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에도 편안한 정유주…역시 기댈 곳은 실적인가

입력 2026-07-21 09: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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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 차질 지속
정제마진 고공행진·윤활기유 가격 급등에 실적 개선 기대

(사진=연합)
(사진=연합)

국내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는 가운데 정유주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로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정제마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윤활기유 가격까지 치솟자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S-Oil은 37.88% 상승했다. 같은 기간 GS는 25.49%, SK이노베이션은 23.18% 오르는 등 정유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글로벌 공급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유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도 반영되는 모습이다.

정유주 강세의 배경에는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정유설비 공급 차질이 자리 잡고 있다. 주요 정유시설의 가동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중국 독립계 정유사의 가동률까지 낮아지면서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의 공급 부족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공급 차질은 정제마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배럴당 29달러까지 낮아졌던 스팟(Spot) 정제마진은 이달 들어 40달러까지 상승했으며 지난 17일에는 48달러까지 높아졌다. 장기 평균인 배럴당 10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폭보다 등·경유를 중심으로 한 석유제품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정유사들의 수익성 개선 기대를 높이고 있다.

S-Oil과 SK이노베이션은 안정적인 원유 공급을 기반으로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글로벌 정유설비의 가동 차질이 장기화할수록 정상적으로 설비를 가동하는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공식판매가격(OSP) 할인에 따른 원가 부담 완화 역시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제마진에 이어 윤활기유도 새로운 실적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엔무브와 GS 계열사 GS칼텍스, S-Oil 등이 윤활기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자동차와 선박, 산업용 윤활유의 원료인 윤활기유는 글로벌 정유사들이 휘발유와 항공유 등 수익성이 높은 경질 석유제품 생산을 늘린 데다 중동 주요 생산기지의 가동 차질까지 겹치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의 윤활기유 수출가격은 지난 3월 t당 932달러에서 4월 1268달러, 5월 1732달러, 6월 1862달러로 상승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t당 2130달러까지 올랐다. 이란과 미국 간 전쟁 과정에서 카타르 윤활기유 생산시설이 피해를 입으면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약 10%를 차지하는 생산라인의 가동 중단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격 상승과 함께 국내 정유사들의 윤활기유 수출도 늘고 있다. 올해 2분기 국내 정유 4사의 윤활기유 수출액은 총 16억1400만달러로 1분기 9억5600만달러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별로는 S-Oil이 5억5400만달러, SK이노베이션이 4억5300만달러, GS칼텍스가 3억5900만달러, HD현대오일뱅크가 2억4900만달러를 기록했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료 공급에 큰 차질만 없다면 정유 실적은 3분기에도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 유지될 전망"이라며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정유사의 3분기 윤활기유 이익은 사상 최고치인 2분기 레벨에서 2배가량 더 증가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견인하는 연간 이익 상향 강도가 높아지겠다"며 "S-Oil과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 4월부터 안정적 원유 공급을 기반으로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사우디 OSP 단가 할인 결정으로 연간 영업실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이 정유사에 무조건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유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수요 위축과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현재와 같은 정제설비 부족 국면에서는 단순한 유가 오름세보다 석유제품 공급 부족에 따른 높은 정제마진이 유지되는지가 정유사 실적과 주가에 더욱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WTI 기준 90~100달러 이상에서는 주가 상승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현재의 정제설비 부족 국면에서는 유가 하락이 오히려 중장기 실적과 주가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