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만 봐도 히죽히죽, 아이들: 얼죽아] "아이 귀여워"

입력 2026-09-29 14:17:47 수정 2026-09-29 14:5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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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제29회 매일 어린이 사진전 금상. 이준규 작 '아이 귀여워'

1985년 제29회 매일 어린이 사진전 금상. 이준규 작
1985년 제29회 매일 어린이 사진전 금상. 이준규 작 '아이 귀여워'

1985년 제29회 매일 어린이 사진전 금상 수상작 '아이 귀여워'(이준규 작)다. 초등학교 저학년쯤 돼 보이는 남자 아이가 티셔츠로 감싼 병아리를 누나와 함께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다.

초등학교가 국민학교였을 시절, 학교 앞은 늘 북적였다. 하굣길 교문 한쪽엔 어김없이 달고나 장수나 뽑기 장수 아저씨들이 좌판을 벌였다. 그들은 아이들의 가난한 주머니를 노렸고 아이들은 무엇이든 구경거리가 필요했었으니.

그들 틈엔 가끔씩 병아리 장수 아저씨도 끼어 있었다. 아저씨의 종이상자 안엔 샛노란 병아리 수십 마리가 들어있었고 '삐약삐약' 울음소리를 내며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느 날 주머니 속 동전을 털어 병아리 한 마리를 받아왔다. 바라만 보던 귀여운 병아리를 데려간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 엄마에게 혼나긴 했지만 꾸지람은 잠깐이었다.

병아리의 새 집은 라면 상자였다. 사방에 숨구멍을 뚫어주고 바닥에는 신문지를 찢어 여러 겹 깔아줬다. 하지만 병아리가 죽는 데는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녀석은 모이도 먹지 않고 조는 듯 박스 구석에 앉아서 영영 눈을 뜨지 않았다. 나는 동네 공터 한쪽 구석에 땅을 파고 녀석을 묻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론 병아리를 사지 않았다.

이 사진을 보면서 그 시절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그 시절 학교 앞에서 데려온 병아리는 대부분 며칠을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런 병아리를 보면서 우린 무엇을 느끼고 자랐을까. 그 짧은 이별이 속상했다는 것밖에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자라면서 점점 병아리를 쉽게 사고 판다는 게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지 생각하게 됐던 것 같다. 병아리를 사긴 했지만 잘 키우는 방법은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했으니. 아무튼, 지금쯤 50대에 접어들었을 저 사진 속 아이의 병아리는 오래오래 살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