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채권·컴플 등 본사까지 슈퍼SOL·쏠링크 영업…관리직도 압박
'인당 50건'서 점수제로 변경…까다로운 신규 조건에 난항
"전문 업무 하려고 증권사 왔는데 앱 영업"…내부 불만 확산
신한투자증권이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통합 금융 플랫폼 '신한 슈퍼SOL' 가입 확대에 나서면서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 영업점뿐 아니라 기업금융(IB), 리서치, 채권 등 본사 영업부서와 관리직은 물론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컴플라이언스 조직까지 가입 유치에 동원되면서 본연의 역할과 무관한 업무 부담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과거에도 신규 상품이나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영업 캠페인이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사실상 전사적인 가입자 확보가 이뤄지면서 직원들이 체감하는 압박 수위가 예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전언이다.
회사 측은 개인별 가입 할당량을 공식적으로 부여하거나 이를 인사 평가와 연계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목표가 부서·팀 단위로 부과되면서 개인이 느끼는 부담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내부의 목소리다. 할당이 팀에 걸려 있는 만큼 한 사람이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그 여파가 개인에 그치지 않고 팀 전체 실적으로 전가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IB·애널리스트부터 컴플라이언스까지…"본업 있는데 이런 것까지"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 직원들은 그룹 통합 애플리케이션 신한 슈퍼SOL과 은행 계좌를 통해 증권 거래가 가능한 은행·증권 연계 서비스 'SOL LINK(쏠링크)' 가입자 유치 영업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일반 영업부서뿐 아니라 본사 관리직 등 비영업부서까지 가입자 유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이 같은 영업 방식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내부에서는 당초 부서별로 슈퍼SOL 가입 목표가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직원 10명이 있는 부서의 경우 직원 1인당 50건을 기준으로 총 500건가량의 목표가 제시되는 방식이었다.
다만 당초 제시된 가입 건수 목표는 이후 점수제로 변경됐다. 슈퍼SOL 가입은 1점, SOL LINK는 0.5점으로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별 공식 KPI가 별도로 설정된 것은 아니지만 부서나 팀 단위로 실적을 관리하면서 직원들이 목표 달성 여부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신한투자증권 임직원 A씨는 "예전에도 영업 캠페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올해 들어 전사적으로 직원들을 동원하는 분위기가 훨씬 강해졌다"라며 "개인별로 공식적인 KPI가 없다고 해도 팀 단위로 목표를 따지기 때문에 결국 직원들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슈퍼SOL 신규 가입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기존에 슈퍼SOL이나 신한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이력이 있는 고객은 신규 실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워 사실상 새로운 고객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슈퍼SOL은 2018년 이후 가입 이력이 없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라며 "사실상 신한은행을 아예 이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라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의 특징은 기존 금융권의 영업점 중심 캠페인과 달리 신한투자증권 본사 전반으로 대상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IB와 애널리스트, 채권 등 본사 직군은 물론 관리·지원 부서와 컴플라이언스 등 영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작은 조직에도 가입자 확보 요구가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컴플라이언스는 금융회사의 영업 과정에서 규정 준수 여부와 과도한 영업 행태 등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 만큼, 이들 조직까지 가입자 확보에 나선 것을 두고 내부에서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임직원 B씨는 "컴플라이언스는 무리한 영업이나 규정 위반을 잡아내는 부서인데 그런 직원들까지 가입자를 구하러 다닌다"라며 "감시해야 할 사람들이 되레 영업 현장에 내몰린 셈이다. 실적을 채우라는 압박이 예전과는 비교조차 안 될 만큼 거세졌다"고 덧붙였다.
본사 관리직의 경우 공식적인 개인별 핵심성과지표(KPI)가 명문화돼 있지는 않지만 부서장 성향에 따라 가입자 유치 압박의 강도가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팀이나 부서 단위로 목표 달성 여부가 관리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목표를 채우지 못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입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직원들이 기존 고객에게 단순히 앱 설치를 권유하는 수준을 넘어 신규 가입자를 직접 찾아 나서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이나 대학가까지 직접 찾아다니며 영업에 나서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B씨는 "슈퍼SOL은 웬만한 고객은 이미 다 가입돼 있어 신규 조건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가입자 한 명 구하겠다고 지방까지 내려가거나 지역 대학을 훑고 다니는 직원까지 나온다"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본업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증권사 직원들은 은행 직원과 달리 고객을 상대로 예적금이나 카드 가입 등을 권유하는 업무가 본래 업무의 중심이 아닌 만큼 체감하는 부담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임직원 C씨는 "다들 애널리스트나 IB, 채권 같은 전문 업무를 하겠다고 증권사 문을 두드린 사람들"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본업은 뒷전이고 앱 가입자나 찾아다니는 신세"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계 대학까지 나온 직원이 친구들한테 가입 좀 해달라고 사정하는 걸 보고 있으면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싶다"고 토로했다.
◆KB와 벌어진 비은행 격차…신한금융, 계열사 고객 연계 총력
신한금융이 슈퍼SOL과 함께 쏠링크 가입 확대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은행 고객을 증권 서비스로 연결해 그룹 내 고객을 묶어두려는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비은행 부문의 실적과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계열사 간 고객 연계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은 은행 부문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증권·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에서는 KB금융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은행 고객을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로 연결하고 그룹 내 금융상품 이용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증시 호조에도 신한투자증권의 실적 개선 폭이 경쟁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은행 고객을 증권 서비스로 유입시켜 고객 기반과 거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그룹 차원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만 신한투자증권 내부에서는 쏠링크가 은행 고객의 자금을 그룹 안에 묶어두는 데에는 의미가 있지만, 이를 통해 증권사의 실적이 직접적으로 크게 늘어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직원 D씨는 "쏠링크는 기존에도 있던 주식 연계 서비스와 기본적으로 비슷한 시스템"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의 자금이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로 빠져나가지 않고 그룹 안에 머물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고객이 많이 넘어온다고 해서 기존 계좌처럼 실적에 크게 도움이 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그룹 노조협의회가 앞서 '앱팔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슈퍼SOL 가입 영업을 비판한 것도 이 같은 현장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신한금융그룹노동조합협의회는 앞서 지난달 공동성명을 통해 그룹 차원의 신규 가입 목표가 과도하다며 직원들이 가족과 지인을 넘어 중고거래 플랫폼 등을 통해 가입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을 낸 노조협의회는 은행과 카드, 증권, 보험 등 신한금융 계열사 노동조합으로 이뤄진 조직으로, 이들이 앱 실적 압박과 관련해 공동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당시 슈퍼SOL 신규 가입 목표로 360만 좌가 제시됐다며 직원들이 외부에서 신규 가입자를 직접 섭외하는 등 무리한 영업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신한금융은 통합 플랫폼의 외형을 빠르게 확대하기 위해 계열사 전반에서 가입자 확보에 힘을 싣고 있다. 슈퍼SOL 관련 그룹 차원의 마케팅 비용도 300억 원 수준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단순 가입자 수 확대만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용률과 거래 활성화, 계열사 간 교차판매 등으로 이어져야 가입자 확대의 실질적인 의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앱 가입 캠페인을 넘어 금융그룹의 디지털 전략과 현장 영업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그룹 차원의 목표가 팀과 부서 단위의 실적으로 관리되면서 본업과 무관한 직원들까지 영업에 참여하게 될 경우, 플랫폼의 외형을 키우는 과정에서 현장의 피로감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디지털 플랫폼을 키우기 위해 그룹 차원의 캠페인을 벌이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다만 단기간에 가입자 수를 늘리는 방식이 반복되면 직원들은 본업보다 숫자를 맞추는 데 매달릴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