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계열 증권사 상반기 순이익 2.6조…전년比 122%↑
금융지주 비은행 경쟁력 강화…증권사 존재감 갈수록 커져
하반기 거래대금 둔화 변수…실적은 WM·IB 경쟁력이 좌우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가 강세장을 이어가면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거두며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존재감을 키웠다.
주식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확대에 더해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세일즈앤트레이딩(S&T) 등 비이자 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금융지주의 실적을 떠받치는 '효자 계열사'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우리투자증권 등 5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2조637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1867억 원)보다 122.2% 증가한 규모로, 대다수가 반기 최대 실적을 새로 쓰거나 이에 준하는 성과를 거두며 그룹 내 존재감을 한층 키웠다.
실적이 가장 돋보인 곳은 NH투자증권으로 상반기 순이익은 965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07.6% 늘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도 1조3179억 원으로 처음으로 반기 '1조 원'을 넘어섰다.
NH투자증권은 국내외 주식 거래가 크게 늘면서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지가 7950억 원으로 211.7% 증가했다. 금융상품 판매 확대와 IPO·채권발행시장(DCM) 경쟁력을 앞세운 IB 부문 역시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고객자산도 600조 원을 웃돌며 리테일 경쟁력까지 강화됐다.
KB증권 역시 상반기 순이익 7963억 원으로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달성했다. 증가율은 135.0%로 NH투자증권보다 높았다. 개인 고객 자산(AUM)이 처음으로 200조 원을 돌파했고, WM과 자본시장, 홀세일 부문이 모두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회사의 약진은 KB금융 전체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상반기 그룹 순이익 가운데 KB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1%로 확대됐다. 은행 외 사업이 그룹 실적을 떠받치는 구조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신한투자증권은 상반기 순이익 5777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23.1% 증가했다. 주식 거래 활성화에 따른 위탁매매 수수료 확대와 금융상품 판매 호조가 실적을 이끌었고, 운용 부문의 일부 둔화는 리테일 부문의 성장으로 상쇄했다.
하나증권은 순이익이 2731억 원으로 155.7% 늘며 5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브로커리지뿐 아니라 WM과 IB, S&T 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것이 특징이다.
출범 초기인 우리투자증권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상반기 순이익은 247억 원으로 아직 절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년보다 44% 증가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우리금융이 단행한 1조 원 규모의 자본 확충 이후 기업금융 영업을 확대하면서 비이자이익과 수수료 수익이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지주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증권사들의 호실적은 올해 국내 증시 거래대금 급증이 뒷받침했다. 증시 상승으로 개인투자자의 매매가 활발해지면서 브로커리지 수익이 크게 늘었고, 랩과 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도 확대됐다.
여기에 증권사들이 수년간 강화해 온 WM과 IB, 운용 부문의 경쟁력이 더해지면서 수익 기반 자체가 한층 다변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올해 상반기 목표전환형 랩과 연금, 금융상품 판매 확대 등 자산관리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고, 대형 딜을 중심으로 한 기업금융 역시 증권사별 실적을 뒷받침했다.
무엇보다 금융지주 내 증권사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과거 은행의 이자 이익이 그룹 실적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증권을 중심으로 한 비은행 계열사의 기여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은행에서 창출한 자본을 증권사에 투입해 자기자본을 늘리고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대규모 증자를 통해 KB증권의 자본 경쟁력을 강화했고, 우리금융 역시 우리투자증권에 1조 원을 투입해 기업금융과 자본시장 사업 확대에 나섰다.
자기자본을 확충한 증권사들은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등 자기자본 규모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사업에 진출하거나 기업금융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증권사의 수익 기반을 넓혀 비은행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NH투자증권은 이미 IMA 사업자로 자리 잡았고, KB증권도 관련 사업 진출을 위한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증권사가 단순한 계열사를 넘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역할을 맡기 시작한 셈이다.
다만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같은 성장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들어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다소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다 시장금리와 증시 변동성 확대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브로커리지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보다 WM과 IB, 트레이딩 등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한 회사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반기는 거래대금 증가가 모든 증권사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줬다면 하반기에는 각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경쟁력이 실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금융지주 입장에서도 증권사의 이익 기여도가 과거보다 훨씬 커진 만큼 자본시장 부문에 대한 투자와 지원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