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불확실성 해소에 코스피 상승세
채권 안전판 약화·AI 실적 우상향…"금리 올라도 주식 매력 우위"
"8000 간다" vs "내년까지 박스권"…엇갈리는 증시 전망
미국이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코스피가 오히려 반등하면서 증시의 셈법이 달라지고 있다. 금리 인상 우려가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된 만큼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걷혔다는 해석과 함께 고금리 부담을 인공지능(AI)발 실적 성장이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유동성 위축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아 증시 방향을 둘러싼 시각은 팽팽하게 맞선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8.82포인트(2.66%) 오른 6894.23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 9시24분 현재도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5% 오른 6966.75에 거래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금리 인상 악재에도 지수가 상승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6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75~4.00%로 높였다.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긴축이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주는 예금·채권 등으로 유동성이 쏠려 주가가 내리지만 최근 증시가 오른 것은 이번 인상이 이미 예견된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FOMC 직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93.5%에 달해 시장에 충격 변수가 아니었다. 오히려 인상 자체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걷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종 기준금리 전망도 FOMC 이후 낮아졌다. 당초 시장은 2027년 상반기까지 네 차례 인상으로 금리가 연 4.5~4.75%까지 오를 가능성을 반영했지만 FOMC 이후에는 연 4.25~4.5% 수준에서 인상이 끝날 것이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 인상을 통해 통화정책과 물가 안정에 대한 신뢰가 회복됐다"며 "그동안 매파적 금리 인상을 선반영해온 데 따른 변화"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이 곧 증시 악재라는 통념도 과거 사례를 보면 반드시 들어맞지는 않았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1994년 이후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은 여섯 차례 있었고, 이 기간 코스피 평균 수익률은 9.1%였다. 금리 인상 자체보다 이후 긴축 강도와 기업 이익의 방향성이 증시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상에도 주식이 낫다"…채권 약화·AI 실적이 근거
금리가 올라도 주식'이라는 시각의 바탕에는 채권의 안전판 기능이 약해졌다는 진단이 깔려 있다. 과거에는 주가가 내리면 채권 값이 올라 손실을 줄여줬지만 최근 주식과 채권이 함께 움직이는 일이 잦아지면서 채권의 포트폴리오 방어 역할이 흔들리고 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국채 수급 부담 확대와 함께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강해지면서 채권의 안전자산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며 "기간 프리미엄 상승으로 채권의 위험자산 성격이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AI를 중심으로 기업 투자가 급증하며 주식시장의 이익 전망은 우상향하고 있다. 경기와 기업 이익이 함께 성장하는 국면에서는 금리 인상이 반드시 증시에 악재는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금리 상승을 감당할 수 있는 이익 성장이다.
하 연구원은 "반면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등 주요 지수는 금리 상승 속에서도 이익 전망치 상향 조정 추세가 지속되고 있고 고금리만을 이유로 밸류에이션 하락을 단정하긴 어렵다"며 "채권 대비 주식의 상대적 투자 매력 우위 국면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관건은 실적이다. 이달 말 마이크론 실적을 시작으로 10월 초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와 미국 빅테크 실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3분기 어닝시즌이 반등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순이익 컨센서스는 806조원, 내년은 1048조원으로 상향 추세를 유지하고 있고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5배로 역대 최저 수준"이라며 "실적이 아니라 실적에 대한 의구심이 주가를 누르는 국면으로, AI 기업 실적이 확인되면 의구심은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낙관론을 근거로 증권가 일각에서는 코스피가 8000선을 넘어 역사적 고점을 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 말 마이크론 실적 발표, 10월 1일 한국 9월 수출입 지표, 10월 초 삼성전자 실적 가이던스 공개 등이 예정돼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7000대 중후반, 긴 호흡으로는 8000대 후반으로 역사적 고점을 향하는 흐름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전략적으로 반도체와 코스피 대형주 중심의 투자를 유지해야 한다"며 유가와 시장금리가 추가로 안정되고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진다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봤다.
다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리 인상 이후 유동성 환경이 나빠졌다는 경계가 대표적이다. 주요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난 데 이어 연준까지 인상에 가세하면서 위험자산을 둘러싼 유동성 여건이 이전보다 녹록치 않아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시장을 흔든 AI 속도조절론도 변수다. AI 투자 사이클이 견조하다는 점에서 우려는 다소 가라앉았지만 고금리 속에서 대규모 투자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AI 인프라 투자에 레버리지 활용이 늘고 있어 유동성 환경이 AI 투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당장 이번주는 추석 연휴로 거래일이 사흘에 그쳐 관망 심리가 번질 수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는 미국 10년물 금리 향방과 미·중 정상회담 등이 변수"라며 "국내 증시는 연휴를 앞두고 거래대금 감소와 얇아진 호가, 수급 공백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코스피가 내년 상반기까지 박스권에 머물 것이라는 신중론이 나온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상반기가 하이퍼스케일러의 현금 기반 투자에 주목하고 그 투자 자금을 매출로 인식할 반도체에 열광하는 시장이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박스권 흐름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도 "당분간 금융시장이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어떻게 소화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AI 투자 확대 기대와 이를 뒷받침할 수익성·자금조달 여건을 확인하는 과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