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튀김 사오랬는데"…40년 만에 동대구역 찾은 프랑스 입양인

입력 2026-08-11 14:48:50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1986년 동대구역서 발견된 정주영 씨, 엄마·누나 찾으러 대구 방문

1986년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발견된 뒤, 프랑스로 입양된 정주영 씨(맨 오른쪽)가 자신의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독자 제공
1986년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발견된 뒤, 프랑스로 입양된 정주영 씨(맨 오른쪽)가 자신의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독자 제공
1986년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발견된 뒤, 프랑스로 입양된 정주영 씨의 입양서류에 담긴 당시 사진. 독자 제공
1986년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발견된 뒤, 프랑스로 입양된 정주영 씨의 입양서류에 담긴 당시 사진. 독자 제공

1986년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발견된 네 살배기 남자아이가 4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의 가족을 찾기 위해 대구를 다시 찾았다.

해당 사연의 주인공은 프랑스에서 가정의학과 의사로 생활하고 있는 정주영(토마스·Thomas) 씨다. 정 씨는 최근 아내와 네 딸 등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경주에 머문 뒤, 홀로 자신의 기억을 묻어둔 대구를 찾아 동대구역과 봉덕동 일대를 둘러봤다.

정 씨의 입양 서류에 따르면 그는 1986년 11월 11일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발견됐다. 당시 파란 조끼와 갈색 바지를 입고, 하늘색 운동화를 신은 네살박이 아이가 홀로 울고 있었다고 기록됐다. 역전파출소 순경이 아이를 보호한 뒤, 대구 남구 봉덕동 대성원으로 인계했다.

이후 정 씨는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 6월 27일 비행기를 타고 고국을 떠나 프랑스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정 씨가 어린 시절 가족에 대해 기억하는 내용은 많지 않다. 다만 어머니가 돈을 건네며 고구마 튀김을 사오라고 시켰고,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어머니와 누나가 사라져 있었다는 기억만 지금까지 남았다.

정 씨는 양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비로소 자신의 입양 서류를 처음으로 확인하면서 과거의 기록을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서류에서 자신의 한국 이름이 '정주영(Jung, Joo Yung)'으로 기록된 사실도 확인했다. 출생일은 1984년 2월 20일로 추정된다.

지난 4월 한국을 찾은 정 씨는 가족과 함께 경주에서 불국사와 석굴암 등을 둘러보고 전통음식을 먹는 등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 그러나 정 씨에게 이번 방문의 가장 중요한 목적지는 대구였다.

정 씨는 가족과 따로 떨어져 홀로 자신이 네 살 때 가족과 헤어진 뒤 발견됐던 동대구역 대합실을 직접 찾았다. 이어 대구 남구 봉덕동과 비산동 김광석거리 인근 등 어린 시절의 기억과 관련된 지역을 찾아다녔다. 자신이 어린 시절 머물렀던 대성원도 다시 찾았다.

대성원에서는 현재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열한 살 여자아이를 만났다. 이 아이가 정 씨에게 "입양을 가면 저도 아저씨처럼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요?"라고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는 이번 방문에서 가족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대구를 자신의 고향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에서는 삼성 라이온즈의 잠실 원정경기를 찾아 응원하기도 했다.

해당 사연은 정 씨 가족이 머물렀던 숙소 경주 대릉원 사랑채 주인의 제보로 알려지게 됐다.

정 씨는 이번 한국 방문에서 가족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대구 일대에서 자신이나 가족을 기억하는 사람을 찾고 있다. 당시 대성원에서 함께 생활했던 아동이나 가족과 관련한 기억을 가진 사람의 제보도 기다리고 있다.

정 씨와 관련한 제보는 경주 대릉원 사랑채 이메일(lc0703@gmail.com) 또는 인스타그램(@daereungwonstay)을 통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