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없이 살수나 있겠나"…명문대 딸 7년째 백수, '뒷바라지' 엄마는 한숨

입력 2026-11-04 09:51:45 수정 2026-11-04 10: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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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이호선 상담소. tvN 방송화면 캡처
tvN 이호선 상담소. tvN 방송화면 캡처

전교 1·2등을 놓치지 않을 만큼 공부를 잘했고, 명문 고등학교와 대학까지 졸업한 딸이 취업 두 달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7년 동안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지내자 어머니는 생계와 딸의 미래를 동시에 걱정하고 있었다.

3일 방송된 tvN STORY '이호선 상담소'에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딸이 걱정이라는 어머니와 딸이 함께 출연했다.

어머니는 딸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딸이 똑똑해서 항상 전교 1등, 2등을 했다.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니까 고등학교도 자사고를 다녔다. 대학교 졸업할 때만 해도 속을 안 썩였다. 당연히 사회생활을 잘할 줄 알았다. 취업 두 달 만에 말도 없이 사표를 냈다. 그 뒤로 7년 동안 백수"라고 말했다.

딸이 직장을 그만둔 뒤에도 별다른 경제활동을 이어가지 않자 어머니의 걱정은 커졌다.

어머니는 "직장 생활을 왜 안 하냐고 하니까 힘들어 죽겠다고, 자기와 안 맞는다고 한다. 친구들은 만나고 다닌다. 온갖 핑계를 대면서 그만두고, 그만두고. 30살인데 일한 기간은 1년도 안 된다"라며 "제가 입주 도우미로 힘들게 일하는데 딸은 실컷 자고 일어나서 놀고먹고. 일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없으면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지"라고 토로했다.

딸이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식품회사에 취업해 두 달간 근무했고, 이후 어머니가 운영하던 카페에서도 함께 일했다. 영어학원 교사로 일한 경험도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딸이 카페에서 일할 당시 약속한 출근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어머니는 카페를 정리하기 전 딸에게 감정평가사 시험을 준비하도록 권유하기도 했다. 공부를 잘했던 만큼 시험에 도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딸은 1차 시험에서 합격하지 못했다.

이후 딸은 창업을 준비하면서 관련 경험을 쌓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딸의 이런 활동도 일보다는 노는 것에 가깝다고 받아들였다.

사연을 들은 이호선은 어머니에게 딸과 따로 생활하는 방안을 권했다. 딸에게는 어머니가 힘들게 일하는 상황을 고려해 일주일에 한 끼라도 정성껏 식사를 대접하고, 스스로 생계를 책임질 수 있도록 밥벌이에 나서라고 당부했다.

방송에서 소개된 모녀의 갈등은 청년층의 경제활동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다만 경제활동 통계에서 일하지 않는 청년을 모두 같은 상태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국가데이터처가 전국 표본가구의 만 15세 이상 가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13일부터 19일까지 청년층 가운데 주된 활동상태를 '쉬었음'이라고 답한 사람은 36만4000명이었다.

통계에서 '쉬었음'은 단순히 직장이 없는 청년 전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조사 당시 자신의 주된 활동상태를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사람을 가리킨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은 실업자로, 시험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취업준비 상태로 분류된다.

따라서 '쉬었음' 인구 통계만으로 청년들의 근로 의지나 취업 의사를 판단할 수는 없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과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은 통계상 구분된다.

청년들이 첫 직장을 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현실도 통계에서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7월 발표한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최종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청년이 첫 임금근로 일자리를 얻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1.2개월이었다.

학력별로는 고졸 이하가 평균 1년5.1개월로 집계됐고, 대졸 이상은 8.5개월이었다. 학교를 마친 뒤 첫 직장에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적지 않은 셈이다.

한국은행은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배경으로 기업의 경력직 선호와 수시채용 확대, 인공지능(AI) 기반 기술 변화, 경기 둔화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감소 등을 꼽았다. 경력이 있어야 취업에 유리하지만,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은 경력을 쌓을 기회부터 얻기 어렵다는 점도 구조적인 요인으로 지목했다.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후 고용 형태에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국은행이 올해 1월 발표한 '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영향 평가'에 따르면 청년기에 미취업 상태가 1년간 이어진 사람은 5년 뒤 상용직으로 일할 확률이 66.1%로 추정됐다. 미취업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면 해당 확률은 56.2%로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