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 주에만 8.7조 순매도…7월 한 달치 맞먹어
주주환원·제도 개선에 반도체 이익 지속성도 관건
금리·AI 투자 향방도 변수…수급 전환이 재평가 신호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대규모 매도세를 이어온 외국인이 최근 들어 매도 강도를 더욱 높이면서 국내 증시의 수급 부담도 커지는 모습이다. 시장의 관심은 외국인 자금이 언제 다시 국내 증시로 돌아올지에 쏠리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7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94조1408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147조742억원, 기관은 29조5771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외국인 매도세는 이달 들어 더욱 거세졌다. 지난 7월 한 달간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8조6313억원, 1299억원을 순매도했다. 합산 8조7612억원 규모다. 이달 3~7일에는 불과 5거래일 동안 코스피에서 7조1820억원, 코스닥에서 1조4991억원을 팔아치웠다.
이달 첫째주(3일~7일) 두 시장의 외국인 순매도액은 총 8조6811억원으로 7월 한 달 순매도액의 약 99%에 달한다. 특히 코스닥에서는 7월 1299억원에 그쳤던 순매도 규모가 이달 첫 주 1조5000억원 가까이로 불어나면서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문제는 외국인의 매도 행렬이 언제 멈추느냐다. 증권가에서는 기업 실적뿐 아니라 주주환원 확대와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외국인 자금을 다시 끌어들일 유인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추가적인 외국인 수급 유입에는 실적보다 제도적 촉매가 필요하다"며 "주주환원 정책의 구체화나 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단기적인 매매 대상에서 장기 보유 대상으로 바라보도록 만드는 것도 관건이다. 신영증권은 코스피가 크게 상승하는 과정에서도 외국인은 순매도 했다며 한국을 장기 보유 대상으로 판단하기보다 기계적인 트레이딩을 이어왔다고 분석했다.
주주환원과 거버넌스 개선은 외국인의 시각을 바꿀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 확대, 이사회·자본효율·소액주주 보호 등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같은 이익에도 시장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상법 개정 논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기대 역시 국내 증시 재평가를 위한 시도로 평가된다.
제도 개선과 함께 국내 증시에서 비중이 큰 반도체의 이익 지속성도 외국인 수급 전환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음에도 시장은 현재의 높은 마진이 업황 정점에서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호황기의 최대 실적보다 업황이 꺾였을 때 이익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는지가 국내 반도체 재평가의 관건으로 꼽힌다. TSMC가 다운사이클에서도 약 40% 안팎의 이익률을 유지한 점을 들어, 한국 반도체 역시 HBM을 통해 높아진 이익 체력을 하락기에도 지켜낼 수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금리 경로와 AI 투자 지속 여부도 외국인 수급을 좌우할 대외 변수로 남아 있다. 신영증권은 물가가 낮아지고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는 신호가 나타나는 반면 일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인상 주장과 장기금리 상승은 부담 요인으로 평가했다. 주요 클라우드 기업의 실적은 견조하지만 대규모 AI 투자가 실제 현금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확인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
김효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재평가의 첫 신호는 수급에서 먼저 나타날 것이다. 외국인이 오를 때 파는 대신 오를 때 담기 시작하는 순간. 그때가 트레이딩이 보유로 바뀌는 지점이고, 증명의 시간이 끝나는 지점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