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이르쿠츠크 항페스트연구소 직원 다리야 시필로바 사망…러 보건당국 "직업 관련 미생물 미검출"
러시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항페스트연구소 직원 다리야 시필로바(28)가 숨진 뒤 페스트(흑사병) 감염 의혹이 불거지면서 접촉자 약 200명이 격리·관찰 대상에 올랐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시필로바는 지난달 25일 연구소에서 작업하던 중 폐페스트 병원체가 든 시험관을 깨뜨렸다. 이후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폐렴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으며, 10월 1일에서 2일로 넘어가는 밤에 숨졌다.
러시아 보건감독청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는 시필로바와 접촉한 약 200명을 대상으로 방역 조치를 시행했다. 일부 접촉자에서 감기와 코로나19 양성이 나왔지만, 위험 감염병 병원체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는 시필로바의 검체에서 "직업 활동과 연관된 미생물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연구소의 생물안전 요건 준수 여부도 점검했으나 병원성 미생물과 관련된 비상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격리 조치는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시필로바가 치료받던 병원은 격리됐고, 연구소 직원 60명 이상은 건물 내부에 갇혔다. 인구 약 4만 명의 셸레호프시 시장 막심 모딘은 시필로바가 입원했던 지역 병원 입원동이 폐쇄돼 환자를 받지 못하고 일부 검사도 중단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의 공식 입장은 혼선을 빚기도 했다. 부랴티야 공화국 수장 알렉세이 치데노프는 초기에 시필로바가 페스트로 사망했다고 공개 메시지를 올렸다가, 이후 '가능성이 있다'는 표현으로 수정했다.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가 "이 분야 전문성을 갖춘 주무 기관"이라며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들의 공식 정보를 들을 것"을 촉구했다.
미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5일 "연구소 직원이 감염돼 확산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종류의 감염이 퍼지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어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루비오 장관은 "경보를 울릴 원인은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같은 날 상황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폐렴형 페스트는 페스트균이 폐를 침범하는 형태로, 고열과 혈담을 동반한 기침이 나타날 수 있다. 사람 간 직접 전파가 가능해 선페스트보다 위험도가 높다. 이번 사건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러시아에서 10년 만의 페스트 감염 사례가 된다. 유럽에서 인간 페스트 발병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이후 보고된 적이 없다.
현재까지 접촉자 가운데 이번 사건과 관련된 페스트 감염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 당국은 연구소 내 안전 규정 위반에 따른 사망 가능성을 수사하는 형사 사건을 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