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박승혁]인사 원칙 무너지면 결국 피해는 시민의 몫

입력 2026-08-12 16: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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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2부 박승혁 기자
사회2부 박승혁 기자

지난 지방선거 때 빚진 게 많아 '상왕' 논란을 마주한 경북 포항과 영덕 단체장이 최근 단행한 인사에서 엇갈린 평을 받고 있다.

이희진 전 군수의 지지로 뒤지던 국민의힘 경선을 뒤집은 조주홍 영덕군수는 최근 공무원 인사에서 "적재적소에 일 잘하는 인사가 배치됐다"는 성적표를 냈다. '십 수년 사이 처음으로 뒷말 없는 인사'라는 평까지 들었다. 그 비결을 물어보니 "여러 외부 관계자들과 내부 공무원들 의견을 묻고 들어 교집합을 찾아 가장 합리적인 분을 추려 자리에 앉혔다"는 지극히 평범한 답이 돌아왔다. 당초 이 전 군수의 입김이 많이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반면 포항은 인사 문제로 시끌하다.

시장직 인수위원회·자문위원단(95명) 구성 당시, 많은 시민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혀를 찼다.

인수위원장·부위원장, 자문위원장·부위원장 모두가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했다가 중도 포기하고 박 시장에게 뛰어간 이들이었기에 그 같은 걱정은 당연했다. 여기에 국민의힘 포항북구당협 사무국장 등 정당 관계자도 인수위에 다수 이름을 올리며 상왕 논란을 부채질했다.

상왕 논란은 최근 단행된 포항시 인사를 접한 많은 시민들의 입에서 "결국 현실이 됐다"며 쓴소리로 변했다.

전문성이 최우선 돼야 하는 주요 보직에 직렬 구분을 무시한 배치가 이뤄지면서 업무 관계인뿐 아니라 인사 당사자들도 당황하고 있다.

우선 도시개발과 안전, 건설행정을 책임지는 도시안전주택국장과 지역 농업혁신을 이끄는 농업기술센터장이 모두 행정직으로 채워졌다. 행정직을 폄훼하는 게 아니라 현장 경험과 기술적 이해도가 충분한 인사들이 있음에도 전문 직렬을 부순 배경이 궁금하다는 게 시민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지역 건설업 관계자들은 "일일이 모두 설명해야 하고, 이를 다시 이해하고 결정 내리는 데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고 있다"며 현장 대응력 약화를 지적했다.

또 정밀한 예산분석과 세무·재정 전문성이 요구되는 재정관리과장에는 이례적으로 공업직이 선임되기도 했다.

공직 사회 내부에서조차 현장에 맞지 않을뿐더러 전문 직렬의 사기마저 떨어뜨리는 '핀셋 인사'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책특보(4급)에 소문으로 거론됐던 정치권 인물이 임명되면서 박 시장의 인사가 마침표를 찍자, 많은 이들의 입에서 포항시 인사는 '원칙과 공정'이 아닌 '줄세우기와 비선라인'이 기준이었다는 비아냥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은 취임 당시 포항의 미래 먹거리로 AI 데이터센터 유치, 철강 산업 고도화, 수소 밸류체인 구축 등을 강조하며 공무원들에게 죽을힘을 다해 뛰라고 주문했다. 본인 역시 취임 첫 행보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을 만나 포항시와 기업 간 상생을 강조하며 '기업하기 좋은 도시 포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이 꿈꾸고 있는 포항의 미래는 밑그림이 잘 그려졌는데, 이를 조화롭게 색을 입힐 인사들이 '야합 의구심'부터 사고 있으니,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포항의 한 원로 공직자는 "공정한 인사는 시정 운영의 뿌리이자 공직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인데, 전문 직렬을 외면했다거나 특정인의 과도한 영향력이 행사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인사는 결국 행정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려 결국 50만 포항시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사실을 박 시장은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