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심야 X 정치'를 두고 말들이 많다.
X(엑스, 구 트위터) 계정에 정책과 인사, 정치권 논쟁에 직접 뛰어드는 게시물이 부쩍 늘면서 "너무 자주 쓴다"는 비판에 급기야 'SNS 중독'이라는 다소 비하적인 표현까지 등장했다. 공식적인 '중독' 진단은 표준화된 의학적 기준을 바탕으로 질병코드를 판정하는 의료진 고유의 전문 영역인데, 그런 판정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중독이라고 표현하면 자칫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될 소지가 있다.
아무튼, 실제로 게시량은 눈에 띄게 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X에 지난 6월과 7월 각각 80건 넘는 글을 올렸다. 이후 8월엔 37건으로 줄었지만, 9월 21~27일 해외 순방 중 32건을 게시했고 귀국 후 6일 동안엔 39건을 더 올리는 왕성한 X 활동을 펼쳤다.
이렇게 대통령이 SNS를 열심히 하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일까.
미국 대통령부터 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트럼프 '트루스소셜' 읽다 보면…李 대통령은 오히려 얌전한 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트루스소셜은 사실상 백악관 제2브리핑룸이다. 정책 발표, 외교 현안, 인사, 정치적 상대에 대한 공격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올린 글이 곧 뉴스가 된다.
그 뉴스량이 엄청나다. 지난해 12월의 경우 밤 9시부터 자정까지 불과 3시간 동안 게시물 및 재게시물을 158건이나 쏟아낸 적도 있다. 거의 1분당 1건 꼴이었다.
그에 비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며칠 동안 수십건 올린 것을 두고 '중독'이라는 비유를 붙이는 건 과하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사실 SNS는 언론 보도를 거치며 대통령의 뜻이 재해석되는 것보다 국민이 대통령의 생각을 원문 그대로 곧장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더구나 첨단 플랫폼을 능숙하게 활용한다.
하지 않거나 할 줄 모르는 것보다는 '낫다'. 일단 여기까지만 보면 그렇다.
◆하루 160분 X 하는 밀레이…'중독' 잣대라면 누가 형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한술 더 뜬다.
밀레이 대통령은 TV와 SNS를 이용해 정치적 기반을 키운 대표적 지도자로, 특히 X 활동량이 상당하다. 현지 언론 분석에 따르면 올해 7월에는 하루 평균 84분을 X에서 보냈고, 8월 하순 열흘 동안에는 26시간 넘게 접속했다. 하루 평균 약 160분.
정적과 언론을 직접 공격하고 지지자들의 게시물을 대량으로 공유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확산하는 스타일이다.
이쯤 되면 이재명 대통령에게 'SNS 중독'이라는 표현을 붙이려면 부에노스아이레스부터 중독 진료 예약을 잡아줘야 할 판이다.
◆'도배'를 넘어 'SNS 외교위기'까지…페트로의 사례
더 나간 사례도 있다. 올해 8월 퇴임한 구스타보 페트로 전 콜롬비아 대통령이다.
현지 언론은 그를 아예 '강박적 트위터 이용자'(tuitero compulsivo)라고 표현했다. 재임 기간 직접 작성한 게시물이 약 1만5천건에 이르렀다는 집계도 나왔다.
단순히 SNS에 글만 많이 썼던 게 아니다.
2025년 미국이 콜롬비아 국적 불법이민자를 송환하는 과정에서 페트로 전 대통령이 새벽 X 게시물로 미국 군용기의 입국을 거부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관세와 제재를 경고했고 양국은 실제 무역분쟁 직전까지 갔다. 이후 외교당국이 수습하면서 하루 만에 충돌을 봉합했다.
SNS에는 흔히 '대국민 소통' '직접 정치' 같은 긍정적 수식이 붙는다. 그러나 페트로 전 대통령 사례는 같은 도구가 순식간에 'SNS발 외교위기'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대통령의 공식 정책 결정은 통상 참모진과 행정부의 검토, 법률적 절차, 사안에 따라 의회 등의 견제를 거친다. 반면 SNS에는 게시 버튼을 누르기 전 거쳐야 하는 제도적 '결재선'이 없다. 국가수반이 직접 쓰는 몇 줄이 순식간에 정부 입장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는 장점인 동시에 위험요소다.
◆글 몇 건이냐가 문제는 아니다…대통령 SNS의 '속도와 무게'
결국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국가 정상이 SNS를 직접 쓰는 게 문제인가.
꼭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통령이 대변인 뒤에 숨어 정제된 보도자료만 내놓는 게 아닌, 자신이 직접 생각을 밝히고 국민 반응을 확인하는 건 분명 현대 정치의 새로운 소통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밀레이 대통령, 페트로 전 대통령 사례를 보면 국가수반이 SNS를 사실상 정치·정책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현상 자체는 더 이상 이례적인 일도 아니다.
그런 의미라면 이재명 대통령의 X 정치는 꽤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깝다고 해도 될 듯하다.
문제는 여기서 다시 생긴다. 트럼프·밀레이·페트로가 그 스탠다드의 대표 사례라면, 과연 따라하고 싶은 스탠다드인가.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매일 X에 글을 3건 쓰느냐 10건 쓰느냐를 놓고 정상적인 사용량을 정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단순히 게시 건수를 비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글의 숫자가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쓴 한 문장이 만들어내는 무게다. 정책을 설명하고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고 국민과 직접 대화하는 글이라면 SNS는 강력한 소통 도구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감정적인 반응이나 충분히 숙고하지 않은 표현이 정부의 공식 입장처럼 받아들여진다면 빠른 소통은 빠른 사고(事故)로 바뀔 수 있다.
SNS는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거리를 단숨에 줄이는 직통로다. 하지만 가속페달은 있어도 제동장치는 약하다. 잘 쓰면 가장 빠른 대국민 소통창구가 되고, 잘못 쓰면 가장 빠르게 커지는 정치·외교 사고의 출발점이 된다.
비유컨대 SNS는 대통령에게 확성기를 하나 더 쥐여줬다. 핵심은 확성기의 성능이 아니라, 그 앞에서 무슨 말을 하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