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타기도 탈출도 막혔다"…레버리지 배율 조정 추진에 두 번 우는 개미[개미와글와글]

입력 2026-08-04 10: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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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배율 조정하는 자본시장법개정 추진
배율 하향 시 원금 회복 필요한 본주 상승률 확대
"예탁금 상향에 물타기 막혀…본전 탈출마저 불가능"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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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물린 개미들은 반등에 겨우 희망을 두고 있는데, 내릴 때 2배 오를 때 1.5배로 정부가 마음대로 배율을 바꾸면 그 사람들은 희망조차 없어지는 것이다. 예탁금 규제 때문에 물도 못 타는데 배율까지 낮추면 본전 탈출은 불가능해진다. 이건 사실상 탈출하지 말고 죽으라는 얘기다."

"수익률 2배짜리라고 해서 산 상품인데 나라가 왜 마음대로 1.5배로 바꾸나. 하락할 때 배율 낮추고 상승할 때 올려도 문제, 그 반대도 문제다. 애초에 상품의 배율을 건드리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자들이 모인 주식 커뮤니티에는 이같은 성토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레버리지 배율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미 손실을 떠안은 투자자들이 반발하는 것인데요.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시장이 급변할 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배율을 낮출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2배로 고정된 배율을 긴급 상황에서 당국이 직접 조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최근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운용사의 배율 조정을 허용하는 가변 레버리지 구조를 도입하자 이를 참고한 것입니다. 지난달 31일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리고, 계좌별 투자한도 설정과 모의거래 의무화를 예고한 데 이은 추가 대책입니다.

당국이 최근 관련 대책을 잇따라 내놓는 건 그만큼 시장이 요동쳤기 때문입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상장된 뒤 코스피 변동성은 급격히 커졌습니다. 지난달 말에는 코스피가 사흘간 17% 넘게 급락하며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됐고, 이튿날에는 하루 만에 18% 가까이 급등하며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투자자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배율 조정이 이미 물린 사람들의 탈출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지난 5월 27일 상장된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상장 첫날 종가가 2만7775원이었지만 지난달 31일 1만1055원으로 60.2% 떨어졌습니다. 출시 첫날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평가액이 약 400만원으로 쪼그라든 셈입니다.

이 경우 원금 회복을 위해서는 ETF 가격이 약 150% 이상 상승해야 합니다. 단순 비례 가정으로 보면 배율이 2배로 유지될 경우 기초자산인 SK하이닉스 주가는 약 70%대 상승이 필요하지만 배율이 1.5배로 낮아질 경우에는 100% 안팎의 상승이 요구됩니다. 배율 조정만으로도 원금 회복에 필요한 상승 폭이 더 커지는 구조죠. 다만 레버리지 ETF는 일별 리밸런싱 과정에서 변동성 손실이 누적되는 특성이 있어 실제 회복 난이도는 이보다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물타기로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기도 쉽지 않아졌습니다. 기본예탁금이 3000만원으로 오르면서 추가 매수 부담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손실을 만회할 수단이 막힌 상태에서 배율까지 낮아지면 사실상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는 것이 개인 투자자들의 호소입니다.

절차를 둘러싼 논란도 있습니다. 원래 운용 중인 ETF의 배율을 바꾸려면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합니다. 투자자 동의 없이는 상품 구조를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당국은 이 절차를 건너뛰고 긴급조치권으로 배율을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내가 산 상품을 왜 나라가 마음대로 바꾸느냐"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규제가 덧붙는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당국은 기본예탁금 상향에 이어 투자한도 설정, 모의거래 의무화, 과다호가부담금 부과, 배율 조정까지 두 달 사이 대책을 잇따라 쏟아냈습니다. 상품 하나를 두고 규제가 겹겹이 쌓이는 셈입니다. 시장에서는 상품 설계 단계에서 위험을 충분히 검증했다면 나오지 않았을 사후 조치들이 뒤늦게 누더기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논란의 뿌리에는 졸속 도입이 있습니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위는 상품 출시 전 자체적으로든 외부 기관을 통해서든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주가 급락 같은 극한 상황을 가정해 상품의 취약성을 미리 점검하는 절차입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다 검토를 거쳐서 냈다"고 답했지만, 이후 제출된 자료에는 구체적인 충격 시나리오가 없었습니다.

책임 공방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은 지난 3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지시한 혐의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도입 과정 전반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정부가 주식시장을 '롤러코스피'를 넘어 '번지점프 국장'으로 몰아갔다"고 비판했습니다.

다만 내놓은 대책이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올린 첫날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대금은 전날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거래를 위축시키는 것만으로 변동성을 근본적으로 잡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애초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서학개미 자금을 국내로 돌려 환율을 방어하겠다며 급하게 문을 연 상품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내 증시 전체의 변동성을 키웠고, 이제는 그 변동성을 잡겠다며 상품 구조 자체를 뜯어고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서학개미를 붙잡으려다 국내 증시라는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급하게 열어젖힌 문 하나가 증시를 흔들고, 뒤늦은 땜질이 이어지는 사이 그 여파는 고스란히 개미들의 몫으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