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줄여야 산다"…규제 강화·배출권 가격 상승에 대응 '속도전'

입력 2026-07-15 16: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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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앤에프·대동 등 대표 중견사 대응력 강화 '눈길'
탄소중립 압박 중소제조업으로 확대 가능성도

엘앤에프 대구 구지3공장, 태양광 자가발전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엘앤에프 제공
엘앤에프 대구 구지3공장, 태양광 자가발전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엘앤에프 제공

대구 대표 기업들이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역량 강화에 나섰다. 올해 본격 시행된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와 배터리 탄소발자국 규제, 국내 배출권 거래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탄소 감축은 비용 관리를 넘어 수출 공급망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준으로 부상하면서다. 상대적으로 대응이 늦은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정부 차원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탄소 감축 경영" 본격화

2차전지 종합소재 기업 엘앤에프는 최근 발간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경영,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회사는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를 기반으로 중장기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하고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3년 대비 약 3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2035년 RE100(전력 100% 신재생에너지 활용), 2050년 넷제로(온실가스 배출량 0) 달성을 단계별 목표로 제시했다. 올해부터는 공급망 전반의 간접 배출량도 산정·검증했으며, 국제 기준 15개 항목 중 10개 항목에 대한 검증을 진행해 원자재 채굴·정제, 물류 등 가치사슬 배출 관리 기반을 마련했다.

배터리 소재 산업은 글로벌 완성차·배터리사의 탄소발자국 요구와 공급망 실사 압박이 강한 만큼, 탄소 데이터 관리 역량이 향후 납품 경쟁력과 직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농기계 1위 기업 대동그룹은 전통 제조업 기반 기업의 탄소 대응 사례로 주목된다. 대동은 오는 2030년까지 2022년 대비 배출량을 30% 줄이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계열사별 감축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대동기어는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10%, 대동금속은 20%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배출 비중이 큰 대동금속은 전기로 폐열 회수 시스템과 용해 순환펌프 인버터 제어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태양광 발전, 폐열회수 설비, 에너지 효율화 투자 등을 통해 배출량과 에너지 비용을 함께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구 달성군 대동 본사 모습. 신재생에너지 효율을 높여 탄소중립에 대응하고 있다. 대동 제공
대구 달성군 대동 본사 모습. 신재생에너지 효율을 높여 탄소중립에 대응하고 있다. 대동 제공

◆ "정부 차원 대응 시급"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국내 탄소배출권(KAU25) 경매 낙찰가는 t당 2만3천700원으로 전년 동기 9천300원보다 154.8% 급등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2026~2030년)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이 확보해야 하는 배출권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배출권 가격 상승은 시설 투자 부담은 물론 전력요금 및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산업계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에너지 사용량이 많거나 감축 설비 투자가 어려운 중소 제조기업은 배출권 구매 비용 증가와 원청기업의 탄소 데이터 요구를 동시에 떠안을 수 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측정하고, 검증하는 역량이 대기업뿐 아니라 협력사의 경쟁력까지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탄소 감축 체계를 선제적으로 갖춘 기업은 비용 부담을 줄이고 글로벌 공급망 진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대응이 늦은 기업은 수출과 납품 과정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훈 대구소기업협의회 회장은 "탄소배출권 가격 인상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배출권 제도를 활용해 중소 제조기업의 감축 설비 투자와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