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학령인구 감소에도 내국세 연동 교부금 증가하는 구조 손질 추진
학생 수는 줄지만 AI·돌봄·교육복지 등 새로운 교육재정 수요는 증가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을 두고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반발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환경 변화를 이유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을 바꾸려는 데 대해, 시· 도 교육감들이 국회를 찾아 현행 제도 유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쟁점은 단순히 교육 예산을 얼마나 줄이고 늘릴 것인가가 아니다. 학생 수가 감소하는 시대에 교육재정을 어떤 방식으로 확보하고 배분할 것인지, 나아가 한정된 국가 재원을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미래인재 양성에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 왜 바꾸려 하나…'학생은 줄는데 교부금은 자동 증가'
14일 경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를 시·도교육청에 교부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세수가 늘어나면 교육청에 배분되는 교부금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반면 저출생으로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정부와 재정당국이 문제로 보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내국세 규모에 연동돼 교육교부금이 자동적으로 증가하면 교육청의 학생 1인당 재정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구조가 현재의 교육 수요와 맞지 않는다고 보고 교부금 산정 방식을 내국세 연동 방식에서 경상성장률 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학령인구 변화와 경제 여건 등을 함께 반영해 교육재정을 보다 합리적으로 조정하자는 취지다.
또 하나의 배경은 교육재정의 활용 범위를 둘러싼 변화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등 미래산업 인재 양성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초·중등교육에 집중된 재원을 고등교육이나 평생교육, 미래인재 양성 등에 보다 폭넓게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정부가 보는 핵심은 '줄어드는 학생 수에 맞춰 교육재정 구조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 왜 교육감들은 반대하나…'학생 수 감소=교육비 감소'는 아니라는 논리
시·도교육감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학생 수가 줄어든다는 사실만으로 교육에 필요한 재정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육복지와 돌봄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노후 학교시설 개선, 안전 강화, 디지털·AI 교육 등 새로운 재정 수요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특히 교육감들은 내국세 연동 방식이 교육재정을 정권이나 경기 상황에 따라 매년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한다. 교부금 규모를 별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지방교육재정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장기적인 교육정책 추진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는 내국세 연동이라는 안정적인 법정 재원 구조가 교육받을 권리와 교육의 자주성 등을 뒷받침해 온 제도적 장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계의 또 다른 우려는 지역 간 격차다. 지방의 경우 학생 수가 적더라도 학교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비용은 크게 줄지 않는다. 지리적 특성상 농·산·어촌이 많은 경북의 경우엔 학생 수 감소만을 기준으로 재정을 줄일 경우 오히려 교육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교육계에선 '학생이 줄었으니 교육비도 줄여야 한다'는 접근만으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산·어촌의 교육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고 본다.
◆ 결국 쟁점은 '얼마를 줄이느냐'보다 '어떻게 바꿀 것이냐'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교육재정을 계속 확대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편 논리는 힘을 얻는다. 반대로 학생 수가 감소하더라도 교육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교육 수요에 대응하려면 단순히 학생 수에 맞춰 재정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교육 현장의 주장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래서 현재 갈등의 핵심은 교부금 개편 자체보다 개편의 근거와 속도, 그리고 재정 감소분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있다. 교육감들은 55년 가까이 유지돼 온 지방교육재정의 틀을 예산 심사 일정에 맞춰 서둘러 바꿔서는 안 된다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등 전국 9개 시·도 교육감들은 국회를 찾아 개정안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은 "교육의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미래교육을 위한 선제적인 투자는 더욱 중요하다"며 "재정 축소 중심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은 디지털·인공지능(AI) 교육과 교육환경 개선 등 미래교육에 필요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안정적인 교육재정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