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ETN 수익률 1~6위 모두 원유 레버리지 상품
미·이란 충돌에 호르무즈·홍해 항로 동시 위협 영향
27일 미 공습 중단에 유가 급락…리스크 완전 해소는 아직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재확산하며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원유 관련 상장지수상품(ETP) 수익률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28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에서 수익률 상위 10개 종목 중 8개가 원유 선물 상품으로 채워졌다.
레버리지 상품 중에서는 '메리츠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이 55.39% 올라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어 'KB S&P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B'(48.45%),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48.32%), '하나 S&P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B'(48.22%), '신한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B'(47.99%), '삼성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B'(47.83%) 순으로 뒤를 이었다.
수익률 1배 추종 상품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메리츠 WTI원유 선물 ETN(H)'은 26.48%, '삼성 블룸버그 WTI원유 선물 ETN B'는 20.33% 상승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원유 관련 상품이 강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ETF 수익률 상위 5위 가운데 3개가 원유 관련 상품이었다. 'TIGER 원유선물Enhanced(H) ETF'가 25.97%, 'KODEX WTI원유선물(H) ETF'가 25.77% 올랐고, 'RISE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 ETF'도 14.32% 상승했다.
◆ 호르무즈 이어 홍해까지…27일에는 유가 5% 가까이 급락
원유 ETP 수익률이 치솟은 배경에는 국제유가 급등이 있다. 지난 2월 말 발생한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은 4월 휴전과 6월 양해각서(MOU) 체결로 소강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으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선박 공격과 미국의 대이란 공습 재개로 휴전이 사실상 파기됐다.
여기에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수송의 주요 대체 항로인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를 선언하고 실제로 유조선을 공격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한층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항로까지 막힐 경우 아시아행 유조선은 수에즈운하와 희망봉을 우회해야 해 운송 기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국제유가는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급등세를 이어갔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브렌트유 9월물은 배럴당 100.69달러로 마감하며 지난 5월 22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100달러선을 다시 넘어섰다. 같은 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도 배럴당 92.19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WTI는 20% 이상, 브렌트유는 30%대 상승 폭을 나타냈다.
다만 27일 들어서는 유가가 급락세로 돌아섰다. 미국이 이란 공습을 중단하면서 중동 리스크가 다소 완화된 영향이다. 이날 오전 8시30분(국내시각) 기준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4.9% 내린 배럴당 92.04달러에, 같은 만기 WTI 선물은 4.9% 내린 84.95달러에 거래됐다. 장 중 브렌트유는 한때 89.58달러까지 밀리며 90달러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13일간 이어지던 미국의 이란 공습은 지난 24일 밤부터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사실상 폐쇄 상태이고, 예멘 후티 반군도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시설 공격을 주장하는 등 홍해발 공급 불안은 현재진행형이다.
국내 물가와 통화정책에도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유가 상승이 국내 정유·유통 단계를 거쳐 소비자 물가로 이어지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에도 중동발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사울 카보닉 MST 마키 수석 에너지 분석가는 "공습 중단과 협상 진전 소식으로 긴장 완화 기대가 커졌으며 이는 호르무즈·홍해 물동량 회복으로 이어져 유가 압박을 완화할 수 있다"면서도 "해협 통제권, 미사일·핵 프로그램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풀기 어려운 상태여서 이번 휴전이 일시적으로 끝날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유가는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과 공급 부족 우려가 동시에 반영되는 국면"이라며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공급 정상화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하반기에도 고유가 환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더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통항 차질이 계속되면 4분기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을 것으로, RBC캐피털마켓은 중동 전면전이 현실화하면 2022년 고점(128달러)을 넘어 2008년 기록(146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각각 분석했다.
김광래 삼성선물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이란 공습과 호르무즈 봉쇄, 홍해 우회로 봉쇄 조짐까지 더해지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불거지는 중"이라며 "시장 변동성 확대는 한동안 더욱 심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