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AI 응급의료·경북은 공공의료와 지역의사 확충
"아프면 서울로 간다." 지역 의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인식은 오랫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수도권으로 환자가 몰리고, 지역은 의료인력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대구경북 역시 필수의료와 응급의료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가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의료개혁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대구시와 경북도도 각각 지역 여건에 맞는 의료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구시는 AI를 활용한 응급의료체계 구축과 중증응급의료 인프라 확충을 중심으로 '빈틈없는 필수의료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경북도는 의료취약지역 해소를 위해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를 확대하고 지역의사 양성과 의료인력 확충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구는 첨단 응급의료와 의료산업을, 경북은 공공·필수의료 기반을 강화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 시민과 도민이 거주 지역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대구시, AI로 응급환자 이송…필수의료 안전망 강화
대구시는 민선 9기 의료 분야 공식 추진과제로 '빈틈없는 필수의료 안전망 구축'을 제시했다. AI 기반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도입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중증응급의료 기반을 확충하는 한편 신종 감염병 위기 대응 역량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AI 응급이송체계는 환자의 상태와 의료기관의 병상·의료진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계해 적절한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신속하게 이송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응급환자가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는 문제를 줄이고, 중증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중증응급환자의 최종 치료를 담당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 기능도 강화한다. 대구시는 응급의료기관 간 연계와 협력을 확대해 환자의 중증도와 의료기관의 진료 역량에 맞춘 이송·수용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신종 감염병에 대비한 위기 대응체계 강화도 민선 9기의 주요 의료정책이다.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이 다시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 의료기관과 관계기관 간 협력 기반을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지역의사 양성과 의료산업 육성도 중장기 정책 방향으로 제시됐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취임에 앞서 지역 의료계를 만난 자리에서 지역의사선발전형이 실효성 있게 정착할 수 있도록 수련환경과 의료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AI·바이오·의료산업은 대구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 의료계와 대학, 연구기관, 기업 등 현장 전문가의 정책 참여를 확대하고 대구가 보유한 의료 인프라와 AI·바이오 기술을 결합해 첨단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추 시장은 취임사에서 "안전에 지나침은 없다는 원칙으로 재난과 사고에는 더욱 철저히 대비하고, 응급의료 체계는 더욱 촘촘하게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경북도, 상급종합병원 의료진 파견…취약지역 진료 공백 해소
경북도는 공공의료기관의 진료 역량을 높이고 부족한 의료인력을 확충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북은 전국에서도 의료취약지역이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응급의료 취약지는 15개 시·군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고, 분만 취약지도 18개 시·군으로 전국 최다 수준이다.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기반도 부족해 지역에 따라 필요한 진료를 받기 위해 다른 시·군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도는 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 2023년 전국 최초로 대구경북 상급종합병원 7곳과 지방의료원 3곳, 경북도의사회 등 13개 기관이 참여하는 '경북형 공공보건의료 협력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운영되는 추진단은 상급종합병원 전문 의료진을 지방의료원에 파견하고, 의료진 멘토링과 임상 실무교육을 확대한다.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성과 지방의료원의 지역 접근성을 연결해 공공병원의 진료 공백을 줄이고 필수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산모와 소아를 위한 의료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경북도는 야간과 휴일에도 1시간 이내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산부인과·소아과 ONE-Hour 진료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산부인과 26곳과 소아청소년과 43곳 등 모두 69개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는 96.1%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달빛어린이병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권역별 소아응급의료센터를 중심으로 24시간 소아 진료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소방과 의료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고 응급환자 이송·수용 지침도 개선할 계획이다.
의료인력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경북의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1.4명으로 전국 평균 2.3명에 크게 못 미친다.
경북도는 국립경국대학교 의과대학 설립을 도정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도청 신도시에 입학정원 100명 규모의 의과대학과 500병상 규모의 부속병원을 조성한다는 구상으로, 국립경국대와 안동시, 예천군, 경북연구원 등 관계기관이 설립 기반 마련에 참여하고 있다.
2027학년도부터 시행되는 복무형 지역의사제와 연계해 2031년까지 지역의사 432명을 양성하는 계획도 추진한다. 학생들에게 학비와 주거비를 지원하고 졸업 후 10년간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해 지역에서 양성된 의사가 다시 지역 의료를 책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도민 누구나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공공의료 기반을 강화하고, 지역에서 양성된 의사가 지역의료를 책임지는 의료안전망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