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역량 강화하는 NH證…개화 앞둔 STO 시장 선점 나선다

입력 2026-08-13 09: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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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 TFT 신설…강민훈 디지털사업부 대표가 직접 총괄
내년 2월 STO 제도화 앞두고 정형증권 발행 PoC 등 역량 확보
STO비전그룹·투자계약증권 발행 경험에 코스콤 인프라 협력까지

NH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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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이 토큰증권(STO) 제도화를 앞두고 디지털자산 사업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민훈 디지털사업부 대표를 중심으로 전담 조직을 꾸린 데 이어 정형증권 기반 토큰증권 발행을 위한 기술검증(PoC), 외부 인프라와의 협업 등 사업 기반 마련에 나섰다. 내년 2월 관련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만큼 기존 투자은행(IB) 부문의 발행 역량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초기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2일 디지털자산 분야의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실행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T)를 신설했다. TFT는 강민훈 디지털사업부 대표(상무)가 팀장을 맡아 직접 총괄하며 상근 팀원 1명과 비상근 팀원 6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운영 기간은 오는 12월 31일까지로 필요할 경우 연장할 예정이다.

강 대표는 NH투자증권 내 주요 관리·전략 부서를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1972년생으로 대전 대신고와 경희대 회계학과를 졸업했으며 지난해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AMP)을 수료했다. 2014년 7월 통합추진 TFT를 거쳐 같은 해 12월 재무관리부장을 맡았으며 이후 경영관리부장과 인사부장을 역임했다. 2020년 고객지원본부장, 2023년 경영전략본부장을 거쳐 2024년 4월 OCIO솔루션본부장으로 이동했고 같은 해 12월부터 디지털사업부 대표를 맡고 있다.

TFT의 핵심 임무는 금융서비스 혁신과 자본시장 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특히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STO 제도화에 맞춰 단기간에 성과를 확보할 수 있는 이른바 '퀵윈(Quick-Win)' 과제도 추진한다.

대표적인 과제가 정형증권 기반 토큰증권 발행이다. 현재 제도상 허용되지 않은 정형증권 기반 토큰증권의 발행 과정을 미리 PoC 형태로 검증해 제도 시행 전부터 관련 기술과 발행 역량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당장 상품을 출시해 수익을 내기보다는 시장이 열리는 시점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과 사업 구조를 사전에 갖추는 데 방점을 찍은 셈이다.

이는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STO를 둘러싼 선점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과 맞닿아 있다. 토큰증권은 주식이나 회사채, 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은 물론 부동산·미술품·음원 지식재산권(IP) 등 실물자산과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 토큰 형태로 발행·유통하는 방식이다. 토큰증권 도입을 위한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내년 2월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주요 증권사들은 컨소시엄과 협의체 참여, 블록체인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관련 인프라와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제도화 논의 이전부터 관련 경험을 단계적으로 축적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토큰증권 협의체인 'STO비전그룹'이다. 조각투자 사업자가 기초자산 발굴과 상품 설계를 담당하고 증권사는 발행 구조 설계와 계좌관리 기능을, 기술사는 분산원장 기반 시스템 구축을 각각 맡고 있다. 개별 회사가 발행부터 유통, 기술 인프라까지 모두 구축하기보다 각 참여자가 강점을 가진 영역을 담당해 초기 시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구조다.

향후에는 사업 영역을 기존 조각투자에서 정형증권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STO 시장에서는 미술품과 부동산 등 비정형 자산이 주요 기초자산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NH투자증권은 중장기적으로 채권과 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까지 토큰화 대상으로 넓혀 보고 있다.

이는 증권사의 기존 사업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비정형 자산은 기초자산 평가와 공시, 유동성 확보 등에 제약이 있지만, 정형증권은 이미 형성된 시장과 발행 구조를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자산 구조화부터 공시, 청약, 배정, 사후관리로 이어지는 토큰증권 발행 과정은 기존 IPO 등 IB 업무와 유사한 부분이 많아 증권사가 보유한 발행·관리 역량을 디지털 영역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기보다 외부 인프라를 활용해 초기 비용과 리스크를 낮추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2일 코스콤과 '토큰증권 플랫폼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토큰증권 플랫폼 및 분산원장 관련 기술 협력과 공동 플랫폼 활용 방안 검토, 토큰증권에 적합한 기초자산 및 사업모델 발굴, 서비스 출시 전 기술검증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코스콤과의 협력을 통해 토큰증권 사업에 필요한 기술요건과 기존 업무시스템 간 연계 방안을 점검하고 실제 증권업무에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단순한 기술 협력에 그치지 않고 제도 시행 이후 실제 상품과 고객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사업 추진 체계를 미리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행보는 NH투자증권의 전반적인 디지털 역량 강화 전략과도 맞물린다. 최근에는 고객이 직접 개발한 투자 프로그램을 회사 거래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는 오픈API 서비스 '나무 플러그(Namuh PLUG)'와 'N2 플러그(N2 PLUG)'도 출시했다. 국내외 주식과 파생상품, 채권, 금현물 등을 거래할 수 있으며 코딩 지식이 없는 고객도 AI를 활용해 투자 전략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홈트레이딩시스템(HTS) 중심의 표준화된 투자 환경에서 벗어나 고객이 직접 투자 방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접점을 확대하는 것이다.

디지털자산 시장 자체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증권사들의 움직임을 재촉하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미국 토큰화 주식 거래액은 36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바이낸스의 'bStocks' 발행량은 최근 30일 동안 218.2% 급증했다. 토큰화 주식이 기존 금융상품과 블록체인을 결합하는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금융회사 역시 제도 시행만 기다리기보다 사업화 준비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국내 STO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위해서는 결국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기초자산의 범위를 얼마나 넓힐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기존 조각투자 시장에서 활용돼 온 기초자산이 제한적인 데다 일부 자산군에서는 신규 발행까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 조각투자 시장에서 활용돼 온 기초자산의 종류가 제한적인 가운데 일부 자산군에서는 신규 발행도 둔화하고 있어 초기 시장의 관심은 결국 기초자산 범위 확대 여부에 집중될 것"이라며 "향후 STO법 하위법규와 가이드라인에서 설정되는 기초자산 적격요건 수준이 초기 토큰증권 시장의 상품 다양성과 성장 가능성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도화 이후 시장 확대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금융회사와 디지털자산 산업의 결합은 새로운 수익원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기회를 제공하지만, 디지털자산 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금융회사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금융회사와 디지털자산 사업자 간 지분 투자와 전략적 제휴가 확대될 경우 시장 집중과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디지털자산 상품 판매가 늘어날수록 투자자 보호와 정보 공시 체계의 중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이에 NH투자증권은 초기부터 대규모 독자 플랫폼 구축에 뛰어들기보다 기존 금융업과 연계할 수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사업 기반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STO비전그룹을 통한 생태계 구축과 투자계약증권 발행 경험에 이어 디지털자산 TFT를 통한 사업 모델 발굴, 정형증권 PoC와 공동 플랫폼 활용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시장 개화 시점을 예단해 단기 수익성을 좇기보다 제도 시행과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사업 포지션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디지털자산과 토큰증권 시장의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되는 만큼 관련 사업 기회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실행 기반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