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희망진료소 , 공보의 1년 공석…"간단한 감기도 처방 못해, 2차 병원 의뢰"

입력 2026-07-21 17:11:50 수정 2026-07-21 19: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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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운영, 쪽방 주민·노숙자 의료 최후의 보루
지난해 4월 이후 공보의 없어 진료 중단, 접근성 떨어지고 처방 안 되고

21일 대구 중구 행복나눔의집 내 희망진료소에서 의료취약계층 주민이 진료를 받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1일 대구 중구 행복나눔의집 내 희망진료소에서 의료취약계층 주민이 진료를 받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과거 허리를 다쳐 철심을 박는 수술을 했는데, 일을 하면서 금이 가 통증이 심해지면서 거동이 어렵습니다. 쪽방에 살면서 의료비를 마련하기 힘들어 7년 전부터 희망진료소를 매달 방문했는데, 위치가 멀어져서 찾아오기도 힘들고 진통제 하나도 바로 처방받지 못하니 불편합니다."

21일 오전, 쪽방 거주민들을 지원하는 대구 중구 행복나눔의집 2층에 마련된 희망진료소를 방문했다. 혈압계와 각종 상비약이 놓인 작은 진료실에는 쪽방 주민들이 하나둘 찾아와 불면증과 당뇨, 허리 통증 등 자신의 몸 상태를 털어놓았다. 이날 오전에만 5명의 쪽방 거주민이 이곳을 다녀갔다.

일반 병원을 이용하기 힘든 노숙인, 쪽방 거주민 등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희망진료소는 사실상의 의료 지원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정작 이곳에는 환자를 진료할 의사가 없는 상태다. 지난해 4월 공중보건의사가 전역한 이후 1년 넘게 후속 인력이 배치되지 않으면서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진료 기능이 사실상 멈춰섰다.

이곳에 유일하게 남은 간호사는 내방객의 혈압과 건강 상태를 살피고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약을 처방할 권한은 없기에 감기 같은 가벼운 질병조차 2차 병원 진료요청서를 써주는 게 전부다.

노숙인과 쪽방 거주민들은 지난해 4월까지 대구 중구 곽병원 인근에 자리한 희망진료소에서 무료로 상담과 약 처방 등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희망진료소는 2014년 노숙인종합지원센터와 쪽방상담소가 연합해 노숙인 및 쪽방 거주민 통합진료소로 문을 연 곳으로, 그간 공보의 1명과 간호사 2명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기존 공보의가 전역한 뒤로는 후속 인력이 배치되지 않아 진료가 중단됐고, 진료소는 두 곳으로 찢어졌다. 현재 두 센터는 각각 센터 내에 공간을 마련해 기존 통합진료소에 배치했던 간호 인력 한 명씩을 두고 의료취약계층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지역 거리 노숙인은 102명, 쪽방 거주민은 519명이다. 대부분 만성질환을 앓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이동의 불편으로 병원을 제때 찾기 어려운 이들이다.

복지 현장에서는 희망진료소의 공보의 공백이 의료 취약계층의 건강권과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하며 안전망 구축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쪽방 주민들은 몸이 아파도 병원을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예전에는 공보의가 감기 같은 가벼운 질환도 바로 진료하고 약을 처방해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간호사가 처방을 할 수 없어 작은 질환도 모두 2차 병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숙인종합지원센터 관계자도 "진료소에서 해결되던 일이 이제는 병원 접수와 대기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며 "교통비나 병원비 부담 때문에 결국 병원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의료 접근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우려했다.

이에 관해 대구시 관계자는 "전국적인 공보의 부족 현상으로 공보의를 당장 유치하기는 힘들지만, 지난 4월부터 공보의 수당을 방문진료 의료활동비로 변경해 현장 방문진료를 진행하고 있다"며 "실적을 지켜보고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