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제법 가을 느낌이 물씬 풍긴다. 늦더위가 있더라도 폭염(暴炎)이 한풀 꺾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폭염의 흔적은 뚜렷한 부담(負擔)이다.
'직전 3개월 사용량보다 ○○○% 증가한 사용량이니, 전기설비 확인 및 절전으로 전기요금이 증가되지 않도록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한전(韓電)의 카톡 메시지는, 다음 달에 놀랄 만큼 많은 요금이 청구되더라도 너무 큰 충격을 받지 말라는 '민원 방지용 안내문'으로 해석된다. 늘어난 전기 사용량과 예상 요금을 보면 "헉~"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살아남기 위해 틀었던 에어컨의 반란(反亂)이 가계부를 강타한 셈이다. 한낮 기온 39도, 40도와 열대야(熱帶夜)가 일상이 된 요즘 에어컨은 생존 아이템 자체가 됐다. 겨우 살아남는 비용 때문에 가슴 졸이고 한숨 쉬는 것이 서민들의 삶이다.
고효율 설비인 히트펌프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에너지 효율이 기존 에어컨에 비해 3~5배 좋다는 점이 매력(魅力)이다. 단순 계산해서, 아무리 무서운 폭염이 닥쳐도 3분의 1, 5분의 1 전기료로 마음껏 냉방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꿈'이 생긴다.
히트펌프는 냉매를 이용해 난방(煖房) 시에는 겨울철 바깥 공기나 땅속의 열을 흡수해 실내로 보내주고, 냉방(冷房) 시에는 밸브 방향을 바꿔 실내 열을 밖으로 내보낸다. 보일러와 에어컨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특히 히트펌프는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며, 삼성·LG·경동나비엔·대성히트에너시스 등 국내 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크게 아쉬운 것은 1대 설치(設置)에 1천만원 정도 소요돼 비싼 편이고, 실외기·축열조 등의 부피 탓에 아직 일반 아파트에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현재는 공장, 사무실, 대형 단독주택 등이 주요 수요처이다.
글로벌 시장은 지난해 935억달러(약 133조원)에서 2034년 2천119억달러(약 302조원)로 연평균 9.8% 증가할 전망이다. 향후 10년간 국내 시장 규모도 35조원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뛰어난 연구진들이 분발(奮發)해 새로운 산업도 일으키고, 서민들이 전기료 적정 없이 여름과 겨울을 날 수 있는 시절이 하루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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