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상 최고가서 주가 44.26% 급락…28일 37만원대로
실적 저조·공장 화재·인센티브 확대·노조 파업까지
로보틱스 가치 평가 분분…인베스터데이에 쏠린 눈
"주가 80만원 갈 줄 알았는데 이젠 40만원대를 지킬 수 있을지 걱정하네요. 거의 8주연속 하락만 해서 더 빠질 구석도 안 보이는데, 주가라는 건 알 수가 없으니 불안합니다."
현대차 종목토론방에는 요즘 이런 한숨이 줄을 잇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앞세워 '로봇 대장주'로 불리며 올 상반기 증시를 이끌었던 현대차가 두 달째 내리막을 걷고 있는데요. 지난달 1일 장 중 78만30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썼던 주가는 지난 24일 40만1000원으로 주저앉았습니다. 두 달여 만에 44.26% 빠진 겁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 가운데 이 기간 낙폭이 가장 깊습니다.
수급도 등을 돌렸습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외국인이 769억원, 기관이 386억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만 1143억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습니다. 이 기간에도 주가는 5.18% 더 빠졌는데요. 큰손이 빠져나간 자리를 개인이 떠받치는 흐름이 반복되는 모습입니다.
이날 오전 9시41분 현재도 현대차 주가는 전일 대비 6.70% 하락한 37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주가를 끌어내린 1차 원인은 본업 부진입니다. 현대차의 2분기 매출액은 49조2153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늘며 분기 기준 최대치를 찍었지만 영업이익은 2조8509억원으로 20.8% 줄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2분기 7.5%에서 5.8%로 내려앉았습니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판매 부진과 안전공업 대전공장 화재로 인한 생산 차질, 인센티브 확대가 겹친 결과입니다. 2분기 글로벌 판매 대수 역시 99만1885대로 6.9% 감소했습니다.
여기에 노사 갈등까지 겹쳤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근무조별로 하루 4시간씩 부분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앞서 진행된 2시간 부분파업보다 파업 시간을 두 배로 늘리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인데요.
이번 2차 파업으로 완성차 약 1만 대의 생산 차질이 예상되면서 1차 파업 손실까지 더한 누적 매출 손실액이 67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협상이 길어지면 파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 24일에는 6개 증권사가 한꺼번에 목표주가를 낮췄습니다. 최근 한 달간 나온 리포트 20건 가운데 19건이 하향이었는데요.
유안타증권이 69만원에서 57만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이 77만원에서 64만원으로, 하나증권이 76만원에서 65만원으로 각각 내렸습니다. 흥국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한 달 새 두 차례나 목표가를 깎았습니다. 다올투자증권은 이달 6일 100만원에서 80만원으로 낮춘 데 이어 23일 다시 64만원으로 잘라냈습니다.
시장이 주목하는 건 당장의 실적보다도 로보틱스 사업의 가치였습니다. 증권가는 2분기 실적을 저점으로 보고 하반기 개선에 무게를 둡니다. 문제는 아직 손익에 잡히지 않는 로봇·자율주행·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사업에 얼마만큼의 프리미엄을 부여하느냐로, 이에 따라 목표주가는 57만원부터 90만원까지 33만원 차이로 벌어졌습니다.
가장 낮은 목표가를 낸 유안타증권은 로보틱스 기대만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며 자동차 부문 목표 주가수익비율(PER)을 15배에서 10배로 낮췄습니다. 반면 가장 높은 목표가를 유지한 유진투자증권은 내달 26일 예정된 CEO 인베스터 데이(CID)를 계기로 신사업 가치가 본격 반영될 시점이 다가왔다고 봤습니다. 시장의 관심도 이 자리에서 공개될 로봇과 자율주행, SDV 등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옮겨가는 분위기입니다.
변수도 남아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중복상장 규율을 해외 상장까지 확대하기로 하면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나스닥 상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입니다. 상장 자체가 막히는 것은 아니지만 모회사 이사회가 주주 영향 평가와 보호 방안 마련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상장 일정과 방식이 안갯속에 놓였습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 기대가 그간 현대차 기업가치 재평가의 한 축이었던 만큼 투자심리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여전히 현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가장 보수적인 유안타증권 목표가(57만원)조차 27일 종가(40만3000원)보다 41.4% 높은 수준입니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중동 판매 부진과 생산 차질이 겹치며 글로벌 판매가 큰 폭 감소했다"며 "하반기에는 낮아진 관세 비용과 생산 차질 해소가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모빌리티·로보틱스 기업으로서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은 시장 형성 속도와 현대차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RMAC 및 생산법인 설립, 부품 공급망 구축 등 관련 모멘텀이 가시화되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도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