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율 13.8%, 최근 5년 구속률 2.21% 그쳐 전자장치 부착 962건…12월 112 실시간 연계
지난해 전국 교제폭력 112 신고가 10만5327건으로 처음 10만 건을 넘어섰다.
경찰청 집계를 보면 2021년 5만7305건이던 교제폭력 신고는 4년 만에 83.8% 늘었다. 반면 지난해 검거된 피의자는 1만4526명으로, 신고 대비 검거율은 13.8%에 그쳤다.
신고는 폭증하지만 가해자를 떼어 놓을 수단은 모자랐다. 정부가 하반기 교제폭력 잠정조치 법제화와 전자감독 확대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가해자가 일정 반경 안으로 들어오면 피해자 휴대전화 지도에 위치와 동선이 뜨는 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 신고 10만 건에 구속은 2.21%
경찰청의 2024년 5월 집계를 보면 5년간 교제폭력 피의자 5만6079명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1242명(2.21%)이었다. 100명 중 두 명만 신병이 확보됐다는 뜻이다.
되풀이 피해도 확인된다. 최초 신고 뒤 10회 이상 다시 신고한 피해자가 411명에 이른다. 경찰은 지난해 고위험 피해자를 상대로 11만942회의 사후 집중 모니터링을 벌였고, 이 가운데 최고 위험군인 A등급이 4만3640회였다.
피해자에게 건네진 스마트워치는 지난해 1988건, 임시숙소 제공은 736건이었다. 감시와 대피라는 사후 조치에 기대는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다.
◆ 가해자 위치가 지도에 뜬다
지난 6월 개정 전자장치부착법이 시행됐다. 전자장치를 부착한 가해자의 실시간 위치와 이동 경로를 피해자 모바일 앱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가해자가 가까이 왔다는 경고만 전달됐지만, 이제는 지도 위에 동선이 표시된다.
이용 절차는 2단계다. 피해자가 동의하면 보호관찰관이 직접 찾아가 모바일 앱 설치를 지원한다. 전국 전자장치 착용 대상자 5200여 명 중 피해자 보호 목적 부착은 354명이다.
기관 간 칸막이도 정리됐다. 지난 7월부터 보호관찰소와 경찰청이 접근금지 대상자 정보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으로 공유하고 있다. 가해자가 접근하면 경찰과 보호관찰관이 함께 출동한다. 법무부와 경찰청은 42억300만 원을 들여 112 연계 체계를 구축 중이다. 가해자가 피해자 반경 1㎞ 안으로 들어오면 112 상황실에 자동 접수되는 시스템을 오는 12월 완성할 계획이다.
◆ 전자장치 신청 962건, 넉 달 만에 지난해 넘어
스토킹 가해자에게 전자장치를 채우는 잠정조치 3호의2는 2024년 1월 도입됐다. 법무부와 경찰청 자료를 보면 신청은 2024년 325건, 지난해 858건이었고, 올해는 1~4월 넉 달 만에 962건으로 지난해 전체를 넘어섰다.
효과도 수치로 제시됐다. 법무부는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한 가해자가 피해자를 직접 다시 해친 사례가 제도 도입 이후 0건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 방식을 교제폭력으로 넓히는 작업에 들어갔다.
관계부처 태스크포스가 지난 7월 내놓은 스토킹·교제폭력 대응 강화 방안은 4대 분야 20개 과제를 담았다. 교제폭력 처벌과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 법제화, 친밀한 관계에서의 지배·통제 행위 처벌이 핵심이다.
◆ 접근금지 내려진 상태에서 벌어진 살인
제도가 나가도 관계자는 따라붙지 못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2023년부터 올해 6월까지 관계성 범죄 신고 뒤 동일 피해자를 상대로 벌어진 살인·살인미수는 501건이었다. 이 가운데 교제폭력이 126건에 달했다.
지난해 관계성 폭력 살인 30건 중 23건은 이미 접근금지가 내려진 상태에서 일어났다. 성평등가족부 자료에서도 접근금지 명령 위반은 2021년 58건에서 2024년 878건으로 급증했다.
지난 3월 경기 남양주에서는 성폭력 전자발찌를 찬 40대가 접근금지 명령에도 전 연인 차량에 위치추적 장치 5개를 붙여 추적한 뒤 살해했다. 지난 7월 경기 성남에서는 법원의 접근금지 결정과 스마트워치를 받았던 60대 여성이 전 연인에게 살해당했다.
◆ 인용률 30%대, 반의사불벌죄도 그대로
잠정조치는 신청해도 법원 문턱에서 걸린다. 관계부처 자료를 보면 관계성 범죄의 전자장치 부착과 유치 잠정조치 법원 인용률은 30~40% 수준이다. 2024~2025년 스토킹 검거자 2만8739명 중 전자장치 잠정조치 신청은 1183명(4.11%)에 그쳤고 유치 집행률은 3.9%에 불과했다.
알림 자체의 한계도 있다. 경찰대학 실태 보고서는 가해자가 접근할 때 울리는 경보와 확인 과정에서 사생활 노출과 일상 피로감이 커진다고 짚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교제폭력이 반의사불벌죄로 다뤄져 합의를 종용받는 구조가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접근금지를 청구하는 피해자보호명령제는 지난 3월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통과로 도입돼 2027년 4월 시행된다. 그때까지 접근금지의 실효성을 어떻게 메울지가 남은 숙제다.
교제폭력 법제화를 연구해 온 한 전문가는 "최근 사례에서 보듯 접근금지 처분은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며 "관계성 범죄의 비극을 막기 위해선 가해자와 피해자 간 '완벽한 분리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해자보호명령제는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 의사와 별개로 법원에 100m 이내 접근금지를 직접 청구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지금은 경찰 신청과 검사 청구를 거쳐야 잠정조치가 이뤄지지만, 시행 뒤에는 피해자가 법원에 곧바로 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