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은 8개국, 팀은 하나"… 공 하나로 뭉친 달성 다문화 아이들

입력 2026-09-01 17: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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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 선수들 '일일 코치'로… 43명, 그라운드서 편견을 지우다

지난 13일
지난 13일 '2026 달성 글로벌 어린이 스포츠 교실'에 참여한 이주배경 아동들이 지역 아동들과 어울려 축구 경기를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공이 구르자 국적도 언어도 필요 없었다. 그라운드에 선 아이들의 국적은 제각각이었다. 필리핀·베트남·중국·일본·캐나다·스리랑카·캄보디아·우즈베키스탄 8개국 15명.

축구공이 구르는 순간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국적도 언어도 달랐던 아이들은 같은 공을 좇으며 어느새 같은 편이 됐다.

지난 13일
지난 13일 '2026 달성 글로벌 어린이 스포츠 교실'에 참여한 이주배경 아동들이 지역 아동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나라는 달라도 표정은 하나였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공 하나로 허무는 경계

지난 13일 대구 달성군 화원의 한 풋살장. K리그2 대구FC 정헌택·변정우 선수가 이날만큼은 '선수'가 아닌 '코치'로 나섰다. 상대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선수의 발끝을 따라 눈을 떼지 못했다. 훈련이 끝나자 이어진 건 사인회. 선수가 건넨 구단 굿즈는 아이들 손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다문화 아이들 15명과 저소득 취약 가정 7명, 일반 가정 21명을 더해 모두 43명이 모였다.

'2026 달성 글로벌 어린이 스포츠 교실'은 이주배경 아동과 지역 아이들이 함께 뛰는 통합 돌봄 프로그램이다. 지난 3월 문을 열어 오는 12월까지 이어진다.

올해 참가 아동은 축구 20명, 야구 25명 등 45명. 매주 토요일 화원의 실내 스포츠 시설에 모여 훈련과 경기를 치른다. 규칙을 익히고 함께 땀 흘리는 사이 편견은 옅어졌다.

주장을 맡은 베트남 출신 석현욱(13·반송초6) 군은 "처음엔 말이 안 통해 서먹했는데, 같이 공을 차니 금방 친구가 됐다"고 했다. 석군은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와 스페인의 푸욜을 좋아한다고 했다.

필리핀 출신 김종훈(10·포산초3) 군은 "골을 넣으면 다 같이 소리를 지른다. 토요일이 제일 기다려진다"고 했다. 중국 출신 김창민(11·화남초4) 군은 "축구할 때는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아무도 안 묻는다. 그냥 다 같은 팀"이라며 "손흥민 선수처럼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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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2026 달성 글로벌 어린이 스포츠 교실'에 참여한 이주배경 아동들이 지역 아동들과 어울려 드리블 연습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일터'에서 '삶터'로

달성군이 운동장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관내 이주배경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2024년 11월 기준 이주배경 미성년자는 1,975명. 2년 전 1,755명보다 220명 늘었다.

테크노폴리스와 국가산업단지로 외국인 인력이 모여들면서, 과거 '일터'였던 달성은 가정을 꾸리는 '삶터'로 바뀌었다.

과제도 뒤따랐다. 정착 지원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을 지역사회에 녹여내는 일이 시급해졌다. 정책의 무게중심이 '정착'에서 '통합'으로 옮겨간 배경이다. 달성군은 그 해법을 운동장에서 찾았다.

2023년 시작된 이 사업은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이주배경 가정의 주말 돌봄 공백을 메우는 데서 출발해, 다문화 아이들이 또래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돕는 실무형 복지 모델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달성글로벌소녀합창단을 창단해 문화·예술로 보폭을 넓혔고, 부모가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곁들였다. 지난 4월에는 가족이 함께 뛰는 '슈퍼매치 가족운동회'도 열었다.

지난 13일 이주배경 아동과 비이주배경 아동의 학부모들이 대구FC 선수에게 사인을 받는 자녀의 모습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지난 13일 이주배경 아동과 비이주배경 아동의 학부모들이 대구FC 선수에게 사인을 받는 자녀의 모습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다문화 시대, 지역의 실험

학부모들도 변화를 지켜본다. 백서우(42) 달성글로벌스포츠단 학부모회장은 "아이들이 피부색으로 편을 가르지 않고 정직하게 운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했다.

오는 10월 17일에는 이날 참가한 아이들과 가족이 대구FC 홈경기를 단체 관람한다. 대구iM뱅크파크 투어도 함께 준비돼 있다.

일일 코치로 나선 두 선수는 "경기장 밖에서 아이들을 만나 특별했다. 국적을 떠나 공 하나로 모두가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달성군의 실험은 이제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해를 거듭하며 이주배경 아동은 '도움받는 대상'에서 '지역의 또래'로 자리를 옮겼다. 스포츠로 시작한 시도가 지역에 뿌리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스포츠를 함께하며 아이들이 문화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며 "배경과 관계없이 모든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지난 13일 '2026 달성 글로벌 어린이 스포츠 교실'에 참여한 이주배경 아동들과 지역 아동들이 대구FC 선수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