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세 대가라는 대미 투자, 시험대 오른 한미동맹

입력 2026-10-0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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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한국의 1천500억달러 조선업 투자를 두고 "한국이 관세를 낮추기 위해 대가를 치렀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국 투자가 확정되지 않은 알래스카 LNG 사업이 사실상 합의된 듯 발표하기도 했다. 안보에서는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고 김정은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한미동맹이 통상과 안보 양쪽에서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한중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가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미 하원 중국특위 위원장은 최근 한국의 대중(對中) 접근과 중국 내 반도체 투자를 문제 삼으며 미 행정부에 한국 정책을 점검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대북정책은 더 심각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북미대화의 '피스메이커'가 돼 달라고 하고 자신은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했다. 그러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장은 한국과 마주하는 것 자체가 "악몽"이라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페이스메이커는커녕 대화조차 못 할 판이다. 자주국방과 동맹 현대화도 충돌 소지가 크다. 정부의 국방비 확대, 전작권 전환, 방위 책임 강화는 미국의 방위비 부담 확대 요구와 일부 접점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 현대화는 중국 등 역내 위협 대응과 주한미군 역할 확대를 지향하는 만큼 대만 유사시 한국 연루(連累) 우려 등 불확실성을 키운다.

정부는 대미 투자의 '상업적 합리성'을 강조하지만 트럼프는 관세 인하의 대가라고 못 박고 알래스카 LNG 투자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 한중관계 복원, 남북대화, 전작권 전환까지 상충하는 목표를 '실용'이라며 좇고 있다. 선택권이 있다면 실용이지만 선택을 강요받는 순간 딜레마가 된다. 정부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양보할지 분명히 정하지도 못한 채 휘둘리고 있다. 미국은 통상과 안보에서 선택을 요구하고 북한은 대화 자체를 거부한다. 외교 선택지를 넓히겠다던 실용외교가 오히려 선택지를 좁히는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