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IPO 30% 감소…증권사 IPO 사업 수익성 '빨간불'
신한證 IPO 조직 3개 부서서 2개로 축소…한투證도 인력 재배치
하반기 무신사 등 조 단위 대어급 대기…조직 축소 후폭풍 우려
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증권사들의 조직과 인력 운용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상장 물량 감소로 기존 조직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IPO 부서를 축소하거나 인력을 다른 IB 영역으로 재배치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IPO 시장은 지난해보다 크게 위축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IPO 상장 기업은 28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2곳보다 33.3% 감소했다. 공모 규모 역시 1조141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4492억 원)보다 30% 줄었다.
스팩과 리츠 등을 제외하면 감소 폭은 더 크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 기업은 17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8곳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모금액 역시 약 1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약 2조2000억 원 대비 반 토막 수준이다.
올해 IPO 시장이 부진한 배경에는 코스피 대형주 중심의 증시 강세와 중복상장 관련 규제 강화 등이 꼽힌다. 국내 증시가 코스피 대형주를 중심으로 상승하면서 코스닥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졌고, 중복상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 상장사의 자회사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의 상장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수익성이 낮은 비상장 기업이 과거와 같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지면서 대형 IPO 후보군 자체도 줄어들었다. 여기에 한국거래소의 심사 기준이 강화되면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으로서도 이전보다 긴 준비 기간과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IPO 시장은 상장 건수와 공모 규모 모두 예년을 크게 밑돌았다"라며 "증시 활황에도 신규 상장시장보다 기존 상장주로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IPO 시장 위축과 맞물려 증권사들의 IB 수수료 수익도 감소했다.
KB증권의 올해 상반기 IB 수수료 수익은 131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53억 원보다 48.4% 줄었다. NH투자증권도 2378억 원에서 2055억 원으로 13.6% 감소했으며, 신한투자증권은 931억 원에서 734억 원으로 21.2% 쪼그라들었다.
IPO를 비롯한 기업금융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증권사들도 관련 조직과 인력 운용을 재정비하고 있다. 특히 IPO는 딜 발굴부터 상장까지 상당한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시장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는 조직을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일부 증권사는 IPO 조직을 축소하는 한편, 인력을 다른 IB 사업으로 재배치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IPO 조직을 기존 3개 부서에서 2개 부서로 축소했다. 최근에는 IPO 조직의 핵심 인력으로 꼽히던 최훈 이사와 양근창 이사가 메리츠증권으로 이동했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두 인사를 영입하며 IPO를 비롯한 IB 조직을 보강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초 IPO 부서 인력을 축소했다. 다만 회사 측은 IPO 업황에 맞춰 일부 인력을 DCM 등 다른 IB 영역으로 재배치한 것으로, IB 사업 전반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인력 운용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대형 IPO 감소가 증권사 조직 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대형 딜은 한 건만 성사돼도 상당한 수수료 수익과 리그테이블 순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대형 후보군이 줄어들면 중소형 딜만으로 기존 조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IPO 본부장은 "상장 준비 기업을 발굴한 뒤 실사와 공모 구조 설계, 거래소 심사 대응 등에 인력을 투입하지만, 최종적으로 상장이 무산되면 그동안 투입한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다"라며 "시장 규모가 충분할 때는 여러 건의 딜을 통해 이를 상쇄할 수 있지만, 전체 건수가 줄어들면 개별 딜의 실패가 조직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장 기업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전제로 조직을 확장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시장 상황에 따라 인력 규모를 탄력적으로 가져가려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이라며 "현재 IPO 시장에서 발생하는 딜 규모와 수익만으로 기존 인력 체계를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IPO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경우 조직을 줄인 증권사들이 다시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실제 올해 하반기 무신사와 구다이글로벌, 소노인터내셔널, 메가존클라우드, 리벨리온 등 기업가치 조 단위가 거론되는 기업들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맞춰 일부 기업이 상장에 성공하면 대어급 기업들도 다시 상장 절차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관련 첫 승인 사례가 하반기 IPO 시장과 대형 딜 성사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