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공소취소' 논쟁, 박태준·트럼프·주마와 비교해보니…조건이 달랐다 [시사뒷담]

입력 2026-09-24 10:59:26 수정 2026-09-24 11: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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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호텔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투자 서밋 2026'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중단된 형사재판에 대한 '공소취소' 가능성이 정치권과 법조계의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과거 국내외 사례에도 관심이 향한다.

공소취소 전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국내 정치인 관련 공개 사례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박태준 전 민자당 최고위원이다. 해외에서도 정치인에 대한 기소를 검찰이 스스로 철회하거나 법원에 기각을 요청한 사례가 있다.

다만 사례들을 한데 모아 살펴보면 단순히 '전례가 있느냐'보다 왜 기소를 철회했는지, 어떤 절차를 거쳤고 그 결정이 이후에도 유지됐는지가 더 중요한 차이로 드러난다.

◆정치인 박태준도 공소취소…'광복 50주년 대사면' 일환

김영삼 정부는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공안사범과 일반 형사범 등 3169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사면 조치를 단행했다. 당시 포항제철 재직 시절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 중이던 박태준 전 최고위원에게는 검찰의 공소취소 조치가 취해졌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박철언 전 의원 등이 사면·복권된 것과 달리 아직 재판 중이던 박태준 전 최고위원은 공소취소 대상이 된 것이다. 정부는 당시 대규모 조치 전체에 국민화합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따라서 정치인의 형사재판에 공소취소가 사용된 뚜렷한 과거 사례인 건 맞다. 하지만 당시 공개적으로 제시된 배경은 기존 수사·기소 자체가 잘못됐다는 판단이라기보다 광복 50주년을 계기로 한 광범위한 국민화합 조치였다.

1970년 4월 1일 포항제철소(포스코) 착공식에서 (왼쪽부터)박태준 사장, 박정희 대통령, 김학렬 경제부총리가 착공 버튼을 누르고 있다. 매일신문DB
1970년 4월 1일 포항제철소(포스코) 착공식에서 (왼쪽부터)박태준 사장, 박정희 대통령, 김학렬 경제부총리가 착공 버튼을 누르고 있다. 매일신문DB

◆72년 된 제도…판례가 보여주는 공소취소의 무게

공소취소는 1954년 제정 형사소송법부터 존재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55조는 "공소는 제1심판결의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그 적용 범위를 오래 전부터 엄격하게 다뤄왔다.

1976년에는 이미 1심 판결이 선고됐다면 이후 재심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공소취소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1976. 12. 28. 선고 76도3203 판결). 이재명 대통령 사건 가운데 이미 1심 판단을 받은 사건에 제255조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법적 근거를 보여주는 판례다.

1977년에는 군법회의 사건에서 공소취소 뒤 같은 범죄사실을 다시 기소하려면 '다른 중요한 증거'가 발견돼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1977. 12. 27. 선고 77도1308 판결). 단순히 기존 증거를 다시 들고 나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취지였다.

2009년 대법원은 범죄사실 내용을 추가·변경해 재기소하는 경우에도 같은 제한이 적용된다고 봤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공소취소 뒤 실제 새로운 중요 증거가 발견됐기 때문에 재기소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9634 판결).

2024년에는 재기소 문턱을 더욱 분명히 했다. 공소취소 전에 충분히 수집·조사할 수 있었던 증거는 뒤늦게 확보했더라도 '공소취소 후 발견한 다른 중요한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면서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을 강조했다(대법원 2024. 8. 29. 선고 2020도16827 판결).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페이스북

◆박태준 전례, 李 사건에 그대로 대입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피고인인 5개 형사재판은 현재 모두 중단 상태다. 이 가운데 현행 형사소송법 제255조에 따른 공소취소가 가능한 것은 1심 판결 전 단계에 있는 사건들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들 사건의 수사·기소 과정에서 검찰권 남용이나 이른바 '조작기소'가 있었는지 확인한 뒤 문제가 드러날 경우 공소취소를 검토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범여권에서도 신중론이 나왔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지난 1일 "'조작기소'를 이유로 공소 취소를 하려면 '조작기소'가 확인돼야 한다"며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공소취소를 밀어붙일 경우 정치·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 자신도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조작기소 특검법안 가운데 기존 기소사건의 이송·처분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진상 규명에 집중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특히 "불필요하게 공소취소 논란이 발생하지 않게 조치해달라"고도 밝혔다.

이어 23일 이정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신임 차장검사)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 가능성에 대해 "지금 진상조사단에서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그 결과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박태준 사례는 '정치인에 대한 공소취소 전례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있다'고 답한다. 하지만 그 전례를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 그대로 대입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1995년에는 광복 50주년을 계기로 수천명을 대상으로 한 사면·복권 등 국민화합 조치 속에서 박태준 전 최고위원에게 공소취소가 적용됐다. 30여년이 지난 2026년의 논쟁은 현직 대통령의 여러 형사재판에서 기존 수사·기소의 적정성을 다시 따져 공소를 유지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같은 '공소취소'라는 네 글자가 거론되지만, 등장한 이유와 법적·정치적 조건은 서로 다르다.

