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100g 171mg·단감 149mg·사과 95mg, 껍질·씨 제거가 먼저 투석 환자 10만2033명 시대, 26일 문 연 병의원·약국 8472곳
국내 만성콩팥병 진료 환자가 2024년 34만6518명으로 10년 새 103% 늘었다. 최보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실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다. 추석 차례상에 오르는 과일은 이들에게 심장 박동을 흔드는 만성콩팥병 칼륨 뇌관이 된다. 안전과 위험은 과일 종류가 아니라 껍질을 벗기고 물에 담갔느냐에서 갈린다.
◆ 진료 환자 34만6518명, 투석만 10만2033명
같은 자료를 보면 투석 환자는 2024년 10만2033명으로 처음 10만명 선을 넘었다. 2015년보다 66.7% 늘었다. 만성콩팥병 총진료비는 2조8300억원으로 1년 새 1600억원 불어 단일 질환 가운데 3위에 올랐다.
환자는 고령층에 몰려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3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만성신부전 환자의 72.9%가 60대 이상이었다. 질병관리청이 올해 3월 공개한 2024 국민건강통계에서도 19세 이상 성인 유병률은 6.3%지만 70세 이상은 25.9%로, 네 명 중 한 명꼴이었다.
명절에 온 가족이 과일 접시를 나누는 밥상에 고위험군이 한 명 이상 앉아 있다는 뜻이다. 최보윤 의원은 지난 6월 만성콩팥병 관리 심포지엄에서 "말기신부전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2%에 불과해 일반적인 암 환자 생존율보다도 낮다"고 밝혔다.
◆ 칼륨 5.5 넘으면 부정맥 4.8배, 7.94에선 심정지
혈청 칼륨 정상 범위는 3.5~5.5mmol/L다. 대한신장학회는 5.5mmol/L를 넘으면 고칼륨혈증으로 진단한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연구팀이 2017년 발표한 입원환자 분석에서는 칼륨이 5.5mEq/L를 넘은 환자의 부정맥 발생 위험이 4.8배, 30일 내 사망 위험이 4배로 뛰었다.
6.0mmol/L 이상이면 심실세동 같은 치명적 부정맥 단계로 넘어간다. 신장 기능이 정상인의 25% 이하로 떨어진 신부전 환자가 특히 취약하다. 건강한 콩팥은 음식으로 들어온 칼륨의 90% 이상을 소변으로 내보내지만, 기능이 떨어지면 그대로 쌓인다.
지난 6월 중국 닝보시의료중심 리후이리병원이 공개한 증례에서는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가 칼륨을 보충하겠다며 바나나를 2주간 과다 섭취했다가 혈중 칼륨이 7.94mmol/L까지 치솟았다. 이 환자는 의식을 잃고 응급 혈액투석을 받았다.
◆ 배 171mg·단감 149mg·사과 95mg… 껍질과 씨부터 버린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이 2017년 정리한 과일 100g당 칼륨 함량을 보면 배가 171mg으로 중칼륨군에 속한다. 단감은 149mg, 사과는 95mg이다. 자료에 따라 사과를 146mg으로 잡기도 한다.
문제는 명절 밥상의 양이다. 배 한 개는 껍질을 깎아도 수백 그램이고, 곶감은 수분이 빠지면서 칼륨이 생감의 몇 배로 농축된다. 과일을 깎을 때 껍질과 줄기, 씨앗을 함께 걷어 내는 것이 첫 단계다.
◆ 10배 물에 2시간, 칼륨 30~50% 빠진다
대한신장학회가 지난달 내놓은 만성콩팥병 영양 식사 가이드라인은 재료 분량의 10배 이상 물에 2시간 이상 담그라고 권한다. 칼륨이 물에 녹는 수용성 전해질이어서 담가 두는 것만으로 빠져나간다. 이 방법으로 칼륨은 30~50% 줄어든다.
채소는 얇게 썰어 끓는 물에 데치는 쪽이 낫다. 학회의 투석 환자 식이 교육 지침은 데치기로도 30~50%가 줄어든다고 본다. 영남대학교병원 조리 가이드는 재료의 5배 물에 삶거나 데친 뒤 그 물을 반드시 버리라고 한다. 칼륨이 녹아 나온 국물을 국이나 찌개로 다시 먹으면 전처리가 무의미해진다.
◆ "완전히 제거되진 않는다"… 전처리 믿고 양껏 먹으면
전처리는 절반까지가 한계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칼륨을 줄인다고 해도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일이나 채소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주치의와 상의해서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신장학회 영양위원회는 물에 담근 사과·배라도 한 번에 1~2쪽으로 양을 제한하라고 권고한다. 임상영양 분야에서는 오래 담그거나 데치는 과정에서 비타민C 같은 수용성 비타민도 함께 빠져나간다는 점을 든다. 칼륨 수치가 정상인 초기 환자까지 과일과 채소를 일률적으로 끊으면 영양 불균형이 온다는 반론도 나온다.
환자 인식과 실제 행동 사이에도 틈이 있다. 대한신장학회 전해질고혈압연구회가 지난 7월 내놓은 조사에서 환자의 91.2%는 고칼륨혈증의 위험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68.8%는 엄격한 식이요법보다 약물 치료로 관리하는 쪽을 택하겠다고 답했다.
◆ 연휴 27일까지 비상진료… 경증 응급실은 22만원
보건복지부가 21일 내놓은 추석 비상진료 계획을 보면 연휴 나흘간 응급의료기관 416곳이 24시간 돌아간다. 문을 여는 병·의원과 보건소는 하루 평균 3495곳, 약국은 4383곳이다.
다만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를 찾은 경증·비응급 환자의 본인부담률은 90%다. 권역응급의료센터 기준 진료비는 22만원 안팎까지 올라간다. 손발 저림과 얼굴 경련, 근력 저하, 가슴 두근거림은 고칼륨혈증의 신호다. 경희대학교의료원은 혈액투석 환자가 명절 과일과 고칼륨 식품을 먹은 뒤 호흡곤란과 근육 쇠약, 부정맥으로 응급실에 실려 온 사례를 보고했다.
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모든 환자가 만성 콩팥병이 있다고 해서 칼륨 수치가 높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먼저 본인의 칼륨 수치를 확인해서 만약 높다면 저칼륨 식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과일을 먹을 때는 껍질과 줄기, 씨앗은 제거하고, 야채는 얇게 썰어서 따뜻한 물에 한두 시간 정도 담가놨다가 먹거나, 물에 삶거나 데쳐서 물은 버리고 먹으면 칼륨의 섭취량을 많이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