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조 미래기금, 정부 재량 키우고 국회 통제 줄였다

입력 2026-09-2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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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에 신설하는 미래대응기금이 2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당초 기금 예정액 162조3천억원에 50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이는 초과 세수를 더한다면 212조3천억원에 이른다. 규모만 놓고 보면 내년 정부 총지출(820조9천억원)의 4분의 1이 넘는다. 그런데 기금 운용에 대한 견제 강화는커녕 정부 재량(裁量) 범위만 넓어지고 있다. 내년 기금 사업 예산이 45조4천억원인데, 순수 지출사업 131건 중 119건은 부처별 요구액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출사업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게다가 정부는 국회 사전 통제 없이 돈을 쓸 길까지 넓히고 있다. 정부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기금 주요 사업비를 30% 이내에서 조정할 경우 국회에 변경안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세수 부족 시 기금을 정부 일반 살림살이를 메우는 데 옮겨 쓸 경우도 사전에 국회 변경안을 거치지 않는다. 사용 내역을 국회에 사후 보고한다. 지방 보조 사업비는 불가피한 사유로 쓰지 못한 돈을 최장 3년에 걸쳐 사용하도록 이월(移越) 규정까지 완화한다.

기금은 본예산보다 운용이 유연한 만큼 훨씬 엄격한 통제가 필요한데 정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사업비의 95%를 부처 요구대로 반영하면서, 정부가 국회의 재심의조차 없이 사업비를 조정할 수 있는 범위까지 넓혔다. 초과 세수는 정부가 창출한 재원이 아니라 경기와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좋아 국민과 기업이 더 낸 세금이다. 200조원이 넘는 기금을 정부가 더 쉽게 움직이고 국회는 뒤늦게 들여다보는 구조라면, 재정 운용 유연성이 아니라 통제 무력화(無力化)라는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