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신고한 이웃 오토바이에 만취 상태로 불 지른 70대…'실형'

입력 2026-07-29 16:06:09 수정 2026-07-29 16: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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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외벽에 불길 번져…法 "미필적 고의, 충분히 인정"

판결 관련 이미지. 매일신문DB
판결 관련 이미지. 매일신문DB

자신의 음주운전을 신고한 것에 앙심을 품고, 이웃의 오토바이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 7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장석준)는 현주건조물방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공소사실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1월 4일 오전 3시 8분쯤 수원시 장안구의 한 다세대주택 담벼락에 주차된 피해자 B씨의 오토바이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A씨가 낸 불로 B씨의 오토바이를 비롯해 양옆에 주차된 오토바이 등 3대가 모두 소실돼 1천60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불길은 주민들이 거주 중인 다세대주택 외벽과 에어컨 실외기 등으로도 옮겨붙었는데,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지만 4천400여만원 상당의 수리비가 나왔다.

조사 결과 A씨는 해당 범행 한 달여 전, 자신이 술에 취해 오토바이를 타다 넘어지는 모습을 본 B씨가 112에 신고해 벌금형을 받은 것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당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12%의 만취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와 불을 질렀다. A씨는 불길이 오토바이에서 건물로 번지는 것을 보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타고 온 오토바이를 타고 2㎞가량 달아났다고 한다.

하지만 A씨 측은 재판 도중 "B씨의 오토바이에만 불을 붙였을 뿐, 다세대주택 등 다른 곳으로 불이 번질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건물 방화에 대한 고의를 부인했다.

반면 재판부는 "인화성이 매우 높은 휘발유를 뿌린 데다, 오토바이가 건물 외벽에 바짝 붙어 주차돼 있어 불이 번질 것을 누구나 쉽게 예견할 수 있었다"며 A씨의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보복 목적으로 방화를 저지르고 만취 상태로 도주하는 등 범행 동기와 수법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음주운전과 보복 폭행으로 실형을 선고받는 등 동종 전력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피고인이 과거 뇌경색 발병 이후 인지기능 저하 등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어 범행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