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담배유해성관리법 시행, 2년마다 검사 안 하면 회수·폐기 합성니코틴 담배 편입 뒤 무니코틴 수입 급증… 유사니코틴은 법 밖
담뱃갑 옆면에 적힌 성분은 지금까지 니코틴과 타르를 포함해 8종이 전부였다. 이달 28일부터는 달라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에서 팔리는 담배 465개 제품에 어떤 유해물질이 얼마나 들었는지 담배 유해성분 공개를 처음으로 진행한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이 1년 만에 첫 성적표를 내놓는 셈이다.
◆ 8종에서 44종으로, 전자담배도 20종
새 법은 담배 제조·수입업자가 제품마다 유해성분을 검사해 식약처에 내도록 했다. 일반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는 벤젠, 타르 등 44종을 검사한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과 포름알데히드를 포함해 20종이다. 검사 대상 목록은 지난해 11월 담배유해성관리정책위원회가 확정했다.
검사는 아무 실험실이나 할 수 없다. 식약처는 국제표준 시험 적격성(ISO/IEC 17025)을 인정받은 기관 세 곳을 우선 검사기관으로 지정했다. 법 시행 당시 팔리던 담배는 올해 1월 말까지 검사 의뢰를 마쳤고, 그 결과를 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달 말 공개한다.
해외는 이미 이 길을 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93개, 캐나다 보건부는 44개 유해물질을 분석해 공개하도록 법으로 정해 두고 있다.
◆ 2년마다 검사, 안 하면 회수·폐기
검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업체는 2년마다 품목별로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하고, 결과를 발급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 새로 내놓는 담배는 판매를 시작한 뒤 한 달 안에 검사를 맡겨야 한다.
검사를 하지 않거나 결과를 내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받는다. 이를 따르지 않은 담배는 시장에서 회수돼 폐기된다. 검사 결과를 거짓으로 꾸며 내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식약처는 국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유해성분 정보를 차질 없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 '덜 해롭다'던 전자담배, 검증대에
이 제도의 파급력이 가장 큰 곳은 전자담배다. 다국적 담배회사들은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이 90~95% 적다고 광고해 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해물질이 적다는 것이 질병 위험이 줄어든다는 뜻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지금까지는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소비자가 확인할 길이 없었다.
시장은 이미 전자담배로 기울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담배시장 동향을 보면 2024년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6억6천만 갑으로 한 해 전보다 8.3% 늘었다. 전체 담배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4%로 역대 가장 높았고, 같은 기간 일반 궐련은 줄었다.
◆ 숫자 공개의 역설
공개 방식을 두고 보건학계는 다른 걱정을 한다. 품목별 함유량을 숫자로 나란히 보여 주면 흡연자가 수치가 낮은 담배를 '덜 해로운 담배'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다. 한 담배규제 연구기관장은 "사람들이 담배를 끊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저타르 담배를 찾았던 것과 같은 왜곡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방법으로 공개했을 때 흡연자들의 오해를 최소화할 것이냐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대학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담배 안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 소비자들이 몰랐지 않느냐"며 "그것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업계 불만도 있다. 담배 제조·수입업계는 여러 물질이 섞인 타르를 개별 성분과 같은 선상에서 검사 대상에 넣은 것은 시험법이 모호하다고 반발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중소업체들은 수백 종에 이르는 향료별 검사 비용이 과도하다고 호소한다.
◆ 합성니코틴 잡자 '무니코틴'이 늘었다
법의 그물은 올해 한 번 더 넓어졌다. 담배의 정의를 연초 잎에서 니코틴으로 바꾼 개정 담배사업법이 4월 시행되면서, 그동안 담배가 아니던 합성니코틴 액상도 담배 규제를 받게 됐다. 유해성분 검사 의무도 함께 적용된다.
그러자 다른 쪽이 커졌다. 이인영 의원실이 관세청에서 받아 지난 4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 무니코틴 용액 수입액은 921만 달러로 한 해 전보다 두 배를 넘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6일 내놓은 보고서는 '무니코틴'이라고 적힌 액상 전자담배 12개 가운데 7개에서 니코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규제망을 벗어난 '6-메틸니코틴' 같은 유사니코틴 액상이 무인 자판기와 온라인으로 대거 유통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앞서 언급한 담배규제 연구기관장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업계는 대규모 재고를 쌓는 등 다음 수를 뒀다"고 말했다. 이달 28일 공개되는 성적표는 법이 담배로 부르는 제품만 담는다. 유사니코틴 액상을 담배사업법 안으로 들이는 추가 입법은 아직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