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 "대학 발전, 결국 '인간다움' 지키는 데 달렸다"

입력 2026-08-25 14: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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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희 총장 매일신문 인터뷰
"전문지식만으론 좋은 보건의료인 만들 수 없어"
AI 활용하되 공감·윤리 갖춘 '마음 따뜻한 전문가'로
"우리 교육 시스템 해외 전파… 아시아 최고 대학 목표" 

올해 개교 55주년을 맞은 대구보건대학교의 남성희 총장이 25일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올해 개교 55주년을 맞은 대구보건대학교의 남성희 총장이 25일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AI시대 보건의료 교육에서는 오히려 '사람'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대구보건대 제공

인공지능(AI)이 의료현장 깊숙이 들어올수록 보건의료 교육에서는 오히려 '사람'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진다. AI가 진단과 의사결정을 돕는 시대에도 환자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며 윤리적으로 판단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올해 개교 55주년을 맞은 대구보건대학교가 AI·디지털 교육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문학과 인성교육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은 25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이 사회 흐름에 어떻게 적응해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얼마나 인간다움을 지키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며 "AI 시대에 더 중요해지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사람을 위해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 한 우물 55년… AI로 미래 의료 대비

1971년 개교한 대구보건대는 산업화 시대 공업계열 학과가 각광받던 상황에서도 보건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특성화를 이어왔다. 남 총장은 55년간 한 분야에 집중하며 쌓은 현장 경험을 대학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았다.

그는 "당시 공업계열이 굉장히 잘나가던 시절이었지만 꼭 필요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거의 보건계열에 집중했다"며 "55년간 대학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현장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고, 현장을 함께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급변하는 의료현장에 맞춰 교육도 변하고 있다. 대구보건대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공인인증 교육센터인 'C3' 구축을 추진하며 AI·클라우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학생 교육을 담당할 교수들이 단계별 인증교육을 받고 있으며 일부 교수는 3단계까지 교육을 마쳤다. 대학은 교수와 보직자뿐 아니라 학생회·학과 대표 등 일부 학생에게도 유료 AI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기술 발전할수록 더 중요한 '사람'… 인문학·인성교육 강화

그러나 남 총장은 기술교육 못지않게 학생의 '마음'을 키우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인은 신체뿐 아니라 환자의 정신적 건강까지 살펴야 하지만 국가면허 취득을 위한 전공·실습교육 비중이 높은 전문대학에서는 학생들이 내면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구보건대는 학생들이 일정 시간 이상의 봉사활동을 해야 졸업할 수 있는 '봉사패스제'를 운영하고, 모든 학생이 심폐소생술을 익히도록 하고 있다. 독서클럽을 운영하는 한편 캠퍼스 곳곳에 미술작품을 설치하고 인당뮤지엄과 인당아트홀을 통해 전시와 공연을 접할 기회도 제공한다.

남 총장은 "학생들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고 시험을 치르다 보면 내면적으로 성숙할 기회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주고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지식과 기술만으로 좋은 보건의료인을 만들 수는 없다"며 "새로운 기술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되 인문학과 인성교육을 갖춘 '마음이 따뜻한 전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대구보건대가 해야 할 교육"이라고 말했다.

남 총장의 이러한 철학은 자신의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그는 취업과 성과를 이유로 대학에서 인문학 전공이 축소되는 현상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대학의 리더일수록 세부적인 전문지식뿐 아니라 사회와 인간을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인문학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 총장은 "세부적인 전공은 교수들이 잘 가르칠 수 있지만 총장은 큰 틀에서 학교가 가야 할 방향을 정해야 한다"며 "내가 하나의 보건의료 전공만 깊게 공부한 사람이었다면 지금처럼 학교를 이끌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과 벽 허문 보건통합교육… '환자 중심'으로 함께 배운다

사람 중심 교육은 여러 보건의료 직종이 함께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보건통합교육(IPE·Interprofessional Education)'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보건통합교육이란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등 여러 직종이 한 명의 환자를 함께 치료하는 현장처럼 서로 다른 전공 학생들이 하나의 환자 사례를 놓고 해결 방법을 찾는 교육을 의미한다. 대구보건대는 2011년 전문대학 최초로 보건통합교육을 도입했으며 2023~2025학년도에만 7천188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글로컬대학 사업을 통해 구축한 DHC글로컬러닝센터에서는 이러한 교육을 실제 의료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경험할 수 있다. 응급환자가 도착하면 응급구조부터 중환자 간호, 임상병리검사, 영상검사 등으로 이어지는 의료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구현했다. 실제 병원 실습에서는 면허가 없는 학생들이 환자를 직접 처치하기 어렵지만 이곳에서는 AI를 활용한 환자 시나리오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남 총장은 "예전에는 하나의 분야를 세분화해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각각의 전문성을 다시 연결해 큰 틀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학과의 벽을 허물고 한 환자를 중심으로 여러 직종이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보건통합교육"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광주·대전 넘어 세계로… 보건의료 교육모델 수출

교육의 경계는 대학 밖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대구보건대는 광주·대전보건대와 글로컬대학 사업을 추진하면서 세 대학의 교육과정을 단일화·표준화하고 있다. 단순히 같은 과목을 개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15주 동안 무엇을 가르칠지까지 공동으로 정하고, 임상현장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쳐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남 총장은 "고등직업교육이라면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그 분야의 전문지식과 기술이 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 대학 간호학과를 졸업한 학생이라면 미국에 가더라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제 교육철학"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대구보건대가 축적한 교육모델을 아시아로 확산하는 것이다. 대학은 이미 인도네시아 대학에 치과기공 디지털 실습실과 교육체계를 전수하고 있으며, 향후 한국의 보건의료 국가시험 제도를 현지에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는 물리치료·재활 분야 교육과정을 전파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남 총장은 "학생 몇 명이 해외에 오가는 것만으로 글로벌 대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키운 학생이 세계 어디에서든 전문성을 발휘하고, 우리가 가진 좋은 교육 시스템을 다른 나라에 전파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시아 최고의 보건의료 전문대학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50년 뒤 보건의료 환경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그 변화에 적응하고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으로 남을 것"이라며 "동시에 학생들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도록 하는 전인교육 기관이라는 중심은 지켜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