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인적 쇄신을 둘러싼 시선이 청와대에 집중돼 있는 사이, 2일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첫 고위 인사에서 음주운전 전력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청을 대체할 새 수사기관의 첫 지휘부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단순한 개인 흠결을 넘어 인사검증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행정안전부는 전날(1일) 중수청 차장과 전국 6개 지방중수청장 등 1급 수사관 7명의 임용 예정자를 발표했다. 수원지방중수청장에는 김건희특검 특별검사보를 지낸 김형근 변호사가 내정됐다.
◆청와대 인선은 일단 넘겼는데, 중수청 첫 인사서 음주운전
공교롭게도 같은 날 청와대에서는 하준경 정책실장, 문신학 경제성장수석, 송영길 평화외교특별보좌관, 김병주 국방정책특별보좌관 등이 포함된 인사가 발표됐다.
최근 인사 실패와 낙마가 이어지면서 청와대 인사검증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어서 관심도 자연스럽게 이쪽에 쏠렸다.
일부 인사를 둘러싼 과거 논란은 있었지만, 이번 인선에서 당장 새로운 중대한 결격 사유가 튀어나오지는 않는 듯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시선은 중수청으로 옮겨갔다.
이날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수원지방중수청장 임용 예정자인 김형근 전 김건희특검 특별검사보는 서울고검 검사로 근무하던 2022년 12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일보가 확인한 판결문에 따르면 김형근 전 특검보는 2022년 12월 22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소재 주차장에서 사평대로 인근 도로까지 약 1.2㎞를 운전하다 적발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34%였다.
이후 법무부는 2023년 2월 김형근 전 특검보에게 견책 징계를 내렸다. 김형근 전 특검보는 이후 검찰을 떠났고, 민중기 특별검사가 이끈 김건희특검에서 특검보로 활동했다.
◆검증에서 알고도 임용…쟁점은 '왜 괜찮다고 봤나'
그런데 김형근 전 특검보 측은 이 전력을 인사검증 과정에서 숨긴 것도 아니라고 밝혔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형근 전 특검보는 "음주 측정 12시간 전에 음주를 했는데 혈중알코올농도가 그 정도 수치로 나올 줄 몰랐다"며 "고의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고 인사검증 과정에서도 그 부분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이번 논란은 '검증에서 놓쳤다'기보다 '알고도 임용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쪽으로 옮겨간다.
수원지방중수청장은 전국 6개 지방중수청 가운데 하나를 이끄는 1급 수사관으로, 검찰 체제의 검사장급에 준하는 핵심 수사 지휘 보직이다. 새 수사기관의 첫 지휘부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도덕성과 준법성에 대한 기준이 더 엄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건 지난 9월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인사 시스템 재점검"을 천명한 걸 불과 며칠 만에 대놓고 거스르는 꼴이 된다.
◆음주운전 인사 반복될수록…김승원 때처럼 이재명 대통령도 다시 소환
이번 논란이 김형근 전 특검보 개인의 과거 전력 조명에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이유는 이미 비슷한 장면이 한 달 전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김승원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판사 퇴직 뒤인 2008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은 곧바로 인사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에게까지 번졌다. 이재명 대통령 본인의 2004년 음주운전 전력이 소환된 것.
아울러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내각에서 음주운전 전력이 확인된 주요 인사들이 다시 한꺼번에 조명됐다. 당시 공개자료를 기준으로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최교진 교육부 장관, 오상호 청와대 제2부속실장 등 5명이 거론됐고, 김승원 후보자가 임명됐다면 6명으로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김승원 후보자는 이후 사퇴하면서 이 숫자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가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인사를 주요 공직에 계속 발탁할수록 논란은 해당 인사의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현 정부가 음주운전 전력을 어느 정도까지 용인하는가"라는 인사 기준 문제로 확대된다. 그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 자신의 과거 음주운전 전력 역시 자연스럽게 다시 비교 대상 첫 줄에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김형근 전 특검보는 자신의 음주운전 전력을 인사검증 과정에서 이미 설명했다고 밝힌 만큼, 이번에는 '검증에서 놓쳤느냐'보다 '알고도 왜 적격이라고 판단했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승원 후보자 때 한 차례 불거졌던 질문이 중수청 첫 고위 인사를 계기로 되돌아오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