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놀고 뭉칫돈 챙길 자유

입력 2021-09-28 18:36:21 수정 2021-09-28 19:56:56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1951년에 태어났으니 올해 만 70세인 일본인 마스다 무네아키(增田宗昭). 그는 사가현(佐賀縣)에서 인구 5만 명인 다케오시(武雄市)의 시립도서관 운영을 2013년부터 맡아 2016년 방문자 수 100만 명을 넘게 만든 기업인으로 한국인에게 알려지고 있다.

대학 졸업 뒤 여성복 회사에 10년 다니다 독립해 1983년 처음 츠타야(蔦屋) 서점을 낸 그는 매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민 혁신으로 현재 연매출 2조 원과 전국 1천400곳이 넘는 사업장, 회원 6천만 명을 갖고 있다. 고객 최우선 경영 철학 바탕 위에 생활 관련 여러 일을 다루는 그의 성공담은 그저 그랬던 다케오시립도서관 혁신에서도 나타났다.

시민 중 20%만 겨우 찾던 시립도서관을 부탁한 시장의 요청으로 도서관 혁신에 들어간 그는 그동안 쌓은 고객 최우선 서점 운영 방식을 접목했다. 시설 구조 변경에 18만 권 장서의 옛 분류 방식도 버렸다. 츠타야 서점처럼 독자를 위한 생활형 위주로 재분류, 배치했다. 직원들도 사서(司書) 기능에서 벗어나 봉사자로 거듭나게 훈련했다. 고통과 시련은 당연했지만 결국 외지인 40만 명 등 매년 100만 명 넘는 고객이 찾는 명품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이런 그가 이끄는 회사(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의 경영 철학에는 독특한 점이 있다. 즉 창업 이래 중시한 '약속, 감사, 자유'의 신념 유지다. 특히 '자유'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그만두려고 생각한 일은 그만둘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급여를 받으려고 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라는 가치관이다.

또한 자신의 회사와 가맹 관계인 매장들이 '아무리 돈을 벌어도 로열티 이상 청구하지 않으며, 반대로 자신의 경영이 힘들어도 가맹점에 손을 벌리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즉 본사와 가맹점은 '서로 독립된 경영체로 각각의 가치와 역할을 서로 활용하여 공존하는 관계'를 유지한다. 우리 사회에 흔한 그런 갑을(甲乙) 사이가 아닌 셈이다.

본사 갑과 가맹점 을의 갈등이 일상이고, 일하지 않고도 뭉칫돈을 챙기는 불로소득과 부당이득의 자유가 날뛰고, 국민의힘 곽상도 국회의원 아들 50억 원 퇴직금 논란 등 온갖 특혜 시비로 날이 새는 우리 현실에서 이웃나라 한 70대 기업인의 행적은 그저 믿기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