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회사들끼리 단합"…제주 한 식당 "술은 직접 사오세요" 안내

입력 2026-07-18 21: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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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식당에 걸린 안내문. SNS 캡처.
제주도 한 식당에 걸린 안내문. SNS 캡처.

제주의 한 식당 업주가 지역의 주류 도매업계 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납품 업체를 바꾸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식당은 그러면서 손님이 술을 직접 사 오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는 제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가 매장에 붙인 안내문이 올라왔다.

제주살이 8년 차라고 밝힌 A씨는 자신의 SNS에 "악행은 사라져야 한다. 왜 우리가 을이어야 하냐"는 글과 함께 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의 사연을 소개했다.

안내문에 따르면 식당 업주 B씨는 약 10년 동안 한 주류업체와 거래해 왔다. B씨는 "최근 지인이 식당을 열게 돼 친절하고 잘해주는 A사를 소개했다"며 "지인이 여러 회사의 견적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A사가 소주 한 상자당 적게는 5천원, 많게는 1만원 정도 비싸게 납품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확인해보니 우리 매장 역시 비싼 가격에 들여오고 있었다"며 "오랜 기간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되니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적었다.

B씨는 거래처 변경을 시도했지만 제주 지역 다른 주류업체들로부터 모두 거래를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류회사들끼리 서로 연계돼 있어 우리 매장과는 거래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담합' 대신 '상도덕'이라는 표현을 쓰며 법망을 피해 가고 있다"고 했다.

A씨 역시 "제주에서는 다른 업체의 거래처를 뺏으면 안 된다는 이유로 주류업체들이 '상도덕'이라며 거래를 받아주지 않고 있다"며 "첫 거래업체를 선택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B씨는 주류 판매를 사실상 포기하고 손님이 외부에서 직접 구입한 술을 가져와 마실 수 있도록 영업 방식을 변경했다.

그는 제주시 위생 담당 부서와 세무서 등 관계 기관에 문의한 결과, 손님이 직접 구입한 주류를 식당으로 가져와 마시는 것은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직원이 손님의 카드를 받아 인근 편의점 등에서 술을 대신 구매해 제공하는 행위는 관련 법령에 저촉될 수 있어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안내문에는 "손님께서 직접 주류를 구매해 오셔야 한다"며 "고객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편, 제주 지역 주류 도매업계의 거래 제한 관행은 이미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대상이 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 5월 제주지역주류도매업협회가 거래처를 나눠 갖는 방식으로 경쟁을 제한한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협회는 2018년 '거래정상화협의회 시행규칙'을 제정한 뒤 기존 거래처는 서로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고 신규 거래처에서만 경쟁하도록 하는 등 회원사 간 거래처를 사실상 나눠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소매점에 공급하는 주류 가격도 제한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