 없다. 마치 시골 장터에서 촌사람들이 삿대질을 하며 싸우는 것 같았다. 요즘도 그 비슷하다. 전직 대통령에게 대들던 감사원장은 어디로 갔는가.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고 정사의 구별이 없다는 것을 보여줄 따름이다.

학생들이 신문, 방송, 가정, 사회에서 도덕적 불감증을 배워오고 판단력 마비를 얻어 온다. 대학교수 또한 저도 모르는 새 그렇게 물든다. 그러니 정치나 사회를 그냥 두고 대학만을 탓해 무엇하랴! 대학보다 교육적 효과가 더 큰것이 정치다.

나는 홧김에 {옛날 임금님들 정치에 좋은 점이 있었다!}라고 말해본다. 임금들은 일벌백계를 위해 백주대로에서 범인을 만인이 보는 앞에서 처형했다. 요사이는 사람들을 끌어내어 망신만 주고 있는데 망신당하는 사람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죄가 예사가 되었고 또 죄인이 더 잘 사니 오히려 범죄가 장려되고있다.

한탕주의를 잡아야 이 나라가 이만치라도 잘 살게 된 배후에는 돈 모으는 재미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힘쓴 기업가들이 있다. 안먹고 안쓰고 저축한 국민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금융실명제로 신명이 나지 않고 의욕을 잃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실명제를 하되 정부는 그런 사람들의 사리사욕을 꺾지를 말고 다소간 북돋우어서 나라를 살찌우도록 도모해야 할 줄 안다.

국세청이 할 일을 더 단순화하고 줄인다면 정부는 세무공무원들의 신세를 덜져도 될 것이고 또 기업가와 저축인들의 의욕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정부는 과거에 공직을 이용하여 불의로 모은 재물에 대하여는 추징된 세금이엄벌이 될만큼 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만 좋은 자리에 있을때 한탕하고 물러나는 한탕주의를 없앨 수 있고 국민의 도덕심 회복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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