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4사 7~8월 즉시배송 매출 74.9~205% 증가 GS더프레시 퀵커머스 비중 9.9% 역대 최고, 절반이 신선식품
추석 연휴 택배가 멈추고 마트가 쉬는 사이 '추석 즉시배송' 수요가 몰리며 편의점 퀵커머스 매출이 1년 새 최대 205% 급증했다. 편의점 4사가 21일 내놓은 올해 7~8월 퀵커머스 매출 집계에서다. 명절 장보기의 공백을 메우는 창구가 대형마트에서 도심 편의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으로 옮겨 갔다. 차례 준비 도중 떨어진 대파 한 단, 식용유 한 병을 1시간 안에 받는 주문이 연휴 수요의 한복판에 섰다.
◆ 택배는 26일까지 멈추고, 마트는 27일 문 닫는다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추석 연휴인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택배 집하와 배송을 모두 멈춘다. 일반 택배 접수는 22일로 마감됐다. 연휴에 주문한 물건은 빨라야 연휴가 끝난 뒤에 움직인다.
오프라인도 막혀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상 이번 달 대형마트 정기 의무휴업일은 13일과 27일이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이 넷째 주 일요일과 겹쳤다. 28일 월요일은 대체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아 연휴는 나흘로 끝난다. 나흘 가운데 사흘은 택배가, 마지막 하루는 대형마트가 닫히는 셈이다.
◆ CU 205%·이마트24 182%… 배달앱 입점 편의점 2만 곳
편의점 매출 집계를 보면 CU의 7~8월 퀵커머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 뛰었다. 이마트24는 182%, 세븐일레븐은 150% 늘었다. GS25는 74.9% 증가했고, 상반기 기준으로도 60%를 웃도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배달의민족에 입점해 즉시배송을 돌리는 편의점 매장은 전국 약 2만 개다. 도심 점포망 자체가 물류 거점이 된 구조다. BGF리테일 집계로는 올해 상반기 CU의 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3시 심야 배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2.6% 늘었다. 스태티스타는 지난 6월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를 지난해 4조4000억원에서 2030년 5조9000억원대로 내다봤다.
◆ SSM 퀵커머스 비중 9.9% 역대 최고, 주문 절반이 신선식품
SSM 쪽 수치가 더 가파르다. GS더프레시의 올해 2분기 전체 매출에서 퀵커머스가 차지한 비중은 9.9%로 역대 최고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7.3%)보다 2.6%포인트 높다. 1월 1일부터 9월 6일까지 누적 퀵커머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7% 늘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상반기 퀵커머스 매출도 52.2% 증가했다. 배송 상권 반경을 4㎞로 넓힌 효과다. 롯데슈퍼는 지난 7일 전국 170여 개 점포에서 1시간 즉시배송을 재개했다. 3년 7개월 만의 복귀로, 최소 주문금액은 1만5000원이다.
점포 단위에서도 무게가 달라졌다. GS더프레시 충남 당진점은 하루 평균 300건가량의 배달 주문을 처리하며, 퀵커머스가 점포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한다. GS더프레시 관계자는 "퀵커머스가 1인 가구는 물론 가족 단위의 장보기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며 "보조적인 역할을 넘어 전체 매출을 견인할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 마트 쉬는 날 과일 81% 급증… 문 여는 날은 지자체마다 다르다
대형마트가 쉬는 날 수요가 어디로 가는지는 이미 숫자로 찍혔다. 코리아세븐이 지난 7월 내놓은 분석을 보면 의무휴업일 세븐일레븐 수도권 점포의 과일 판매량은 전주 대비 81% 급증했다. 계란은 50%, 채소는 24%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3일 발표한 8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 SSM 매출은 5.0% 늘어 8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농수축산물이 10.1% 뛴 영향이다. SSM 매출에서 신선·가공식품 등 식품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93.6%로, 비식품은 4.4% 줄었다.
휴업일 자체가 지역마다 갈린다는 점도 변수다. 충북 청주시는 19일 고시를 통해 연휴 기간 의무휴업일을 23일 수요일에서 추석 당일인 25일로 한시 변경했다. 대형마트 7곳과 SSM 36곳이 대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5월 내놓은 보고서로는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기초지자체는 전국 30곳으로 전체의 13% 수준이고, 평일 휴업이 적용되는 점포는 대형마트 67곳과 SSM 245곳이다. 같은 연휴에도 집 앞 마트가 여는지 여부는 주소지에 달렸다.
◆ "골목상권 사형선고"… 배달비·가격 인상이라는 뒷면
규제 완화 논의는 정면충돌 중이다. 충남소상공인연합회는 21일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두고 "소비자 편익이라는 미명하에 풀뿌리 골목상권을 사지로 내모는 골목상권 사형선고"라고 반발했다. 마트산업노동조합도 야간에 상품을 집품하고 포장하는 노동이 전제된다는 점을 문제로 든다.
소비자 쪽 여론은 반대 방향이다. 나우앤서베이가 지난 18일 공개한 설문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0.7%로, 찬성(34.2%)을 앞섰다. 영업시간 규제 시간대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지난 2월 발의된 뒤 국회에 머물러 있다.
퀵커머스 자체의 비용도 따져 볼 대목이다. 유통물류를 가르치는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방송 인터뷰에서 "편리함을 한 번 누리면 다시 불편함으로 가기가 어렵다"며 "전반적인 상거래 시장이 퀵커머스화 되면서 배달비가 당연히 붙으면서 상품 가격이 인상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산업연구원은 2022년 보고서에서 도심 물류거점(MFC)이 들어선 지역의 인근 편의점 매출이 8.4%, SSM 매출이 9.2% 줄었다고 분석했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전국 대다수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이번 명절 장보기의 마지막 창구는 다시 도심 점포망으로 넘어간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온라인 소비 확산과 플랫폼 중심의 유통구조 재편으로 소비자 구매 행태가 구조적으로 바뀌었다"며 "오프라인 점포 간 대체관계를 전제로 설계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의 적합성과 효과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