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묘역을 찾아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영전에 올렸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 '야~기분좋다~!!!!'라고 하고 계시지요?" 〈김용민 민주당 의원, 8월 1일 인스타그램에서〉
"민주주의 승리의 역사 속에 곧 초라하게 사라질 검찰청 소속 공무원들에게 경고합니다. (…) 법이 잘못되었다는 등의 언행은 퇴직하고 국힘당 입당해서 하기 바랍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 8월 4일 페이스북에서〉
"제가 개정된 형소법을 안 읽어봐서 그러는데, 법안에 의하면 검사가 수사를 하면 안 된다고 돼 있습니까?" 〈이재명 대통령, 8월 5일 법무부 업무보고 중〉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모두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원안 의결했다. 국민 과반이 이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이른바 '지옥문'이 열린다는 범죄 피해자들의 호소도 정부여당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민심이 더욱 요동친 데에는 법안 통과와 그 직후 과정에서 나온 이들의 '말'이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여당 인사들의 말 속엔 국민·민주주의를 앞세웠던 '인사치레'마저 사라진 지 오래였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는 검찰 조직에 대한 사적인 적개심과, 범죄 피해자에 대한 절망적인 수준의 공감능력이 대신 들어차 있었다는 게 여론의 판단이었다.
그 결과 민심은 더욱 급격히 돌아서고 있다. 이번 이슈가 최근 대통령의 청년세대 지지율 급락세에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적잖다. 특히 젊은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철회에 여권 내부에서도 차츰 위기의식이 피어오르는 모양새다.
◆"지옥에나 가라" 피해자 절규에도 아랑곳…검찰 겨눈 김용민 '공개경고'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내주신 숙제 다 끝냈습니다"라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인증샷'을 남겼다.
김 의원은 사진과 함께 "오늘 아침 다시 묘역을 찾아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영전에 올렸다"며 "노무현 대통령님 '야~ 기분 좋다~!!!!'라고 하고 계시지요"라고 적었다.
해당 게시물은 지난 3일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인 김진주(가명) 작가가 댓글을 달면서 화제가 됐다. 당시 김 작가는 "지옥에나 가세요"라고 쏘아붙였는데, 댓글은 얼마 안 가 삭제됐다.
이 같은 김 작가의 반응은 검사의 보완 수사권을 폐지한 여당 의원들에 대한 원망감을 김 의원에게 투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검사 직접 수사 권한 폐지를 당론으로 의결한 여당 내에서도 가장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인사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김 의원은 이번 형소법 개정안에 새로 명시된 공소 기각 사유를 '중대한 위법 수사' '소추 재량의 현저한 일탈'까지 넓히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범죄 피해자에게 '공개 비판' 당한 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은 지난 4일 저녁 페이스북에서 "민주주의 승리의 역사 속에 곧 초라하게 사라질 검찰청 소속 공무원들에게 경고합니다"라며 "그대들은 행정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국회가 만든 법이 현장에서 잘 실행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라고 일침했다.
이어 "법이 잘못되었다는 등의 언행은 퇴직하고 국힘당 입당해서 하기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검찰 내부망 등에서는 자연스럽게 김 의원에 대한 성토가 줄을 이었다.
지난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검찰 내부망에는 '김용민 아저씨 보세요' 제하의 글이 게시됐다. 김 의원의 전날 발언에 반박하는 취지였다.
자신을 경력 13년 차 수사관이라 밝힌 김모 씨는 "저희가 아저씨에게 뭐라 한 적 있나요? 저희가 지금 이 판국에 어디로 튕겨 가서 무슨 일 해야 할지 심란한 와중에 꼭 기름 붓고 싶어서 한마디 하셨더라고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제가 입사한 후 대다수 검찰 공무원들은 개인의 일탈 외에 하늘에 부끄럼 한 점 없이 아저씨에게 경고받을 짓 한 적 없습니다"라며 "우리를 이용해서 정치적으로 더 성공하고 싶었으면 검찰의 몇몇 문제점에 대해 꼬집어야지, 왜 평범한 일하는 사람들을 굳이 인신공격하시나요"라고 따졌다.
김씨는 "저희가 법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 딱히 한 적도 없는데 한다고 한들 이걸 정치적 색채로 보는 건 아저씨 시각 아닌가요"라며 "왜 가만히 있는 사람들 데려다 퇴직하고 국힘당 입당하라고 당부하세요? 싫은데요? 반대 의견 한마디 내면 국힘당 편드는 사람들로 보이나요?"라고 되물었다.
