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학사 거쳐 뉴욕 재즈 경험하며 석사까지
매일밤 잼 세션 참여해 존경하던 뮤지션과 합주 꿈 이뤄
'꿈의 클럽' 스몰스 등서 뮤지션 곡 편곡·선정·연주 기회
"재즈, 매 순간이 새로운 음악…감독으로서 잘 듣는것 중요
뉴욕서 배운 음악, 대구·국내 무대서 관객과 나누고파"
'재즈의 중심' 뉴욕에서 하나씩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청년이 있다. 대구 출신 재즈 피아니스트 추성택(30)은 국내외에서 연주 경험을 쌓아오며 지난 6월부터 3년간 슈라인 월드 뮤직 베뉴와 스몰스 재즈 클럽 등 주요 재즈 공연장에서 음악감독 겸 리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게 됐다. 이달 열린 미국 최대 야외 재즈 행사인 '클리퍼드 브라운 재즈 페스티벌'에도 '마이크 분 앙상블'의 음악감독이자 피처드 게스트로 참여하며 평소 동경하던 뮤지션들과 무대에 서고,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 네덜란드와 미국으로 재즈 공부를 떠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한국을 벗어나 제대로 재즈를 공부해보고 싶었다. 네덜란드로 결정한 계기는 스승인 네덜란드 출신의 거장 피아니스트 롭 반 바벨 영향이 컸다. 롭은 제1회 델로니어스 몽크 컴페티션(현 허비행콕 컴페티션)준우승자이자 쳇 베이커를 포함한 수많은 미국의 재즈 전설들과 협연했고,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 콘서바토리, 암스테르담 콘서바토리에서 교수로 지냈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그는 매년 마스터 클래스와 콘서트 겸 내한을 하는데 당시 나도 이분에게 레슨을 받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후 헤이그 왕립 콘서바토리와 암스테르담 콘서바토리에 운 좋게 모두 합격해 암스테르담에서 학사 과정을 밟으며 그의 지도를 받게 됐다.
그러다 2021년 겨울 방학 미국 뉴욕에 방문해 재즈의 본고장답게 모두가 스윙, 비밥, 블루스 등 정통성을 중시하고 깊이 있는 연주를 직접 경험하며 석사는 뉴욕에서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학사를 마칠 때쯤 뉴욕 맨해튼 스쿨 오브 뮤직 석사 과정에 합격해 공부를 이어가게 됐다.
- 뉴욕에서의 음악생활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뉴욕 재즈의 모토는 "Jazz is alive and well in New York(재즈는 뉴욕에서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이다. 그만큼 이곳에선 재즈가 들리지 않는 날이 없고, 모던 재즈의 기틀을 세운 찰리 파커·셀로니어스 몽크 등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유서 깊은 곳이다. 초창기에는 거의 매일 잼 세션(jam session·즉흥 합주)에 나가며 평소 존경하던 뮤지션들과 친구가 되거나 퍼포먼스 기회로도 이어지면서 뉴욕은 꿈이 이뤄지는 도시라는 걸 실감했다.
또 무대에서 재즈 거장뿐만 아니라 팝·할리우드 스타 등이 나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 일화로 스몰스 재즈 클럽에서 색소포니스트 에릭 와이엇과 공연하던 중 익숙한 얼굴의 한 관객이 들어와서 봤는데 배우 해리슨 포드였다. 뉴욕에서만 일어날 법한 일이자 인생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최고의 재즈 환경을 갖추고, 준비된 자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는 곳이 뉴욕이다.
- 뉴욕 유명 재즈 공연장 슈라인 월드 뮤직 베뉴와 스몰스 재즈 클럽의 음악감독 겸 수석 피아니스트를 맡게 됐다. 어떤 역할을 하고, 이는 재즈 연주자에게 어떤 의미인가.
뮤지션 폴 오스터리츠, 에릭 와이엇, 애런 존슨, 마이크 분의 밴드에서 음악감독으로서 곡을 편곡·선정하고 피아노를 연주한다. 언젠가 같이 연주해보고 싶었던 뮤지션들과 협연하게 돼 영광이고 이들의 음악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게 기쁘다. 스몰스 재즈 클럽 역시 뉴욕 재즈씬의 허브이자 꿈의 재즈 클럽으로, 아티스트로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 뉴욕에서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흘러가나
뉴욕에는 뛰어난 연주자들이 정말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연습에 쏟고, 편곡을 하거나 작곡 소재를 찾으며 음악을 계속 발전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뉴욕 재즈씬의 꽃인 잼 세션도 자주 가는 편이다. 보통 스몰스 재즈 클럽 기준 밤 12시에 시작해 새벽 3시 30분쯤 끝나는데, 많이 늦은 시간이지만 인맥 네트워킹을 위해 중요하다.
- 고향 대구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는 도시인가
한동안 방문한 적은 없지만 당연히 내가 자란 곳이라 정이 가는 도시고 문화 예술 쪽으로 정말 잘 발달돼있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뉴욕에서 배우고 경험한 음악을 한국의 관객들과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일정은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대구를 비롯한 국내 무대에서도 꼭 인사드리고 싶다.
- 연주자로서 느끼는 재즈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재즈의 가장 큰 매력은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와 순간에 따라 매번 새로운 음악이 탄생하는 점이다. 악보에 적힌 음표를 연주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소리를 듣고 즉흥적으로 대화하며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가장 큰 매력이다. 뉴욕의 전통적인 어법을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재즈를 들려주고 싶다.
-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스스로 크게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각 연주자의 장점을 살리고 전체적인 사운드와 흐름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하게 되면서 음악을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게 됐다. 특히 다른 연주자의 소리를 잘 듣고 반응하는 '듣는 능력'이 가장 크게 성장했다. 여러 경험을 통해 리더십은 앞에서 이끄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의 소리를 존중하고 하나의 음악으로 만드는 과정이라는 걸 배웠다.
- 대구와 한국에서 재즈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기회가 된다면 뉴욕에서 재즈를 직접 경험해보길 권하고 싶다. 공연을 보고 함께 연주하며 재즈 문화를 몸으로 경험하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배움이 될 거다. 그리고 큰 꿈을 품고 꾸준히 연습하면 좋겠다. 나 또한 한국에서 재즈를 시작했고, 뉴욕에서 활동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성실함이라고 믿으며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원하는 무대에 꼭 설 수 있을 거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