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배형욱] 바다로 무너진 보릿돌교, 해경의 '깜깜이 수사'

입력 2026-08-27 16:00:15 수정 2026-08-27 16: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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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억 공공 보행교 주저앉았는데 수사 경과는 베일 속…시민 불신 키우는 해경

배형욱 사회2부 기자
배형욱 사회2부 기자

'입을 굳게 다물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뜻의 함구무언(緘口無言). 요즘 경북 포항 구룡포 장길리 보릿돌교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이하 동해해경청)의 태도를 두고 지역 사회에서 나오는 탄식이다. 115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공공시설물이 바다로 무너져 내린 중대 사고지만, 한 달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 수사기관의 입에서는 어떠한 진행 상황도 나오지 않고 있다. 철저한 '깜깜이'다.

사고가 난 보릿돌교는 포항시가 2013년 12월 준공한 길이 170m의 해상 보행교다. 2024년 안전점검에서 C등급을 받아 보강공사까지 거쳤지만, 채 1년도 되지 않은 지난달 28일 상판과 교각 약 50m 구간이 한순간에 바다로 주저앉았다. 당시 다리 너머에 있던 관광객과 낚시객 17명이 고립됐다가 무사히 구조되면서 천만다행으로 인명 피해는 피했다.

하지만 다리가 무너진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사고 원인은 베일에 싸여 있다. 동해해경청은 지난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포항시 등과 함께 13명의 감식 인력과 항공·수중 드론까지 투입해 대대적인 합동 현장 감식을 벌였다. 당시 해경은 "확보된 자료와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사고 조사를 신속하게 이어가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대대적인 감식 이후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국과수의 기초 감정 결과나 초기 단서가 확보됐는지에 대해 동해해경청은 일절 함구하고 있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현장 감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조사 중인 사안이라 밝힐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할 뿐이다. 수사 보안이 필요한 영역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많은 시민이 이용하던 공공 구조물 붕괴 원인에 대한 최소한의 조사 방향이나 향후 수사 절차에 대한 설명조차 생략하는 것은 지나친 비밀주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수사 주체와 사고 현장 간의 물리적 거리도 깜깜이를 부채질한다. 수사를 총괄하는 동해해경청은 사고 현장인 포항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강원도 동해시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장과 멀리 떨어진 상급 기관이 직접 수사를 지휘하다 보니, 지역 사회나 취재진과의 일상적인 소통 창구는 사실상 닫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동해해경청은 지난 12일 '17명 전원 구조' 결실을 강조하며 민관 구조 협력 체계를 다지는 간담회를 열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인명 구조 성과는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정작 시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붕괴 원인 규명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공공의 안전을 위협한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보다 성과 홍보가 앞선 것 아니냐는 씁쓸한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수사 당국이 침묵하는 사이 현장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보릿돌교 출입이 전면 통제되면서 구룡포 장길리를 찾던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고, 인근 상인들은 생계에 직격탄을 맞았다. 수사 결과가 나와야 철거나 재시공 등 향후 복구 계획을 세울 수 있지만, 수사 진행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어 현장은 그저 기약 없는 답답함에 갇혀 있다.

수사는 밀실에서 이뤄지는 비밀 작전이 아니다. 특히 수많은 시민이 이용하던 공공시설이 무너진 사고라면 수사 과정의 투명성은 공공의 알권리이자 신뢰의 기본이다. 이처럼 과정 전체를 비밀에 부친 채 '깜깜이'로 일관한다면, 훗날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온다 한들 시민들이 이를 온전히 납득하고 신뢰하기 어렵다. 소통 없는 침묵이 길어질수록 수사 결과에 대한 의구심과 불신만 깊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