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전 퇴계선생, "묘제를 묘소에 가서 지내지만, 이는 원래 예법 아니다"

입력 2026-09-22 14: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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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추석 앞두고 묘소 둘러싼 고민 짚어
퇴계의 기록과 안동 종가 사례로 본 묘소 관리의 변화
안동김씨 보백당종가, 재실에서 조상 함께 모셔 '묘제'
진성이씨 퇴계종가, 종택 제청서 위패모시고 합동 묘제
주촌종가, 2종택 뒤편에 추모제단 마련해 50여위 묘제

안동김씨 보백당 종택 제실 합동 묘제 모습.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안동김씨 보백당 종택 제실 합동 묘제 모습.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한국국학진흥원이 추석을 앞두고 성묘와 묘제 등 조상 묘소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고민을 소장 기록자료와 오늘날 안동 종가의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가족 규모가 작아지고 후손들이 도시로 이동하면서 벌초와 성묘를 위해 여러 묘소를 찾아다니는 일이 과거보다 어려워졌다. 고령의 후손에게 산길을 오르내리는 일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흥미로운 점은 '묘제를 반드시 묘소에서 지내야 하는가?'라는 고민이 오늘날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퇴계선생언행록'에는 퇴계 이황에게 제자 김부륜이 "성묘할 때 여러 묘소를 찾아 제사를 지내려고 하면 오르내리느라 지쳐 정성과 공경이 해이해질까 염려되고, 제물도 새것과 이미 올린 것이 섞이게 될까 걱정입니다"라며, 재실에서 지방을 써서 함께 제사 지내는 것은 어떠냐고 묻자, 퇴계는 "무방하다"라고 답했다.

이어 정결한 곳에 제단을 마련해 함께 제사를 지내는 것은 어떠냐는 질문에는 "더욱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퇴계는 "지금 사람들은 묘제를 지낼 때 반드시 묘소에 가지만, 이는 원래의 예법이 아니다"라며 "옛사람들은 정성이 깃든 곳에 신이 내린다고 여겼다"라고 했다.

묘제를 반드시 묘소에서 지내야 하는지를 둘러싼 고민이 500여 년 전에도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늘날 경북 안동의 종가에서도 묘제를 지내는 공간을 달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안동김씨 보백당종가는 20여 년 전부터 산에 흩어진 묘소를 일일이 찾아가는 대신 재실에서 여러 조상을 함께 모셔 묘제를 지내고 있다.

진성이씨 퇴계종가도 종택 제청에 위패를 모시고 합동으로 묘제를 지내며, 퇴계의 조부인 노송정종가도 10여 년 전부터 종택 제청에서 묘제를 올리고 있다.

진성이씨 주촌종가의 추모제단.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진성이씨 주촌종가의 추모제단.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진성이씨 주촌종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묘소 관리 방식의 새로운 사례를 보여준다.

주촌종가는 2016년 종택 뒤편에 추모제단을 마련해 여러 조상의 묘제를 함께 지내고 있으며, 현재 50여 위를 모시고 있다.

묘소를 일일이 찾아가야 하는 부담을 덜고, 산을 오르내려야 하는 어려움도 해결한 셈이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묘제를 묘소에서 지내야 할지, 묘소를 남겨야 한다면 어디까지 관리해야 할지, 그 실마리는 퇴계의 기록과 안동 지역 종가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면서 "올해 추석에는 조상의 묘소를 찾아 성묘하는 것과 함께, 남아 있는 묘소를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가족과 함께 생각해 볼 때"라고 말했다.

진성이씨 노송정 종택의 종택 제청 합동 묘제 모습.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진성이씨 노송정 종택의 종택 제청 합동 묘제 모습.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하고 있는 '퇴계언행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