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고점론에 대형주 '흔들'…중소형주 순환매 기대감 '솔솔'
중대형 TMI 한 달간 29% 급락…초소형주 상대적 방어력 부각
대형 반도체 쏠림 완화 조짐…실적 개선 업종 중심 순환매 주목
국내 증시가 미국과 이란 간 분쟁에 따른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로 흔들리는 가운데, '반도체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까지 겹치며 대형 기술주 중심의 매도세가 확대되고 있다. 반면 소형·초소형주는 상대적으로 낙폭을 줄이며 선방했고 시장에서는 대형 반도체 중심 장세가 진정될 경우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순환매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최근 한 달(6월 19일~7월 20일) 동안 9063.84에서 6516.27로 28.11% 하락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97억주, 919조원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지수도 이 기간 1000.93에서 749.64로 25.11% 내렸으며 거래량은 125억주, 거래대금은 155조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VKOSPI(코스피 200 변동성 지수)는 78.15에서 86.87로 11.16% 급등했다. 특히 지난달 29일에는 96.94로 마감하며 거래소가 해당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2009년 4월 13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된 데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급등하고 뉴욕증시마저 약세를 보이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차익 실현성 매물이 쏟아지며 국내 증시의 낙폭도 확대됐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은 아시아 신흥국 중심의 변동성 확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며 "미국-이란 전쟁의 재확산 우려가 부각된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물가 경계 발언이 이어진 점 역시 주가의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이퍼스케일러의 AI(인공지능) 투자 축소 우려 등 수요 이슈 ▲기존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 계획과 CXMT 상장으로 부각된 공급 이슈 ▲중국 문샷(Moonshot AI)의 '키미(Kimi) K3' 모델 공개 이슈가 겹치며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가 제기됐다. 이 여파로 국내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 전반이 힘을 쓰지 못했다.
실제 'KRX 중대형 TMI'는 한 달간 29.05%(5909.78→4193.21) 급락하며 양대 지수 하락률을 크게 웃돌았다. 지수에 편입된 525개 종목 중 상승 종목은 59개로 전체 11.24% 수준이었지만, 하락 종목은 465개로 80.95%였다. KT의 경우 보합권에 머물렀다.
또한 'KRX 중형 TMI'와 'KRX 소형 TMI'는 18.41% 하락했다. 지수를 구성하는 전체 225개 종목 가운데 상승 종목은 25개(11.11%), 하락 종목은 200개(88.89%)로 집계됐다.
반면 소형주들은 중·대형주 대비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형 TMI'는 이 기간 19.18% 하락했지만, 전체 1080개 종목 중 상승 종목은 124개(11.48%), 하락 종목은 954개(88.33%)로 상승·하락 비중이 중형 TMI 대비 개선됐다.
'KRX 초소형 TMI'의 하락률은 12.60%로 나타났으며 전체 768개 종목 가운데 상승 종목 155개(20.18%), 하락 종목 607개(79.04%)로 시가총액이 큰 종목 대비 상대적으로 낙폭을 방어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과 거래대금 추이를 살펴봐도 이 같은 흐름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근 한 달간(6월 19일~7월 20일) 'KRX 중대형 TMI'의 거래량은 67억4562만주로 직전 한 달(5월 18일~6월 18일·105억8046만주)보다 36.24% 감소했다. 거래대금도 1174조665억원에서 973조8910억원으로 17.05% 줄었다. 'KRX 중형 TMI'는 거래량이 39억5211만주에서 17억4206만주로 55.92% 감소했고, 거래대금은 86조9989억원에서 28조4240억원으로 67.33% 급감해 네 개 지수 가운데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반면 'KRX 소형 TMI'의 거래량은 100억3930만주에서 76억529만주로 24.29% 감소했고, 거래대금은 89조7573억원에서 46조5630억원으로 48.12% 줄었다. 'KRX 초소형 TMI'도 거래량이 67억4070만주에서 56억1477만주로 16.70%, 거래대금은 19조8507억원에서 15조5068억원으로 18.7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시장 전반의 거래는 위축됐지만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조정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초소형주의 방어력이 부각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대형주 중심 장세가 진정되면서 그동안 소외됐던 중소형주 중심 순환매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제도 개선과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수급 쏠림을 완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외 업종의 실적 개선세가 확인될 경우 낙폭이 컸던 중소형 성장주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반도체 외 업종의 실적 전망도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 실패 이후 급락했던 조선주를 비롯해 레저·호텔, 금융, 건강관리, 2차전지 등의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으며 화장품과 필수소비재,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 일부 업종도 반도체 조정 국면에서 상대적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실적 개선이 확인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순환매가 확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금융위기 수준까지 낮아졌지만, 이익 추정치 상향은 여전히 IT·반도체에 집중되고 있다"며 "대형 반도체 중심 전략은 유지하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와 정부의 코스닥 정책으로 수급 쏠림이 완화될 경우 장기간 소외됐던 중소형 성장주의 순환매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