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경찰청장 18명 중 14명 교체…78% 물갈이 돼
유재성·박정보·고평기 빠지고 김종철·고범석·유승렬 등 차기 청장 후보군 재편
대구 박준성·경북 박헌수…비지역 출신 전국 청장 '향피제' 전면 적용
경찰 수뇌부가 대대적으로 교체됐다. 전국 시도경찰청장 18명 가운데 14명이 한꺼번에 바뀌었고, 경찰청장 자리는 또다시 직무대행 체제를 맞았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찰청장 공백이 1년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는 단순한 정기인사의 성격을 넘어 최근 잇따른 경찰 부실수사와 조직 기강 논란에 대한 문책과 쇄신 성격이 짙다. 광주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수사 유착 의혹과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 등이 잇따라 터진 상황에서 정부는 전국 시도경찰청장에 연고지 근무를 배제하는 '향피제'를 전면 적용했다.
◆세 번째 대행…끝나지않은 수장 공백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이 1일 경찰청 차장으로 임명되면서 계엄 이후 세 번째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경찰청은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1일 밤 기습적으로 하반기 치안정감·치안감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이로써 경찰청장 자리는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실상 정상 체제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김종철 신임 경찰청 차장과 고범석 신임 서울경찰청장, 유승렬 신임 인천경찰청장 등 3명이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새 보직을 받았다. 치안정감은 치안총감인 경찰청장 바로 아래 계급으로 경찰청 차장과 국가수사본부장, 서울·부산·인천·경기남부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7개 보직이 있다.
김 신임 차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근무했으며, 강원경찰청 생활안전부장과 충남경찰청 공공안전부장,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교통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9월 경남경찰청장을 맡아왔다.
앞서 조지호 당시 경찰청장이 계엄 연루 혐의로 긴급체포된 이후 이호영·유재성 경찰청 차장이 잇따라 직무대행을 맡았다. 이번 인사로 김 신임 차장이 경찰청장 직무대행에 오르면서 세 번째 대행 체제가 됐다.
유재성 차장은 경찰 역사상 최장 기간인 1년3개월 동안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은 뒤 2일 이임한다. 한때 차기 경찰청장 유력 후보로까지 거론됐지만 끝내 정식 청장에 오르지 못했다.
경찰청장 공백이 장기화한 사이 경찰이 마주한 현안은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출범으로 형사사법체계가 크게 바뀌고, 경찰은 14만명이 넘는 조직과 확대된 수사권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조직 안팎에서는 경찰 수장을 계속 직무대행으로 둘 수 있느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확대된 경찰 권한을 통제하고 수사체계 개편을 지휘할 정식 경찰청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에서 또다시 대행 체제가 연장됐기 때문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불과 한 달 뒤면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된다"며 "경찰은 다른 수사기관과 달리 선택적으로 수사할 수 없기에 경찰 수사는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잇따른 사건·사고는 경찰의 존재 이유마저 되묻게 한다. 지휘·감독 체계와 기준·절차, 내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며 "국민의 질책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부족함은 지체 없이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시도경찰청장 78% 물갈이…'향피제' 확대
이번 경찰청 인사로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 가운데 14명이 바꼈다. 교체율은 78%, 전체 치안감 직위로 넓히면 81%에 달한다.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서울경찰청장에 앉은 고범석 전남경찰청장은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장과 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 등을 거친 경비 분야 전문가다. 지난해 9월 치안감으로 승진했으며 올해 4월부터 전남경찰청장으로 근무했다.
역시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유승렬 신임 인천경찰청장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와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실에 파견돼 근무한 이력이 있다.
대구경찰청장에는 박준성 경찰청 국제치안협력국장 직무대리가 치안감 승진 내정과 함께배치됐다. 경북경찰청장에는 경찰청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에서 근무한 박헌수 경무관이 치안감으로 승진해 임명됐다.
이외에 시도경찰청장은 양영우 광주청장, 최보현 울산청장, 이승협 경기북부청장, 곽병우 강원청장, 박종섭 충북청장, 이서영 충남경찰청장 직무대리, 신효섭 전북청장, 김호승 전남청장, 이재영 경남청장, 김병찬 제주청장이 각각 임명됐다.
김성희 부산청장, 백동흠 대전청장, 김홍근 세종청장, 황창선 경기남부청장은 각각 현재 자리를 유지했다.
특히 경찰청은 이번 인사부터 전국 시도경찰청장에 '향피제'를 전면 적용했다. 출생지나 주요 근무지 등 연고가 있는 지역의 경찰청장으로 배치하지 않는 방식이다. 지역사회와 경찰 사이의 유착 가능성을 줄이고 수사의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는 장윤기 사건 이후 불거진 이른바 '향찰'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 경찰은 향후 시도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 등 감찰·감사 주요 보직에도 향피제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장윤기·제주 실종 후폭풍…차기 경찰청장 구도 재편
이번 경찰 하반기 인사로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도 상당 부분 다시 짜여졌다.
그동안 경찰청장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유재성 차장과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이 동시에 조직을 떠나게 됐다. 특히 유 대행은 장기간 경찰 조직을 이끌며 차기 청장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이번 인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장윤기 사건으로 책임론이 제기됐던 김영근 광주경찰청장은 경찰청 범죄예방대응국장으로 수평 이동했다. 지난달 치안정감 승진 내정자 명단에 포함됐던 고평기 제주경찰청장 역시 실제 승진 임용에서 제외됐다. 고 청장 역시 치안감 보직인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으로 이동했다.
이를 두고 제주에서 실종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이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고 청장은 경찰청에서 실종사건 후속대책 등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은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고범석 서울경찰청장, 유승렬 인천경찰청장 등 새롭게 치안정감에 오른 인사들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경찰 내부에서는 대통령실 국민안전비서관으로 이동한 이종원 전 충북경찰청장의 향후 복귀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전국 경찰 지휘부를 대거 교체하면서도 정작 최종 책임자인 경찰청장은 다시 직무대행으로 남았다. 14만명이 넘는 경찰 조직의 78%에 달하는 지역 지휘부를 한꺼번에 바꾸고도 정작 조직의 정점만 비어 있는 기형적인 지휘구조가 또다시 이어지게 된 셈이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잇딴 사건들로 경찰들의 수사력이 의심받고 신뢰가 떨어지는 상황에 직무대행 체제로는 조직 쇄신 추진 등에는 한계가 있다"며 "길어진 리더십 공백으로 인한 조직기강 해이 등 치안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점을 정부와 경찰 스스로도 무겁게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