잭 스미스 전 특별검사. 연합뉴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도 정치인 기소 철회…스티븐스·주마·자히드·트럼프의 다른 결말

해외에서도 정치인에 대한 기소를 검찰이 스스로 접거나 법원에 기각을 요청한 사례가 있다. 다만 한국 형사소송법의 '공소취소'와 제도·절차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검찰의 구체적인 소송상 잘못이 확인된 뒤 사건이 사라진 사례가 확인된다.

공화당 거물 정치인이었던 테드 스티븐스 전 연방 상원의원은 2008년 윤리법 위반 혐의로 배심원단의 유죄평결을 받았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 출범 후 법무부가 사건을 다시 검토하면서 피고인에게 제공됐어야 할 자료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문제가 확인됐다. 에릭 홀더 당시 법무장관은 2009년 "정의를 위해" 기소를 기각하고 재판을 다시 진행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이후 미 법무부도 이 사건에서 여러 증거공개 실패가 있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 사례는 반대 방향으로 흘렀다. 남아공 검찰은 주마가 대통령 취임을 앞둔 2009년 부패·사기·돈세탁 등 혐의에 대한 기소를 중단했다. 검찰 내부 관계자가 기소 시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이른바 '스파이 테이프' 내용이 근거가 됐다.

그러나 2016년 법원은 기소 중단 결정을 비합리적이라고 판단해 뒤집었고, 2017년 남아공 대법원급인 최고항소법원(SCA)도 그 결론을 유지했다. 검찰 내부 관계자의 정치적 동기 문제가 사건 수사와 기소 자체의 타당성까지 훼손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결국 주마에 대한 기소는 다시 살아났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현직 권력자의 재판 중단이 검찰 독립성 논란으로 번졌다. 2023년 말레이시아 검찰은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부총리의 배임·뇌물·돈세탁 등 47개 혐의 재판을 계속하지 않겠다고 요청했고 법원은 '무죄가 아닌 소송종료'(DNAA)를 결정했다. 당시 자히드 부총리가 안와르 이브라힘 정부의 의회 과반 유지에 중요한 정치인이었다는 점 때문에 반부패 정책과 검찰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이어 말레이시아 검찰은 추가 증거 등을 검토한 뒤 올해(2026년) 1월 기소를 계속할 충분한 근거가 없다며 최종적으로 추가 조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소취소 특검법 저지특위 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이 올해 5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특위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잭 스미스 전 특별검사.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례는 또한 성격이 구분된다.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서 당선되자 연방 대선방해 사건을 기각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유는 기존 기소가 잘못됐다는 판단이 아니라 현직 대통령을 연방 형사기소·재판할 수 없다는 미 법무부의 오랜 정책 때문이었다. 법원은 2024년 11월 기소를 '편견 없이'(without prejudice), 즉 향후 법적으로 다시 문제 삼을 여지를 남기는 형태로 기각했다. 스미스 특검 역시 사건의 증거나 기소의 타당성이 약해져 철회한 것은 아니라고 명시했다.

해외 사례를 나열하면 '정치인 기소 철회'라는 결과만으로 사건의 성격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 나타난다. 검찰의 구체적인 절차 위반이 확인돼 사건을 접은 경우가 있었고, 정치적 기소 과정이라는 이유로 철회했다가 사법부가 그 결정을 되돌린 사례도 있었다. 현직 권력자의 재판을 중단하면서 검찰 독립성 논란이 일어난 경우도 있었으며, 대통령이라는 신분 때문에 사건의 실체 판단과 무관하게 절차가 중단된 사례도 있었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소취소 특검법 저지특위 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이 올해 5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특위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李 5개 재판, 공소취소 가능한 건 3개

이재명 대통령이 피고인인 형사재판은 모두 5개가 중단돼 있다. 다만 재판 단계에 따라 형사소송법상 '공소취소'가 가능한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이 갈린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성남FC 후원금 사건=서울중앙지법 1심 진행 중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 중단. 공소취소 가능. 관련 의혹들이 병합돼 하나의 재판(서울중앙지법 2023고합217)에서 다뤄지고 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수원지법 1심 단계에서 재판 중단. 공소취소 가능.

▷경기도 법인카드 등 예산 유용 사건=수원지법 1심 단계에서 재판 중단. 공소취소 가능.

▷위증교사 사건=1심 무죄 선고 뒤 검찰이 항소해 2심 단계에서 중단. 공소취소 대상 아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1심 유죄→2심 무죄→대법원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거쳐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단계에서 중단. 공소취소 대상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