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응기금 신설로 내국세 연동 폐지
자치단체·교육계는 실질 감소 우려 제기
정부가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을 동시에 손질하면서 두 재원 모두 '내국세 연동'이라는 반세기 안팎의 원칙에서 벗어난다. 정부는 두 재원 모두 총액이 줄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산식을 뜯어보면 그동안 지방과 교육 현장이 누려온 세수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새로 만들어지는 '미래대응기금'으로 먼저 흡수되는 구조여서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기획예산처와 행정안전부, 교육부 등 관계 부처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을 상정해 논의했다.
◆지방교부세, 연동률은 그대로인데 '모수'만 줄어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의 19.24%를 지급하는 연동 비율 자체는 유지된다. 다만 산정 기준이 되는 내국세 범위에서 새로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 적립액을 먼저 떼어낸 뒤 남은 금액에 19.24%를 곱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기획처 관계자는 "미래대응기금의 목적 자체가 장기추세치를 기준으로 내국세 일부를 일반회계에서 가져오는 것"이라며 "그 계산 방식이 지방교부세에도 그대로 적용돼, 미래대응기금으로 빠져나가는 추가·초과세수를 제외한 내국세에 19.24%를 곱하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산식만 보면 연동률은 그대로여서 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 지방정부가 손에 쥐는 몫은 달라진다. 반도체 업황 호조로 세수가 급증하면서 지방정부 사이에서는 내년도 교부세가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늘어난 세수의 상당 부분이 교부세 계산에 들어가기 전 먼저 기금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여서 '역대 최대' 기대치에는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지방교부세와 관련해서는 미래대응기금에 별도 '지방계정'을 신설해 지역성장거점 조성, 정주여건 개선 등에 재투자하도록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계정은 꼬리표 없이 자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특히 세수가 장기추세선을 밑돌거나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경우 기금에서 지방정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통해 재정안정화 기능을 신설·개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세수 결손 시기 지방교부세가 큰 폭으로 삭감돼 지방재정 어려움으로 이어졌던 경험을 재정안정화 장치 도입의 배경으로 언급했다.
지방정부는 2023~2024년 세수 부족으로 교부세가 2년간 약 15조5천억원 줄어드는 재정 한파를 겪은 바 있다. 당시 상당수 지자체가 편성했던 사업을 접거나 지방채를 발행해야 했다. 이번에 신설되는 안전장치가 실제 결손 국면에서 얼마나 실효적으로 작동할지는 아직 구체적 수치가 공개되지 않아 가늠하기 어렵다.
◆교육교부금, "총액은 는다"는데 계산 방식 따라 20조원 차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산식 자체가 바뀐다. 1972년부터 55년째 이어져 온 '내국세×20.79%' 방식 대신 '전년도 교부금'을 기준으로 3년 연평균 경상성장률과, 3년 연평균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를 반영해 산정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국세 연동제의 가장 큰 단점은 세수가 많을 때는 과도하게 들어오고 적을 때는 부족하게 가는 예측가능성의 문제였다"며 "2022년 갑자기 27.6% 늘었다가 2023년 14.0% 줄어드는 등 변동성이 컸던 게 대표적 사례"라고 개편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인건비가 60%를 차지하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학령인구 변화율을 아예 반영하지 않을 수는 없어 현장 충격을 고려해 35%만 반영하기로 했다"며 "향후 5년간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만큼 재정을 적절히 운용하면 기본적인 교육활동 재원은 안정적으로 확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20.79% 포기' 지적에 대해 또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내국세는 변동성이 커서 하방으로 떨어질 때가 많은 반면 경상성장률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어서, 교육재정을 운영할 때 오히려 훨씬 안정적일 수 있다"며 "20.79%가 없어져 재정 안정성이 깨지는 게 아니라 개편을 통해 재정 안정성이 오히려 담보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새 산식 기준 교부금 총액은 올해 75조7천억원에서 2030년 92조7천억원으로 늘어 연평균 5.2% 증가한다. 이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기존 중기재정계획상 증가율 4.4%(2025~2029년)를 웃도는 수치다. 학령인구 1인당 교부금도 올해 1천330만원에서 2030년 1천950만원으로 늘어 연평균 10.1%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연평균 증가율 8.5%보다 높다.
다만 이 비교는 어디까지나 '기존 중기재정계획'이라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전망치를 기준선으로 삼은 것이다. 만약 초과세수까지 그대로 반영해 종전 20.79% 연동 방식을 계속 적용했다면 내년도 교부금은 100조원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새 산식에 따른 내년도 교부금(80조원 안팎 추정)과 비교하면 20조원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 된다. 즉 '기존 계획 대비 확대'라는 정부 설명과 '세수 호황을 그대로 반영했을 경우와 비교한 감소'라는 셈법이 동시에 성립하는 구조로, 어느 기준선을 잣대로 삼느냐에 따라 같은 개편안이 다르게 읽힐 수 있다.
교부금이 전년보다 줄어드는 경우에 대비한 안전장치도 마련된다. 산식 개편으로 총액이 감소하면 그 차액을 보전해 총액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조항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명시할 방침이다. 또 추가세수를 제외한 내국세 20.79%와 새 산식에 따른 실제 교부금의 차액은 미래대응기금 내 '교육·인재계정' 수입으로 편입해 영유아·고등교육, 우수 인재 유치 등에 재투자하도록 법률로 보장하기로 했다. 다만 이 재원은 개편 첫해인 내년에는 곧바로 유입되지 않고 2028년부터 적립이 시작될 것으로 알려져, 초·중등 교육 현장이 실제 혜택을 체감하기까지는 시차가 있을 전망이다.
◆"3~5년 주기 세수 변동 흡수"…교육계 소통 부족 지적도
산식 개편이 세수 사이클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 기획처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은 통상 3~5년 주기로 호황과 결손을 오가는 구조가 지속돼 왔다"며 "기금을 설계할 때 이런 추세치를 반영해, 호황일 때는 적립하고 세수가 미달할 때는 꺼내 쓰는 재정안정화 기능, 말하자면 저수지 같은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10년 연평균 증가율을 추세치 산정 기준으로 삼은 것은 반도체 업황의 호황·불황이 양방향으로 반영될 수 있는 기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내년도 추세치·적립 규모 등 구체적 수치는 재정경제부의 세입 전망이 확정되는 다음 주 내년도 예산안 발표 때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계 일부에서 제기하는 초중등 교육 홀대 우려에 대해 또 다른 기획처 관계자는 "기금 지원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투자가 부족했던 영유아·고등·평생교육에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이 있다"면서도 "국가 정책상 시급하거나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교육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을 법안에 별도로 뒀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산식 개편 과정과 관련한 소통 부족 지적에 대해 "부처 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쳤고, 지난달 8일에도 토론회를 열어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내국세 연동률 20.79% 유지와 교육현장이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으며, 전국 363개 교육·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긴급행동도 개편안 백지화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