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아트센터 신진작가 초대 릴레이 전시
오는 22일까지 김민제 작가 '안티프레자일(Antifragile)'
길이 5m, 높이 3m의 대형 운송장과 컨테이너, 컨베이어 벨트까지. 택배 물류창고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작품들이 전시장을 채웠다. 대구의 청년작가 김민제가 달서아트센터에서 2년 만에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작가는 왜 생생한 노동의 현장을 예술의 공간으로 가져왔을까.
청년작가에게 이상과 현실은 좀처럼 좁힐 수 없는 동떨어진 세계다. 그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치열한 고민과 실험을 반복하지만 확신은 들지 않고, 마음 한 켠에는 이 길이 맞나 싶은 자기 의심이 스스로를 괴롭힌다. 작업 활동에만 전념하기엔 생계 유지에 대한 걱정이 꼬리를 문다.
김민제 작가 역시 이러한 이유로 이상의 세계에서 점차 밀려났다. 지난 2년 간 그는 작업실에서 붓을 잡는 대신 택배 트럭의 운전대를 잡았다. 30년간 택배회사를 운영해온 아버지의 길을 절대 따르지 않겠노라, 물류 현장에는 결코 발을 들이지 않겠노라 했던 다짐은 현실 앞에 무너졌다.
하지만 그곳에서 작가는 비로소 진짜 예술의 본질을 마주한다. 작업실 안에서 머리로만 지어내던 관념적인 작업 대신 땀 흘리는 현장에서 목격한 삶이 더 진실하게 다가왔기 때문. 현실을 몸으로 겪으며 발견한 감정과 기억은 그에게 예술적 사유의 출발점이 돼줬다. 배송 업무를 하며 입에 달고 살았던 '죄송합니다'를 택배 박스로 만들었고, AI를 활용해 쓴 사과문도 작품이 됐다.
"예술이 단순히 멀리 있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삶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날 것의 감각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한번도 미술관에 가본 적도 없다고 한 직장 동료들마저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전시 제목은 '깨지기 어려운', '단단한'이란 뜻을 지닌 '안티프레자일(Antifragile)'. 작가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균형을 잡지 못해 위태로웠던 자신이 외부의 충격과 스트레스를 견뎌내며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강인해진 회복력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내 원동력은 거창한 영감이 아니라, 매일 겪는 경험"이라며 "새벽에 일어나 수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여전히 땀 흘려 택배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아내와 맛있는 식사를 한 뒤 글을 쓰는 반복되는 일상의 단단한 감각이 나를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 주는 진짜 힘"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일상을 바탕으로 작업을 해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온 가치는 '삶과 예술의 일치'다. 내가 직접 살아내온 삶, 내 구체적인 경험에서 나온 언어들을 앞으로도 작업에 담아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전시는 달서아트센터가 올 초 공모를 통해 선정한 신진작가 릴레이 초대전이다. 김민제 작가의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열리며, 28일부터 9월 12일까지는 김유주 작가의 전시 '감탄고토(甘呑苦吐)'가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