또 "제가 바라는 건 아저씨 정치적 욕심으로 괜히 애먼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모습 보인 거 사과하시는 겁니다. 그럼 저도 아저씨라고 부른 것 사과할게요"라고 받아쳤다.
김씨의 글에는 이날 오후 기준 50개 안팎의 댓글이 달렸다.
한 직원은 김 의원이 검찰청에 '초라하게 사라질'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점에 주목하며 "애초에 개정 형소법은 국민의 권익보다 검찰 공무원 초라해지라고 만든 거구나, 이제 깨달았습니다"라며 "어느 당에도 입당하고 싶지 않았는데 입당 추천까지 받네요"라고 비꼬았다.
다른 한 직원은 "참 웃기지도 않는다. 국민의 60%가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며 "그 국민들에게 '법이 잘못됐다는 언행은 국힘당에 입당해서 하기 바랍니다'라고 적기 바란다"고 가세했다.
◆"국선 써라" 법사위원장 발언에…野 "무료 렌탈 서비스냐, 무책임" 일갈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형소법 개정안 이후 범죄 피해자의 변호사 비용 부담 우려에 '국선변호인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서 의원은 지난 3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관련 질문을 받고 "약자와 관련된 범죄인 아동학대, 성폭력, 강력 범죄 등은 나라에서 무조건 의무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게 했다. 이것이 바로 국선변호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국선변호인은 불송치까지만 담당했는데 이의신청도 같이하게 된다"며 "국선변호인 업무가 늘어나면 비용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법무부와 협의하고 있어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서 의원의 해당 발언을 두고 야권 등에서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을 넘어, 사법 현장의 현실을 뿌리째 왜곡하는 극도로 무책임한 궤변이자 거짓말"이라며 "국선변호인 제도가 국민 누구나 필요할 때 마음대로 불러 쓰는 무료 렌탈 서비스라도 되느냐"고 서 의원 발언을 직격했다.
윤 의원은 "수사 단계에서 국선변호인을 지원받을 수 있는 대상은 성폭력 피해자나 장애인 등 법률이 엄격하게 정한 극히 제한적인 범주의 사람뿐"이라며 "일반 피고인 역시 재판 단계에 넘어가서야 비로소 법원 직권이나 자신의 경제적 빈곤을 '입증'하고나서야 겨우 지정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제 보통의 국민은 내가 범죄 피해를 입어도 대체 '경찰, 중수청, 공수처 중 어디로 찾아가야 하는지'조차 헤매는 지경에 처했다"며 "절차가 복잡해지고 사법 혼란이 커질수록, 전문 변호인의 조력이 절실해지는 것은 결국 무고한 보통의 국민들"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입법 책임을 가진 정치권은 허울뿐인 '국선변호인' 핑계 뒤에 숨어 국민의 정당한 우려를 무시하고 있다"며 "제도의 허점과 미비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제대로 된 보완책을 내놓는 것이 책임있는 여당 최소한의 도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용도 모르고 의사봉 두들겼나"…李대통령에 등 돌린 2030
이재명 대통령도 여권의 잇단 '실언 논란'에 직접 불을 당겼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형소법 개정안 의결을 앞두고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사실상 독재"라 비판하며 검찰 수사권 폐지가 "사필귀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뒤에는 '개정안을 읽어보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야권 등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정 1인자가 72년간 이어져온 사법시스템의 변경점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이를 허가했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논란을 거듭하는 사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청년층에서부터 붕괴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특히 계엄·탄핵 정국을 거치며 든든한 우군, 이른바 '집토끼'로 거듭난 줄 알았던 2030여성들의 지지철회에 당황한 기색도 감지된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6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긍정 평가는 47.7%, 부정 평가는 48.5%로 집계됐다.
이는 일주일 전 실시된 직전 조사 대비 긍정평가가 4.0%포인트 하락, 부정평가가 4.9%포인트 상승한 결과다.
특히 2030세대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20대의 긍정 평가는 불과 한 주 사이 18.8%포인트 떨어진 33.9%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는 59.0%에 달했다. 30대의 긍정 평가는 36.6%에 그쳤는데, 부정 평가는 61.0%를 기록했다.
정치권에서는 성범죄 등 강력범죄 피해에 가장 민감한 성별·세대인 2030 여성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기점으로 여권 지지를 철회한 것이 지지율 하락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