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19일 '검토' 언급 이틀 만에 시점 명시…박정천과 요새화 현장 시찰도
김여정 북한 부장은 21일 "10월 중으로 대한국 심리전 확성기들이 전 국경선에서 가동 상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틀 전 '검토'를 언급한 데서 구체적 시점까지 못 박으며 위협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김 부장은 이날 오후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의 전술적 사냥조들은 새로운 진지들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앞서 김 부장은 지난 19일에도 담화를 내고 "대한국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부장은 한국군이 이날 최소 2곳에서 확성기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서는 "가장 정당한 조치이며 적합한 대응으로 된다"고 강변하면서, "적의 경고사격 도발이 경고성을 넘어 실제적인 우리의 영토안전, 장병들의 신변안전에 위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 우리 국경장병들은 이성을 잃은 무장깡패들을 사정없이 처치할 것"이라고 위협의 수위를 높였다.
김 부장은 지난 19일 담화에서 한국군 비무장지대(DMZ) 초소 등에서 "지난 8월 1일부터 10월 17일 사이에 확성기 경고방송이 2870차례, 경고사격이 201차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한국군은 군사분계선(MDL)을 넘나들며 철책을 설치하거나 지뢰를 매설하는 북한군에 대응해 경고방송·사격을 하고 있으며, 당국은 북한군이 올해 8~9월 50여 차례 MDL을 침범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정천 북한 국방성 고문은 이날 김 부장과 남부국경 요새화 현장을 시찰하며 "적이 도발을 해올 때에는 절대로 용납하지 말고 즉시 반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고문은 "조선의 국경무력은 추악한 적의 망동질에 매우 능숙하고 전문적이며 압도적인 군사행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앙통신이 시찰 일자를 20일로 보도한 데 대해 김 부장은 "나는 전날이 아닌 바로 오늘 21일 새벽에 국경의 여러 곳을 다녀왔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국경이 영구화되면 이 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 위험성은 의심할 바 없이 해소될 것"이라며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조치의 정당성을 거듭 내세웠다.
이번 담화와 현장 시찰은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DMZ에서 북한이 매설한 지뢰로 우리 군 장병 3명이 다친 사건이 배경에 있다. DMZ 지뢰 폭발 사고 이후 북한이 국경선 요새화에 대응한 한국군의 경고방송·사격을 문제 삼아 대남 확성기 재개와 군사적 대응을 언급하면서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이 가파르게 고조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대북 확성기 재개를 포함한 '비례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 심리전 방송 재개 등 상응 조치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행보가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방해받지 않고 마무리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MDL 월선에 따른 경고방송을 교묘히 이용해 대남 확성기 재개의 명분으로 만들었다"며 "대북 확성기를 선제적으로 중단했던 한국 정부가 이를 번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간파하고 압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확전 경로로 가지 않도록 경고방송을 줄이라는 것이 북한의 속내"라고 해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국경선 전면 요새화까지 남북 충돌이 없기를 바라는 것 같다"며 "내년에 작업이 마무리되면 김정은 위원장의 치적으로 대대적인 선전을 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짚었다. 양 교수는 "다만, 자제력을 갖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는 김여정의 언급은 남측의 대응을 봐가면서 대남 확성기 가동 여부를 다시 결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