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선전승} 제동의 의미

입력 1993-06-12 08:00:00

11일 실시된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민자당이 2개지역에서는 승리했으나 명주.양양지구에서 패배, 개혁정국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김영삼대통령의 정치적 배려속에 출마한 김명윤후보의 낙선은 김대통령의 독주에 처음으로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민자당은 4.23보선에서의 완승에 이어 이번에도 3개의석을 모두 석권함으로써 김대통령의 개혁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확인하려는 의욕을 보였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명주.양양에서의 패배는 분명히 집권여당에 적잖은 타격을 줄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선거가 지역선거에 불과하고 그 결과가 모든것을 말해주는 척도일수는 없다. 하지만 3개선거구중 민자당이 중앙당차원에서 가장 총력을 기울였던 지역에서 패배했다는 것은 민주당의 주장대로 개혁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시각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간과할수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새정부 출범후 숨을 죽여 왔던 민자당내 민정.공화계측이 이번선거를 계기로 민주계에 비판적인 자세를 보일 소지도 없지않다. 그동안 개혁과 사정한파에 대해 냉소적이었던 세력이 여권내에 엄존해 있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이들이 보선결과를 빌미삼을 가능성은 배제할수 없는 것이다.또한 야당인 민주당입장에서는 개혁물살속에서 허우적거리기만 해온 무기력에서 벗어날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비단 1석밖에얻지 못했지만 이것이 {거여}에 의한 일방적 정국주도에 대한 국민적 견제심리가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제 민자당은 이번 보선결과에 대해 겸허한 자기반성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보궐선거를 개혁에 대한 중간평가로 몰고 가려는 발상자체에 문제가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지역적 연고도 없는 후보를 출마시켜도 대통령이나 개혁을 내세우기만하면 당선될 것이란 자만심이 없었던가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또 개혁정국속의 선거라면서 상호비방 인신공격 흑색선전등 선거의 양상이구태의연했던 점도 시정돼야 할 과제다. 어느 특정인의 당선을 위해 당대표를위시한 40여명의 현역의원이 대거 동원되는 등의 과열상을 조장하는 선거풍토는 더이상 되풀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아무튼 이번 보선결과는 여러가지 시사하는바가 적지않다. 여당의 독주도 배제돼야 하지만 야당이 허약해서도 안된다는 교훈을 남겨줬다. 이것이 우리 국민이 정치권에 주는 엄숙한 주문임을 여.야가 모두 되새겨야한다. 이번 보선을 계기로 그간 표류하던 정당정치가 본궤도로 진입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