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로 뛰어줘" 할머니 유언 지킨 허미미…日서 '금빛 업어치기'

입력 2026-10-01 17:47:03 수정 2026-10-01 1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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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나고 자란 재일교포, 5년 전 韓국적 선택
"금메달 따서 할머니 묘소에 바친다" 약속 지켜

1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전. 한국 허미미가 몽골 아리운자야 테르비시를 상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전. 한국 허미미가 몽골 아리운자야 테르비시를 상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꼭 금메달을 따서 할머니 묘소에 가져가겠다."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23·경북체육회)가 일본에서 스스로에게 했던 약속을 이뤄냈다. 한국 선수로 뛰기를 바랐던 할머니의 유언을 따라 태극마크를 택한 재일교포 허미미는 1일 자신이 나고 자란 일본에서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랐다.

허미미는 이날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아리운자야 테르비시(몽골)를 업어치기 유효승으로 제압했다. 한국 유도가 이번 대회에서 따낸 첫 금메달이다.

허미미는 경기 초반부터 흐름을 주도했다. 시작 12초 만에 업어치기로 유효를 얻은 뒤 상대의 공세를 막아냈고, 종료를 앞두고 다시 업어치기에 이은 굳히기로 시간을 흘려보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결승으로 향하는 과정도 비교적 순탄했다. 조마리하트 라파엘(필리핀)과 타오위잉(중국)을 한판으로 꺾었고, 준결승에서는 슈쿠르존 아미노바(우즈베키스탄)를 반칙승으로 넘었다.

허미미는 처음 밟은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개인전 금메달까지 거머쥐는 위업을 쌓았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2002년 일본 도쿄도 하치오지시에서 태어나 현지에서 자랐다.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지난 2021년 일생일대의 선택을 감행했다. "한국 선수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일본 대신 한국 국적을 택한 것이다.

허미미는 일제강점기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이라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독립운동가 후손이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에 선다는 서사에 국민적 응원도 이어졌다.

성적도 좋았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경험을 쌓은 허미미는 지난 2024년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7㎏급에서 정상에 올랐다. 한국 여자 유도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것은 29년 만이었다.

같은 해 파리 올림픽에서는 결승까지 올랐지만, 크리스티 데구치(캐나다)에게 패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허미미는 금메달을 따면 시상식에서 함께 부르겠다며 애국가까지 외웠다고 한다. 아쉽게도 당시에는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올림픽 이후에는 어깨 부상으로 수술과 재활을 겪으며 잠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김정훈 경북체육회 감독은 "미미는 회복 과정에서 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감각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떨어진 경기 감각을 되찾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고 말했다.

이에 대표팀 내부에서도 이번 대회를 무조건적인 '금메달 승부처'로 여기기보다는,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염두에 둔, 실전 감각을 다시 끌어올리는 기회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허미미는 파리 올림픽에서 이루지 못했던 '애국가 제창'을 위해 애국가도 다시 익히는 등 금메달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허미미는 대회를 마친 뒤 할머니 묘소를 찾아 이번 금메달을 바칠 예정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