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은어잡이·물놀이 즐기는 가족 관광객 발길
키즈카페·워터파크 등 가족형 시설 확충…휴식공간도 강화
상인들 "다른 지역 여름축제와 겹치며 방문객 눈에 띄게 줄어"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29일 오후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천 봉화은어축제장.
이글거리는 태양빛이 수면 위로 내리쬐는 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물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든 아이들의 청량한 웃음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은어를 뒤쫓으며 반두를 치켜올릴 때마다 일대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어느덧 개막 닷새째를 맞아 중반부를 통과한 '제28회 봉화은어축제'장은 가족 피서객들을 중심으로 활기가 감돌았다.
그러나 이들로 북적이는 축제장 한편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지난해와 비교해 확연히 줄어든 손님 발길에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기 때문이다.
◆물속 뛰어든 아이들... 폭염 잊은 가족 관광객
축제장에서 가장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 곳은 단연 은어잡이 체험장이었다. 어린이들은 물살을 헤치며 은어무리를 쫓았고, 부모들도 아이들과 함께 반두를 잡았다.
올해 봉화은어축제는 기존의 맨손잡이 및 반두잡이 중심 프로그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린이 워터파크, 키즈카페, 모래놀이장, 특화된 가족형 물놀이 공간 등을 대거 확충했다.
아울러 대형 실내쉼터와 그늘막, 쿨링포그 등 폭염 대응 시설을 대폭 보강해 야외 체험과 휴식을 유연하게 병행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대구에서 축제장을 찾은 김모(46·여) 씨는 "아이가 물속에서 은어를 잡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멀리 찾아온 보람이 있다"면서도 "다만 날씨가 워터파크 수준으로 무더워 오래 체험하기엔 다소 버거웠다"고 현장소감을 전했다.
◆가족형 시설 늘렸지만... 상인들 "손님은 지난해보다 줄어"
가족 피서객을 겨냥한 맞춤형 시설이 대폭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상인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이와 사뭇 달랐다. 축제장 주변 상인들은 입을 모아 올해 방문객 수가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한 상인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손님이 반토막도 안 난 것 같은 기분"이라며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눈에 띄긴 하지만 예년처럼 인파가 몰려들어 북적이는 역동성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상인은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기대를 걸었지만 체감하는 유동인구는 생각보다 적다"며 "비슷한 시기에 인근 다른 지자체에서도 여름축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되다 보니 관광객들이 분산된 탓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장에서 목격되는 일부 관광객의 모습만으로 전체 방문객 규모나 실제 상권 매출의 증감을 섣부르게 단정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정확한 경제적 성과와 파급 효과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축제 폐막 후 공식적인 방문객 집계와 인근 상권의 매출 분석 결과가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낮엔 물놀이, 밤엔 공연... 체류형 축제로의 변화 시도
이번 축제는 주야간 이원화된 프로그램 구성을 통해 체류형 관광을 유도하고 있었다.
한낮에는 은어잡이와 물놀이 등 아동 동반 가족 중심의 체험 행사가 주를 이뤘다면, 해가 진 이후에는 거리노래방과 다채로운 공연 프로그램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특히 10개 읍·면 주민이 화합을 다지는 '봉화 화합의 날' 행사와 기관 대항 은어잡이, 지역 예술인들의 문화예술 공연 등 지역 공동체가 주도하는 프로그램들이 호응을 얻었다.
또한 먹거리 공간인 '은빛 딜리버리 펍'은 선선해진 밤바람 속에서 공연을 즐기며 식사와 휴식을 취하려는 방문객들로 활기를 띠었다.
◆반복되는 콘텐츠 한계와 폭염이라는 변수
이 같은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년 축제장을 찾는 단골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콘텐츠의 고착화에 대한 아쉬움도 제기된다.
3년 연속 은어축제장을 찾았다는 박모(53) 씨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하천 수량이 풍부해져 은어잡이를 즐기기에는 한결 수월해졌지만, 매년 방문하다 보니 프로그램 구성이 대동소이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아쉽다"고 털어놨다.
폭염 역시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제약하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야외축제의 성패가 폭염을 단순한 방해 요인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무더위를 피하며 머물 수 있는 실내외 공간과 시간대별 프로그램의 유기적인 결합에 달려 있다고 조언한다.
◆다시 찾을 이유 만드는 지속 가능성 확보가 과제
'봉화은어축제'는 가족형 시설 확충과 폭염 대응력 강화라는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치열해진 지자체 간 여름축제 경쟁 속에서 단순한 프로그램 반복만으로는 재방문을 이끌어내기 역부족이라는 한계도 드러났다.
내성천 일원에서 오는 8월 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축제가 진정한 의미의 체류형·소비형 축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은어잡이라는 전통적 대표 콘텐츠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매년 새롭게 찾아올 당위성을 부여할 차별화된 프로그램 발굴이 시급하다.
폭염 속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진 축제장, 그 이면에 남겨진 상인들의 싸늘한 체감 경기를 극복할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