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른바 '명청대전'이라는 말까지 붙으며 심상찮은 구도에 의도치 않게 올랐던 두 사람이 다시 길게 마주 앉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한 것.
전날(1일) 청와대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전 대표는 4시간 동안 다양한 국정 현안 및 당내 사안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배석했다.
정청래 전 대표가 최근 건강 문제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것을 계기로 마련된 자리이지만, 4시간이라는 회동 시간과 '당내 사안'까지 논의했다는 청와대의 설명을 감안하면 단순한 병문안 성격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두 사람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얻을 것이 있는 만남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반등기에 '집토끼'까지 다시 묶기
우선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청래 전 대표와의 관계 회복은 최근 시작된 여러 여론조사 지지율 반등 흐름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청래 전 대표와의 화해 또는 관계 정상화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진보 진영 내부의 불필요한 균열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정청래 전 대표는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연임에는 실패했으나 최종 45.92%를 얻었다.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무시하기 어려운 당원 기반과 정치적 지분을 확인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도층 확장과 별개로 기존 지지층을 다시 단단히 묶어두는 작업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친명 대 친청' 구도가 계속 부각되는 것보다는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 자체가 당내 갈등을 낮추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정청래 전 대표도 얻는다…'전직 대표' 넘어 존재감 재확인
정청래 전 대표가 얻는 것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별도의 4시간 만찬 자리를 마련했다는 사실 자체가 정청래 전 대표의 정치적 비중을 다시 확인해준다.
정청래 전 대표는 8·17 전당대회에서 김민석 대표에게 패한 뒤 당 지도부에서는 물러났다. 그럼에도 45.92%의 득표를 확보한 만큼 당내 친청계와 적극적 개혁 성향 당원들의 구심점으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국정 현안뿐 아니라 '당내 사안'까지 장시간 논의했다는 것은 정청래 전 대표가 단순한 전직 대표나 평의원 가운데 한 명으로 정치적 위상이 축소된 것은 아니라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특히 전당대회 당시 친명계 후보들이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자기 정치" "당정 갈등" 등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당내 고립 이미지를 상당 부분 걷어내는 효과가 있다.
향후 개각이나 당직과 같은 구체적 자리를 의미하지 않더라도 향후 여권 내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정치적 당사자로서 공간을 다시 확보하는 셈이다.
◆'화해'인가 '전략적 휴전'인가…4시간 대화 내용이 관건
다만 이번 만남을 곧바로 '명청대전 종료'로 단정하긴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검찰개혁 속도와 방식, 당 운영, 지방선거 결과 평가 등을 두고 이견이 있다는 해석이 지속돼왔다. 지난 6월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 환송 행사에 당시 정청래 대표가 초청받지 않으면서 갈등설이 증폭됐고, 전당대회에서는 아예 '명청대전'이라는 표현이 주요 공격 소재로 사용됐다.
정청래 전 대표는 당시 "명청대전은 실재하지 않는다"며 이재명 대통령을 "존경하는 동지이자 전우"라고 밝혀 갈등설 자체를 부인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회동은 완전한 화해일 수도, 필요에 따른 전략적 휴전일 수도 있다. 또는 김민석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여권 내부 세력 관계를 다시 조정하는 과정일 가능성도 있다.
한편, 근황을 마치 일기처럼 전하는 정청래 의원 페이스북(정청래의 알콩달콩)에는 이날 만찬 관련 게시물은 2일 오전 7시 기준 아직 올라오지 않은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